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에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23년 차 여행가라니. 집순이인 나에게 여행은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INFJ인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할게 무한하기 때문. 왜 나가지? 집 나가면 개고생이야. 하지만 프로 여행가 김남희 작가는 목적지가 없더라도 일단 밖을 나가고 여행으로 밥 벌이를 하다 보니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럼 그럼. 그게 프로 의식인 거지.
그래서 공감하지는 못해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 봤다. 전 세계를 두 발로 걸어 다닌 후기를 집에 앉아 편하게 습득하는 나. 작가는 두 발로 직접 세상을 알아갔지만 나는 편하게 집에서 책과 영화, 드라마로 알아간다. 가성비로 따지면 내가 승리(?)라고 할만한데,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체험한 값진 경험을 무엇에 비교하겠냐.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교감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성장을 작가는 23년 동안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며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일화에 조금은 공감했다. 내 의지로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갈 수 없는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사유의 시간을 길어져만 갔다. 작가뿐만 아닌 나도 나를 알아가는 여행을 자주 가졌고 새삼 삶을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제목처럼 일단 떠나는 수밖에 없다는 건 시작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시작이 반이다. 일단 발을 떼보고, 책장을 넘겨 보고, 동영상을 플레이하고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게 큰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별게 아닌 거 같아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떠올려 봤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풍경, 음식, 잠자리를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 김남희 작가가 중독처럼 끊지 못하는 숙명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