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 관계망에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배출하는 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사람들은 우리의 똥이 한편으로는 악취를 풍길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위험에서 구해 줄 수도 있는 "지킬과 하이드" 같은 양면성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깊이 생각한다면 똥은 인류를 지켜 주고, 혁신을 일으키고,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물질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p.19~20
이 책의 표지에 커다랗게 표기된 제목을 보고 기겁하지 마시라. 설마, 내가 아는 그것? 이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천대받는 자원이자 가장 많이 낭비되는 똥의 과학적 가치와 무한한 잠재력을 탐구한다. 사실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태국에서는 코끼리의 배설물로 친환경 종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어지는 고가의 루왁커피도 있다. 게다가 인간이 배출하는 똥은 죽어 가는 환자를 치료할 수도 있고(미생물 치료), 친환경 버스 연료가 될 수도 있으며,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로 사용되고, 범죄 현장에서 단서가 되거나 멸망한 문명을 추적하는 귀중한 자료도 될 수 있다. 미생물학 박사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똥에 대한 혐오감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부터 생태계 순환에서의 물질적 역학, 범죄 수사와 고고학의 증거, 건강의 지표와 질병 추적 도구로서의 가치와 재생 가능한 미래 자원이자 환경문제 해결의 열쇠로서 똥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약 2만 년 전에 살던 거대한 동물이 숲에서 똥을 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거대한 초식동물들은 몸집에 걸맞는 양의 먹이를 먹었고, 섭취한 식물들을 거대한 거름더미로 변화시켰다. 이들은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면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고, 그들은 또 주변 곳곳에 배설물을 배출한다. 이러한 배설물로 비옥해진 땅에서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이 식물을 먹은 초식동물들은 다시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는 순환이 반복된다. 그로부터 약 2만 년이 지난 지금, 지구상에서 소 다음으로 똥을 많이 싸는 인간은 이러한 순환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인간은 자기 배설물을 자연 세계에서 격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지구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은 천연자원 중 하나를 사실상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그럴리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음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똥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가 왜 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똥이 몸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똥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지구를 지배하는 거대 동물로서 우리는 자연을 대체하거나 억압하는 대신 자연의 순환과 일치하는 가치의 순환을 복원하고 확장할 능력과 책임을 가진다. 똥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아니지만, 똥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시모고에, 인분, 인디언의 검은 토양, 검은 황금을 다시 떠올려 보자. 때때로 희망은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정의할 풍경 곳곳에 그 선물을 전달해야 한다. p.606
사람들은 자신의 똥이 회색곰이나 코끼리의 똥만큼 유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생존하는 동안 인류는 계속 똥을 눌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똥을 재사용하지 않고 계속 낭비할까. 사실 똥은 '역겨운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똥에서는 기생충과 원생동불부터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미세 생물체들이 발견되고, 그 냄새 또한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혐오의 대상은 똥뿐만이 아니라 혈액, 땀, 구토, 소변, 정액, 타액 등 타인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을 역겹게 하는가? 저자는 흥미진진한 취재와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우리가 똥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누구나 다 누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똥, 누구나 고정 관념 때문에 언급하기 싫어하는 똥에 대한 이야기는 거침없고, 유쾌하게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선다. 우리가 남긴 똥에는 DNA와 냄새 그리고 미생물과 곤충에 대한 방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보존된 똥은 고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이동했는지, 그들이 죽음과 질병 그리고 주변 세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려 주는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똥이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줄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증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이 과장은 아닌 것이다. 한때 서양 국가들에서 '질병 중의 질병' '문명 특유의 모든 끔찍한 질병의 원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끔찍하고 두려운 존재로 여겨졌던 위력적인 질병이 '변비'였다는 점을 비롯해 시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똥에 대한 사유는 기발하고 재치있으며, 생생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우 복잡하면서도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자원 중 하나인 똥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것의 엄청난 잠재력을 만나보자. 과학적 호기심과 창의적 발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이 놀라운 책이 우리가 똥에 대해 개똥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