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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 우유철
  • 20,700원 (10%1,150)
  • 2025-06-09
  • : 760
저자 우유철 박사는 현대제철 회장, 현대로템 부회장을 지낸 분입니다. 현대로템은 증시에서도 방산주, 대북경협주 등으로 이름이 알려졌기 때문에 낯익은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파트 등을 짓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철근, 자동차의 외형을 이루는 강판 등을 만드는 곳이 현대제철이므로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이 회사가 얼마나 중요한 곳이겠는지 일반인들도 짐작 가능합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엘리트로서 원래는 철강에 대해 전문은 아니었던 그가 CEO의 자리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며, 한 분야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어떤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사스타일을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럭비공 같다는 평을 듣는 정몽구 회장. 그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사실상 장남이었는데 원래 저자는 로켓 개발 업무를 맡고 있었으나 뜻밖에도 정몽구 회장의 호출을 받아 철강 사업을 맡아 보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저자 같은 엔지니어들에게는 전문 분야라는 게  있습니다. 이 고유 영역을 떠나면 아무리 천재라도 무기력해지기가 쉽죠.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의 본연 업무(로켓)에 충실하겠다고 했는데, 이 솔직함이 정몽구 회장 마음에 꽤 들었나 봅니다. 회장 눈치를 보느라 별 적성도 능력도 없는 분야를 무모하게 맡았다가 이도저도 다 망치면 회사에도 폐를 끼치는 결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여기서, 과연 정몽구 회장이 저자의 그 솔직함이 마음에 들어서 이후 상무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시켰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저자께서 당시에 반대로, "회장님, 저는 로켓 쪽에 밝습니다만, 그렇게 믿고 새 일을 맡기신다니 과감하게 오늘부터 철강에 도전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정몽구 회장은 "야, 너네들 봤지? 우 박사는 이렇게 시원시원하잖아. 너네들처럼 요행을 바라고 당장 눈에 들려고 알랑거리며 꺼내는 대답이 아니야!"라며 또 저자를 추켜세우지 않았을까요? 이런 분들은 본래부터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합니다. 어차피 이 사람 크게 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그가 무슨 대답을 해도 결국은 (새로 인수한) 한보철강에 배치하여 그 포텐을 다 발휘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나 독자인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p53에 나오듯이 정주영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는 고급 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를 항상 갖고 싶어했으나 정부에서는 업종전문화 시책을 내세워 번번이 막았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들어서야 한보철강을 인수하게 되었는데 한보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이었죠. 현대 정도가 되어야 그 덩치를 인수할 수 있었겠고 여튼 현대는 이렇게 해서 숙원사항을 달성했습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의 완수." 정몽구 회장은 정말 감개무량했을 것입니다. p55에 나오듯이 이때서야 중국의 경제성장이 미친 듯 진행되고 국내 철강 산업은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정도였던 것입니다.

의외로 책의 앞부분에, 우리 국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에 대해, 이 분야 최고 권위자라 할 저자의 답이 바로 나옵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3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4월부터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중국산 철강에 밀려 한국산이 시장 셰어를 점차 뺏기는 중이며 내수도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민 모두가 한국 철강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저자는 "극복이 쉽지는 않겠으나 고급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고객사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여 철강 엔지니어링 업체로 전환할 것"을 후배들에게 조언합니다.

방산주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아주 흥미있을, 현대정공의 K-1 전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p115 이하에 나옵니다. "다수의 업체가 협력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특징"에 대해 깊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시네요. p131 이하에 나오듯이 단순히 유망한 개발에 아직 머무는 것과, 본격 사업화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점을 고부가가치 냉동 컨테이너용 냉동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도 술회합니다. 현재 한국 증시에서 핫한 섹터가 (대략 2022년쯤부터) 항공우주인데 저자는 이쪽에도 깊이 관여한 분이라서 책에서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현장에서 이리깨지고 저리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종전의 나를 극복하는 인재만이 이 험한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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