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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이런 날 나는 외출을 반납한 대신 고요함을 선물로 받는다. 가물었던 대지에 비가 내렸고, 하늘은 종일 어두웠다. 아파트 화단의 마가목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어른 키보다 조금 더 자란 마가목은 우듬지에 흰 꽃을 소복소복 매달고, 무늬가 특별한 잎을 과하지 않게 피웠다. 식물의 성장은 이따금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잎보다 먼저 붉은색 꽃을 화려하게 피웠던 박태기나무도 시나브로 꽃은 사라지고 잎만 무성해졌다. 화단은 이제 화려한 철쭉이 그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한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아마도 철쭉과 영산홍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화단의 여러 식물들이 하염없이 젖어드는 모습을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베란다창에 흘러내리는 빗줄기도 어른어른 굵어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하고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었다.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는 걸 알았는지 몇 권의 책이 선물처럼 날아들었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얼마 전에 쓴 리뷰에 대한 보상으로 표지가 아름다운 양장본 도서를 보내주었다.




그렇다. 폴 오스터의 소설 <바움가트너>이다. 뒤적뒤적 몇몇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아도 폴 오스터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다. 그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에 맞춰 나온 책이다. 유혜경 역자의 번역으로 소담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었던 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고 리뷰를 썼던 게 언제였는지... 그 모든 게 아득하기만 하다.










윤두열 작가의 신작 <우리는 모두 아름답게 사라지는 거야>를 읽고 리뷰를 올린 게 엊그제인데 작가님이 나의 리뷰를 읽고 댓글과 함께 선물로 책 한 권을 보내셨다. "우연은 인연으로. 마음을 담아."라는 문구와 함께 친필 사인이 책의 앞장에 담겼다.








나는 갑자기 날아든 책 선물로 책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비는 그쳤지만 저녁 어스름과 함께 고요가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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