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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우리 동네 크래프트 맥주
  • 염태진 외
  • 17,550원 (10%970)
  • 2025-06-09
  • : 590
요즘은 수제 맥주를 별개의 풍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원래 유럽 등 맥주의 본고장에서는 지역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수제 맥주가 발달했었으며 이런 문화가 근사하다며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이 늘어났으며, 한국산 병입맥주, 캔맥주가 별나게 맛이 없다는 불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나만의 레시피를 정해 두고 즐기는 분위기인데 맥주라고 딱히 예외를 둘 이유도 없습니다. 이 책 추천사 p3을 보면 "모든 맥주에는 사연이 있다"라든가, 맥주를 음식(끼니)의 일종으로 간주한다든가 재미있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저자가 자신들이 평소에 즐겨 찾는 브루어리, 브루펍 등을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인천, 전주, 경북 의성, 강원도 강릉, 부산 등 전국 곳곳의 명품 맥주에 대해 독자들은 이제 알 수 있습니다. 제5장에서 차은서 필자는 뉴잉글랜드 IPA라고 하셔서 미국 동부에서의 추억을 소개하시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홍대에 직영 펍을 운영하는 제조원이었습니다. 문장들도 시적으로 참 잘 쓰셔서 이 책이 맥주 소개서인지를 잠깐 잊기도 했습니다. 매 챕터는 "브리지"를 통해 다음 장으로 연결되는데 마지막 6장의 브리지에는 필자가 송효정씨라고 나옵니다.

"의성 하면 마늘만 유명하다는 착각(p35)." 의성이라고 할 때 마늘을 대뜸 떠올리는 사람도 요즘은 드물 만큼 지방에 대한 관심이 적은데, 김예지 대표는 이곳에 "호피홀리데이"라는 맥주공방을 지었다고 나옵니다. 뭔가 이름도 귀여운 느낌입니다. 호피에 둘러싸여 따뜻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랄까. p44이 소개되는 메뉴는 홉희홀리데이인데 이는 김 대표가 어머니께 헌정하는 IPA(고도수 에일)이며, 성광성냥의 폐업을 아까워하는 사연을 담은 성광포터도 있는데 홉보다는 몰트가 강조되었다고 합니다. 염태진 기자가 이 1장을 집필했습니다.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다룬 글을 보면 상생의 경제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동진영화제(p105)에서는 지역의 소상공업자들을 초청하여 차례주, 하이볼, 소시지 등의 레시피를 공유한다고 하는데, 이로써 개성 있는 향토의 맛이 일정 지역에서 통일성을 형성하여 타지 관광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생기는 거죠. 슈타인도르프(p112)는 무슨 독일 어딘가의 명소인가 싶어도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의 어느 브루어리 이름인데 강태순 대표라는 분이 꽤 이른 시기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본처럼 주세법이 개정되고 나서 더욱 번창했으며, 이성준 필자는 "맥주는 술뿐 아니라 그 환경을 함께 즐기는 것(p119)"이라는 지론을 폅니다.

크래프트맥주의 주재료가 홉(hop)이다 보니 이 말이 들어간 독특한 이름이 많기도 합니다. p159를 보면 "호피"라는, XS ROOM 고유의 메뉴가 있는데 이게 hoppy 같은 표기가 아니라 한자로 호피(虎皮)라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여길 드나들던 길고양이한테 사람들이 붙여 준 이름이라니 더욱 흥미롭네요. 원래는 "칼리가리박사의 밀실(1920년대 독일 무성영화 고전)"이었던 인천의 어느 펍은 그 개성넘치는 이름을 버리고 인천맥주로 간판을 바꾸었는데 장샛별 필자가 정리한 그 사연도 재미있습니다.

경북 안동이라고 하면 소주만 유명한 줄 알아도 저 풍산읍에 독특한 브루어리가 있습니다(p215). 고제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고제는 高製 같은 게 아니라 독일 중부 고슬라 소재의 강 이름 Gose입니다. 과일과 매칭이 잘되는 신맛이 일품이며 그래서 김상응 필자는 앞에서 강릉의 감자브루어리를 소개할 때도 감자가 어떻게 고제 스타일과 조화되는지 설명을 자세히 했었습니다. 안효균 필자가 소개하는 부산의 와일드웨이브(p285)의 김관열 대표는 맥주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분인데, 구도심의 맥을 이어가는 영도의 독특한 지리적 개성까지를 잘 살리는 펍의 번창함은 그의 노력에 기댄 바 큽니다.

우리 나라에만도 이런 맥주 명소들이 제각각의 풍미를 열심히 빚는 줄 처음 알았으며 장맛 못지 않은 뚝배기의 멋인지 필자들의 글솜씨도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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