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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며칠 선선하던 날씨는 원래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듯 다시 더워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더워지고 습도마저 높아지는 여름철이면 우리 모두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불쾌지수'가 그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가 일부러 기온을 올리거나 작심하고 습도를 높인 것도 아닌데, 어리석게도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괜스레 짜증을 내거나 잦은 화풀이를 하면서 신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같은 인간에게 되돌려주곤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원래의 고통(무더위)에 상응하는 짜증을 타인으로부터 자연스레 건네받음으로써 두 배 혹은 세 배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심리학이나 명상 서적 등에서는 분노 혹은 화의 원인을 다양한 데서 찾고 있는 듯합니다.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갈등, 좌절, 불공정한 대우, 잘못된 인식 등 다양합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행동에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곧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화를 낸다는 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사회 구성원의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입니다. 무지하거나 어리석다는 뜻이지요. 어제 대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민주당 당직자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민주당원들을 자신의 차량에 매달고 무모하게 도망침으로써 자신의 내부에 쌓인 화를 풀어보려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나이가 20대라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세상에 대해 미숙하고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나이니까요. 그렇게 법적인 처벌을 몇 번 받다 보면 그도 세상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치깡패'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심심찮게 퍼져나가곤 했습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동원한 깡패들을 일컫는 말이었지요. 그들은 주로 야당 후보의 연설 현장을 찾아 깽판을 치고 연설을 듣는 청중들을 쫓아버리곤 했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던 시절이었지요. 윤석열 정부가 통치했던 지난 3년 동안 정부 여당은 국민들에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사실을 주입하려 애썼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부지법을 폭력으로 점거하기도 하고, 어제처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막무가내식 폭력을 행사하는 이도 나타났던 게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말하자면 '정치깡패'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걸 원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고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스라엘의 미친 정치인들이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감행하고, 사람이 다칠 것을 뻔히 알면서 사람을 매달고 차를 내달리는 이런 지랄맞음이, 이런 지랄맞음들이 쌓여 이 세상을 축제의 현장처럼 시끄럽게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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