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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혼군 昏君
  • 신병주
  • 16,920원 (10%940)
  • 2025-04-16
  • : 5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 시대의 혼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해야 하는 인물은 연산군이 아닐까 싶다. 연산군은 향락과 사치에 빠져 나라를 망친 잔인한 폭군이었으며, 조선에서 최초로 탄핵을 당한 왕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군주제의 나라에서 왕이 탄핵을 당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떤 일을 했기에 왕이 탄핵까지 당하게 된 것일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연산군의 아버지인 성종부터 알아야 한다.              p.15~16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 ‘인생명강’ 시리즈의 서른두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나온 것은 조선 시대 왕실 연구 권위자인 신병주 교수가 역사의 오명을 남긴 네 왕의 비틀어진 권력 이야기를 밝히는 책이다. 


이번에 나온 것은 조선 시대 왕실 연구 권위자인 신병주 교수가 역사의 오명을 남긴 네 왕의 비틀어진 권력 이야기를 밝히는 책이다. 역사 속에는 성군과 혼군이 함께 존재했다. 국가와 백성을 위한 정책 수립에 소임을 다하고 능력 있는 참모들과 힘을 합해 국정을 운영했다면 성군이고, 국가와 백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이를 조장하는 간신과 함께한 군주는 혼군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을 대표하는 혼군 네 명, 연산군, 광해군, 인조, 선조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이미 수차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진 연산군과 광해군이 있다. 폐비 윤씨 사사 사건 이후 조선 최초로 탄핵당한 연산군의 광기와 폭정에 대해서는 너무도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누구라도 복수의 피바람을 떠올리면 그가 혼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광해군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가 남아 있어 그가 왜 탄핵을 당했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그렇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연산군과 광해군을 혼군이라고 표현했다. 폭정과 사치를 일삼았던 연산군과 같은 취급을 하자니 조금 다르지만, 광해군 역시 폐위를 당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두 차례의 반정이 있었다. 쿠데타와는 달리 옳지 못한 임금을 폐위하고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새 임금을 세우는 일을 반정이라 하는데, 1506년 9월에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이 왕위에 오른 중종반정, 1623년 3월에 광해군을 폐위하고 인조가 왕위에 오른 인조반정이 조선 시대의 반정이다. 두 번의 반정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중종반정으로 왕이 된 진성대군, 즉 중종은 반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추대된 왕이지만 인조반정으로 왕이 된 능양군, 즉 인조는 직접 반정 세력을 규합해 병력을 거느리고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그렇다면 왜 인조는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반정에 참여했을까? 광해군과의 악연이 큰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p.170~171


선조는 우리에게 임진왜란이 일어났음에도 도성을 버리고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왕, 열악한 전장에서 활약한 이순신 장군이나 곽재우 장군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고 시기했던 속 좁은 왕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즉위 초반에는 꽤 능력 있는 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조선의 학문과 문화를 발달시켰다. 하지만 사림파의 등용은 당쟁의 시작이 되었으며, 문을 중시한 나머지 국방이나 국외 정세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선조에 대한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선의 암흑기에 굴욕의 왕으로 알려진 인조는 명분만을 중시하는 고루한 사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을 두 번이나 치렀다. 왕 또한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백성들의 치욕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수많은 조선인이 포로로 끌려가 노예 시장에서 팔렸고, 가족과 재산과 땅을 빼앗겼다고 한다. 두 번의 호란이 조선 땅에 이토록 큰 생채기를 남겼으니,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혼군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폭정과 사치로 조선 최초의 탄핵을 당한 핏빛 군주 연산군, 뛰어난 정치력과 패륜이 공존했던 두 얼굴의 군주 광해군,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무능의 군주 인조, 임진왜란에서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책임 회피형 군주 선조의 행적을 통해 국가와 백성 위에 군림했던 권력이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혼군들의 잘못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나라를 뒤흔들고, 백성의 삶을 무너뜨렸는지를 보여주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혼군이 왕이 되었을 때, 나라가 위태로워졌다는 사실은 역사 속 혼군들의 사례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오늘날 리더십과 권력이 지녀야 할 책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라는 뜻의 '혼군'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지금 수백 년 전 군주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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