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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90님의 서재
  • 주홍여우전
  • 소피 김
  • 17,100원 (10%950)
  • 2024-12-12
  • : 366


신과 구미호의 이야기는 매혹적인 드라마였다

p569



읽는 순간 '엇,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 싶은 소재와 페이지터너였다. 판타지 소설 유행을 타고 반드시 영상화해야 할 것 같은, 안 한다면 강력히 추천할 소설이다. 영화로는 수많은 캐릭터를 겉핥기 식으로 다룰게 뻔해, 시리즈로 만들길 추천한다. 따지자면 복합장르 소설인데 로맨스 판타지, 크리처, 추리, 코미디 등을 녹여냈다.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세태에 적합한 가성비 높은  IP다. 한 번에 다양한 장르 변주의 즐거움, 한국 신화를 공부하는 의미, 캐릭터 사이의 관계성을 관찰하는 흥미도 잡을 수 있다.

인간, 저승사자, 귀신, 해태, 이무기, 도깨비, 불가사리, 구미호가 혼재된 기묘한 신신시(新神市, 서울과 수원 어디쯤)를 배경으로 1990년대 일어나는 판타지 세계관이라.. 듣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서사와 캐릭터다. 그중 주인공 석가와 하니의 관계성이 메인인데 속임수의 신을 속이는 구미호의 계략(?), 영리함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약 600년 전 몰락한 타락신 석가가 쿠데타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제거하고 황제 환인(석가의 형)의 총애를 되찾으려 한다. 그중 배고픈 구미호도 포함인데 1888년 마음껏 먹겠다며 그 해를 뷔페로 삼았다는 전설의 주홍 구미호가 바로 김하니다. 둘은 90년대 신신시에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데 석가는 까칠한 형사,  은퇴한 하니는 커피를 싫어하는 바리스타로 살아간다.

반역죄로 천계에서 쫓겨난 석가는 요괴 어둑시니와 주홍여우를 제거해야만 빠르게 복권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하니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기 위해 언더커버가 되어 석가의 조수를 자처한다. 그러는 와중 물귀신의 소행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익사 사건과 간이 사라진 사건을 쫓게 된다. 석가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려 들고 하니는 적극적으로 훼방놓는다. 둘의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상황 속에 로맨스가 피어나고 결국 하니는 여우 구술을 소진해 어둑시니를 퇴치한다. 인간을 잡아먹던 구미호가 인간 세상을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석가는 형 환인을 찾아가 하니의 환생을 요구한다. 사랑은 인간계, 천상계 할 것 없이 모두를 변화시킨다.

안 그래도 노비 출신에서 마님까지 된 구덕이의 신분 상승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보고 있어서일까. 빠른 전계와 관계성, 도파민 터지는 설정들이 흥미로웠다. 반전의 연속의 짜릿함과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비밀을 품은 전개는 스릴감을 높인다. <신과함께>의 업그레이드 버전, <그리스로마 신화>의 한국판이란 생각이다. 

한국의 전래동화, 신화, 전설 속 크리처가 다수 등장한다. 장산범, 어둑시니가 등장하니 한국영화 <장산범>, <클로젯> 이 떠오르고, 드라마 <도깨비>, <환혼>, <구미호뎐>이 연상되었다. 인연(운명)의 상징인 붉은실이 등장하는 것도 포함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한국의 뿌리를 살려 쓴 이야기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유년 시절 놀이에 이어 한국적인 문화의 확장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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