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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 존 그리샴
  • 34,200원 (10%1,900)
  • 2025-05-21
  • : 82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착하고 준법정신 투철한 이곳 사람들 가운데 모든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공정'이라는 단어에는 좋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가장 뻔한 의문은 이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는가? 그의 일반적인 대답은 이렇다. 만일 당신의 아버지나 아들이 끔찍한 범죄로 기소되었다면, 당신은 적극적인 변호사와 만만해 보이는 사람 가운데 누굴 선택하겠습니까?                   -1권, p.76~77


열여섯 드루는 여동생 키이라와 함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아래 층에서 엄마가 구타 당하는 소리를 공포에 질린 채 듣고 있었다. 갈 곳이 없었던 그들은 코퍼라는 남자의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는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학대도 빈번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집이 조용해진 뒤 드루는 아래 층으로 내려갔고, 엄마는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로 꼼짝도 앉고 누워 있었다. 엄마를 죽인 남자는 자신의 방에서 자는 중이었다. 그가 깨어나면 아마도 자신과 여동생 조차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드루는 그의 권총을 움켜쥐고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엄마는 죽지 않았고, 그는 고의적인 의도로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1급 살인죄로 사형을 구형받는다. 


사실 너무도 결과가 뻔한 사건이었다. 드루의 의붓 아버지 스튜어트 코퍼는 지역 보안관으로 성실히 일하며 동료나 지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불법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강의도 했었고, 그의 상사인 오지는 그를 가장 유능하고 의심할 것 없이 가장 용감했던 부하로 기억했다. 게다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침대에서 자는 남자를 총으로 쏜 열여섯 살짜리 아이는 반드시 성인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까지 포함해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였다. 코퍼의 어두운 부분은 아무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편 사건을 맡은 제이크 브리건스는 이 사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너무 체구가 작은 소년이 자신의 범죄 의도를 이해할 능력을 갖췄는지부터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살인 용의자를 변호하는 사람은 누구든 지역사회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좁은 동네였고, 경찰들 모두를 적으로 돌리게 생긴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살인범에게 증오의 표정을 보여주고 동정심으로 그를 대하는 불의에 조용히 분노하기 위해 모였고, 제이크는 곧 동네에서 가장 인기 없는 변호사가 될 예정이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다른 변호사들은 아무도 이런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다. 왜 그들만 그래야 할까? 왜 그녀 남편은 돈도 되지 않는 위험한 사건들에 엮여야 하는 걸까? 12년 동안 그들은 열심히 일했고 저축하려 애썼고 미래를 위해 뭔가를 세워보려고 꿈꿨다. 제이크는 변호사로서 능력이 엄청나게 좋았고 어떻게든 유명한 재판 변호사로 성공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을 보라. 남편은 얻어맞아 휴짓조각처럼 구겨졌다. 변호사 일은 말라붙었고, 빚은 주마다 쌓이고 있었다.              -2권, p.62


이 작품은 ‘법정 소설의 대가’ 존 그리샴의 신작이다. <타임 투 킬>과 <속죄 나무>에서 활약했던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타임 투 킬>이 1989년, <속죄 나무>가 2013년에 출간되었으니, 굉장히 긴 시간 동안 드문드문 출간된 시리즈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작품을 많이 쓰는 작가라 시리즈도 많고, 스탠드 얼론 작품도 많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모두 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임 투 킬>은 인종문제가 얽힌 살인사건을 다루었고, <속죄 나무>에서는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소송을 중심으로 차별로 얼룩진 미국 역사의 단면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 <자비의 시간>에서는 가정 폭력을 둘러싼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존 그리샴은 약자의 편에 서서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정의로운 변호사 제이크 브리건스를 통해서 작가는 부조리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굳게 닫힌 대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대부분의 가정 폭력은 집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나 동료들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존 그리샴은 제이크와 드루의 법정 투쟁을 통해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가정 폭력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여러번 코퍼의 폭력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했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났고, 일부 동료들도 그의 도박 전력과 잦은 폭력 행사를 알고 있었지만 묵인해왔다. 그가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보안관보 가운데 한 명이라는 이유로, 하루도 결근하지 않았고, 성실하게 일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여러 대에 걸쳐 이곳에 살았던 선량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소년이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을 정당화해줄 수는 없다. 비록 어린 소년이 기댈 곳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했더라도, 그래서 곧 자신들의 차례라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법의 이름으로 열여섯 살 소년에게 무조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지키는 것일까? 소년은 의붓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인가, 아니면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일까? 책을 읽는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이 작품은 매슈 매코너헤이 주연의 HBO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영상화 될 버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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