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건 다 이해하겠어요, 하지만 런던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소행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옳은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한낮에 뻔뻔하게도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의 말이 맞다. 우리는 우주를 생각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는 없다. 쇼핑이나 집안 청소 등 그밖에도 해야 할 일이 많고, 그리고 직장에서 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시간을 내 우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데, 그러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p.83~84
때로는 심오한 질문이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바로 이 책처럼 말이다. 우주 생물학자인 저자는 어느 날 런던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서 다우닝가 10번지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는 영국의 우주 비행사 팀 피크를 위해 총리가 주최한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그곳으로 향하던 중 호기심 많은 택시 기사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외계인 택시 기사도 있나요?" 이 질문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훨씬 더 흥미로운 질문이 숨어 있었다. 외계인 택시 기사가 존재하려면, 우선 어느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해야 하고, 그 생명체가 지능이 있어야 하고, 경제와 택시를 발명해야 하며... 등등 그 택시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세계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과 우리 사회의 본질에 대한 비밀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공항에서 우주 비행 센터로 가는 길에서, 강연을 위해 대학교로 가는 길에서, 행성 탐사차 시험을 감독하기 위해 광산으로 가는 길에서 이루어졌다. 일상의 장소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저 밖의 우주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물론 지구 외의 장소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최신의 과학 데이터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무심코 넘겨 버릴 수도 있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저자는 우주가 처음 생겨났던 순간부터 시작해 생명 출현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35억 년 역사를 그렇게 단 몇 페이지만으로 임팩트있게 설명해주니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연 우리가 우주에서 택시 기사가 있는 유일한 세계에 살고 있을 가능성과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들 곳곳에 촉수가 달린 채 수다를 떨기 좋아하는 택시 기사들이 승객을 태우고 외계 도시들을 달리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장들이 그렇다 소소하게 시작해서 깊이 있게 파고들다가 생각할 거리들을 툭 던져준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적 사고의 시작 아니겠는가.

사실, 우주 애호가인 나는 가끔 지구인이 펼치는 의식 행위를 기묘하게 바라볼 때가 있다. 우주 한쪽 구석의 이곳에 작은 암석 덩어리가 있는데, 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그중 일부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 그들은 서로 어울리면서 잔을 들어 올리고, 칠면조를 입속에 집어넣고, 나무 밑에 선물을 숨겨 두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그동안 이들이 서 있는 암석 덩어리는 우리은하의 다소 외딴 장소에 위치한 평범한 별 주위를 돈다. 나는 천문학적 생각으로 사람들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행동이 얼마나 무의미한지까지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p.216
이 책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용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솔직하고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우주와 생명,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우주에 대한 지극히 사소하고 농담 같은 질문들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도 유머러스한 답변이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과학적 사유가 펼쳐지는 것이다. 지구 밖에서 지적 문명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주에 대한 관심이 우리가 지구에서 겪는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그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만약 화성에서 온 외계 미생물을 발견한다면 소독해서 박멸해야 할까, 만약 우주에서 우리만 유일한 생명체라면, 우리는 더 특별한 존재가 될까 등등 흥미로운 호기심에 대한 가장 지적인 대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인간이 처음 달에 도착하고, 화성 탐사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정말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달 여행이 일상적인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실 달보다는 화성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덜 어려울 것이다. 화성에는 적어도 대기가 있고, 여러 면에서 달보다 환경이 덜 혹독하니 말이다. 하지만 화성은 훨씬 먼 곳에 있다. 달 여행은 주말 휴일을 좀 연장해서 다녀올 수 있지만, 화성 여행은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일반인들에게도 우주여행이 가능한 일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던, 꿈같던 상상의 단계가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우연히 마주친 상대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짧은 이동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대화라는 설정도 독특한 현장감을 부여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마치 택시에 함께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정말 기발한 구성으로 쓰인 과학책인데, 놀랍도록 통찰력있고, 박식한 책이기도 하다. 우주를 다루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호기심 넘치고, 현실적이며, 명쾌한 책이 아닐까 싶다. 과학을 좋아하지만 어려운 책은 부담스럽다면, 우주 생물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