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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 16,020원 (10%890)
  • 2024-11-04
  • : 133,077
슬픔이나 우울은 우리에게 아늑함을 선사한다. 우리가 느끼는 기분에도 각기 다른 무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없이 가벼운 기쁨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슬픔의 무게는 상당하다. 슬픔의 무게로 인해 우리는 끝없이 침몰한다. 그리고 기분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아랫부분, 기분의 밑바닥에 가까울수록 안온함의 향기는 더욱 짙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슬픔에 취한다. 품이 넓은 슬픔과 우울에 안겨 안온한 휴식을 취한다는 건 삶이 빚어내는 또 다른 아이러니다. 적극적으로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슬픔에서 맛보았던 달콤한 안식을 결코 잊지 못한다는 것. 우리는 어쩌면 회오리와도 같은 삶의 이중성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행복하기에 앞서 쉽게 불행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즐겁기 이전에 별 탈 없는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여름철 모기마저 수행이라 버텨내는 사람이 아니라, 꼼꼼히 방충망을 치고 모기향을 켠 뒤 잔잔한 밤을 보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p.284 '에필로그' 중에서)
에세이스트 태수가 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슬픔이나 우울의 무게라고 하겠다. 작가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습습한 우울의 단상들을 자신의 일상에 표 나지 않게 덧붙여 들려준다. 당신의 힘듦이나 우울이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겪는 일상이며 결코 당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위로한다. 그렇게 가벼운 우울의 세상에서 안온한 휴식을 취한 후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찌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p.228~p.229)
제1장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제2장 '잘 자는 것도 능력이야', 제3장 '똑똑한 우울증보단 행복한 바보로 살래', 제4장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태수 작가만의 감성적인 언어를 통해 독자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운다. 무엇보다도 작가 스스로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 중 한 사람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물론 한 꼭지 한 꼭지의 글도 그와 같은 소시민이 일상에서 생각하고 겪을 수 있는 일을 일기 형식으로 전달함으로써 공감과 현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언가를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p.169)
어제는 오후에 볼일이 있어 차를 갖고 외출했다가 차를 빼지 못해 한참을 지체했었다. 꽃구경을 나온 한 행락객이 내 차 앞에 이중주차를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차 좀 빼 주십사 전화를 하고 30여 분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슬슬 짜증이 나고 분노가 치솟기도 했지만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말을 건네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도 결국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를 떴다. 태수 작가는 책에서 '다정함은 지능이다. 그래서 의외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다. 다정하다는 건 표정이나 말투, 속마음처럼 보이지 않는 감각까지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이니까.'라고 썼는데 그렇다면 나는 머리가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타인의 감정에 너무나도 둔감한 나 자신을 이따금 스스로 자각하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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