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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 결정문 읽기와 필사
  • 대한민국.헌법재판소
  • 6,930원 (10%380)
  • 2025-04-15
  • : 550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대통령(권한 정지 상태였던)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국회는,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대통령의 행위를 내란으로 보고 같은 달 14일에 탄핵소추를 의결했었는데 4개월 정도만에 사법적으로 결론이 난 것입니다. 이 책은 11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그 절반이 우리 독자의 필사를 위한 공란(20줄 노트)이긴 해도 여튼 적다고는 할 수 없는 볼륨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결정문은 심판 대상이 무엇인지 우선 밝히고, 그 적법 요건을 판단하는데, 여기서 적법 요건이란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이 적법했는지를 먼저 따지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부적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본안에 더 들어갈 것도 없이 각하(却下) 결정이 내려집니다. 일단 헌재는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에 대해 사법심사가 가능한지를 먼저 살핍니다. 저는 작년 7월 7일, 8월 31일에 썼던 책프 리뷰에서, 이른바 통치행위(act of state)라는 것에 대해, 한상범 동국대 교수가 1993년 그 불법성을 논한 대목을 인용하고 제 나름대로 분석했었습니다.

이 책 p5를 보면 그 맨하단에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이 나옵니다. 피청구인 윤석열 측은 이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계엄의 선포는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가 있으므로 그를 따라야 하며,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는 얼마든지 그 행위의 당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합나다. 사실, 이른바 act of state라는 건 과거 왕정 시대에 국사행위로 이뤄진 행위에 대해 일일이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이론 체계의 잔재로서, 20세기 이후에는 헌법이건 행정법이건 거의 논거로 쓰이지 않는 편입니다. 벌써 저 한상범 교수도 1995년에, 통치행위라는 말 앞에 "불법"을 붙여 얼마든지 사법심사를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삼았습니다. 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이와 같았습니다.

적법요건 중 "반복발의이기 때문에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헌재는 "제418차 회기에서 일단 투표가 불성립"했음을 지적합니다. 이때 우원식 의장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게 아니라 투표가 불성립했음을 강조했는데, 그게 알고보니 이처럼 깊은 포석이 깔렸던 것입니다. 또 그게 아니라도, 두번째 표결이 차수가 변경된 419차 회기 중 이뤄졌으므로 역시 일사부재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헌재는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법 92조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p8).

피청구인 측은 이 사건 (국회의) 청구가 보호이익을 흠결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으므로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아마도 앞에 적힌 청구인(국회) 측의 청구 사유들을 지적하는 듯, "탄핵사유가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설시합니다.

다음으로, 아마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핫하게(?) 조명되었던 게 청구사유의 일부 철회에 대한 지적이았는데, 일각에서는 이 부분 때문에 탄핵심판 청구 전체가 각하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음"이라는 기존 판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인데, 사실 관계의 변경이 아니라 적용 법조문의 변경은 헌재의 판단 영역일 뿐 이를 두고 사유의 추가, 철회, 변경이라 볼 수 없다는 게 결론(p10)입니다. 피청구인의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순간 이미 본안 판단에서도 탄핵 인용의 가능성이 과반으로 치달았다고 저는 봤었습니다.

본안으로 들어가서, 병력 동원이 필요했냐를 두고 헌재는 헌법 77조를 들어, 정치적 혼란은 제도적 수단으로 해결해야지 병력을 동원할 일이 아니며, 국회만큼은 그 권한을 계속하여 행사할 것을 전제로 헌법 자신이 "해제요구권"을 자체 규정한 것이므로, 국회에 병력을 진입시킨 피청구인의 행위를 위헌으로 선언합니다. 정국경색을 타개하려면 대국민담화(사실행위)나 국민투표 부의(헌법 72조)로 해결할 수도 있었음에도,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할 병력 동원이 먼저 이뤄진 점을 비판합니다(이 책 p32).

역사적인 탄핵 결정문을 많은 국민들이 읽고 그 헌법적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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