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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님의 서재
  •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김영숙
  • 15,120원 (10%840)
  • 2025-05-30
  • : 4,105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 브로북스 / 2025-05-30

유머가 즐겁습니다. 14p ‘4차 산업혁명‘에서 빵 터졌습니다. 책을 펴자마자 깔깔깔 웃었습니다. 이것도 웃긴데 15p에서 한번 더 써먹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번더 우려먹습니다. 역시 방송작가!!)

남자 막내 작가의 AI 자동답변도 웃깁니다.
정말 힘든 세월을 사셨네요. 그런데도 좌절하지 않고 새 인생을 개척하신 게 대단해요.
선생님이 기쁘셨다니 저도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추운 날씨에 피곤하셨을 텐데 끌까지 열심히 촬영에 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률이 좋았어요. 선생님의 진솔함이 시청자에게 전해진 덕분입니다.
49-50p, 기싸움의 쓸모
정말 내용없지만 ‘인사말이 당연하지 않은 요즘, 교과서 같은 막내의 공감이 서둚과 어색함보다 더 마음에 닿았던‘ 절절한 멘트입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정말 시시한 만남 후에도 이런 서투른 멘트로 마무리해줘야하지요.

방송작가답게 인간의 성장 드라마가 있습니다.
지금은 25년차 방송작가이지만, 항상 초년 시절의 찌질한 이야기를 가져와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제 성공해서 다행이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게 합니다.
막내작가였을 때 도와준 주변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자신도 후배, 지인, 누군가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겸손하게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저자 자신은 유머러스하다고 하지만 유머는 그다지 안보이고 슬픔이 가득합니다. 제목은 ‘다정하게 씁니다‘이어서 상당히 편안하고 위로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무슨 방송작가가 이리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던가요. 다정한 구석은 어디로 가버리고, 바쁜 회사일로 버스정류장에 유치원 보내는 아이를 위의 초등1학년을 보호자로 보냅니다. 저멀리 멀어지는 두 아이의 모습에 저자도 눈물이 나고 읽는 독자도 눈물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시간이 안맞아서 그런 때가 있지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를 끝까지 못보고 마치 버린듯이 놔두는 경우입니다.
글에서 자주 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스물셋 나이에 청량리 지하철에서 울고, 청계천 지게아저씨가 출연안한다고 해서 울고, 아이키우면서 울고, 원고 수정을 하면서 아이를 베란다에 버려놓고 다시 울고, 아이들이 다 자라서도 울고... [글자 ‘청‘과 안맞는걸까요. 청량리, 청계천]

자연인 방송이 14년째, 700회를 넘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굉장합니다. 얼핏 보면서 저런 독특한 사람이 또 있으려나 했는데 벌써 700명이 넘은게 아닙니까. 전공분야라서 방송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저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저런 대목을 살리는구나, 오래 되니 전설도 만들어지는구나 감탄하게 하는 구석이 많이 보입니다.

심리학 상담을 받으면서 아주 무례한 상담선생의 말을 ‘다정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라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온라인 화면을 꺼버렸을 것같은데, 잔잔하게 받아치고 글쓰기로 풀어냅니다. 그런데 뒷커버에 그 상담 교수님이 추천사도 써준 것같습니다. 인생 참 어디서 어떻게 걸릴 지 모르는 겁니다.

25년 방송작가의 체험이라 한편 한편 글이 살아있습니다. 대리체험이랄까, 실감이 납니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세상이 전부 나를 버리고 있었지, 온 우주가 나를 막아서고 있었지... 왜 내가 이런 체험을 해야 하지! 하고 화가 나지만, 매편 마무리 멘트(에필로그)에서 슬슬 풀어줍니다. 그래서 제목이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이로군요. 독자는 에필로그의 다정함에 속아 또 다음편을 읽으면서 화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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