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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나는 왜 마음이 아플까
  • 전지현
  • 15,120원 (10%840)
  • 2025-05-26
  • : 1,475
저자 전지현 닥터님은 현직 의사이며 아직 젊은 남성입니다. 성함도 그렇고 책의 그림체도 (제 눈에는) 여성향이라서 여성분인 줄 알았는데 책 앞날개를 보고서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보통 의사 선생님이 쓰신 책은 본인이 다룬 환자들을 높은 곳에서 좀 내려다보는 시선인데, 이 책은 거꾸로 의사 본인의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 후회, 미련 등을 매우 솔직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있고, 환자나 내담자들도 의사분(혹은 카운슬러)이 먼저 이렇게 마음을 열면 자신의 문제를 더 완전히,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의사도 알고보면 사람일 뿐이라서 부끄러운 마음도 있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도 받고 묘한 질투감정이나 승부욕, 분노, 비뚤어진 혐오감 등이 다 있기 마련입니다. 의사는 타 직업과 달리 스승 사(師) 자를 쓰는 직분인데, 의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또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는 말도 있죠. 우리 사회는 예전과 달리 의사에 대해 깊은 존경심도 품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고도의 인격적 수양, 감정 절제 등의 미덕은 또 그것대로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 의사분들이 본연의 직분을 수행하기가 상당히 힘들 것도 같습니다.

p77을 보면 "문 앞에 선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그림과 글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나는 삶이라는 연극의 관객이 된다. 성난 파도처럼 거센 고난에 함께 슬퍼하고..." 문장도 멋질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해 깊이 공감해 주는 어떤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림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묻습니다. "제가 나갈 수 있을까요?" 환자는 어떤 곤경, 함정, 혹은 자신만의 어떤 협소한 공간에 갇혔다고 볼 수 있는데, 환자 자신도 스스로 여기 계속 머물러서는 안 되고 나가야 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문을 열 힘이 없거나 어두운 방 안에서 아직 문도 못 찾고 있는 건데, 의사 역시 진정어린 격려를 보낼 뿐 그 일을 대신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의사는 자신을 믿고 함께 문제 해결을 이루려는 의지를 보여 준 그 환자에게 "감사"를 표현하기까지 합니다.

"마음 속 문제들은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채 쌓여간다(p98)." 세월이 약이라고 설령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도 하겠거니 기대를 갖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이들의 경우 단계별로 정리를 확실히 해 주고 가야지, 그냥 얼렁뚱땅 넘어갈 수가 없나 봅니다. 책에서는 계속 키를 키워가는 선인장으로도 이 상태를 표현하고, 혹은 자기 키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담벼락을 향해 안타깝게 손을 뻗어 보는 어린이의 표정으로도 독자들에게 알려 줍니다. 사실 저자께서는 명문의대를 나와 남부러울 것 없는 과정을 밟으셨을 텐데도 이렇게 평범한 이들의 낙오에 대한 공포, 열등감, 좌절감 등을 생생하게, 감각적인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셔서 참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싶었습니다.

슢속에서 곰을 만난다면(p132)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조상들이 남긴 속담에 "범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게 있지만, 교육과 상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행여 당사자가 냉정을 유지한다 해도 무엇을 실제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은 맹수의 먹이 신세가 되었겠지 싶습니다. 현대인이야 자연에서 그런 위험을 맞을 일은 없지만, 대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순간 대처를 서투르게 하여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할 수는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작은 모욕과 상처가 쌓이고 쌓여 사람의 인격이나 정서가 영 망가져버리고 마침내는 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는관적인 문장과 그림을 통해 공황장애 발병의 위험을 몸에 정신에 쌓아 두지 않는 방법을 독자에게 가르쳐 줍니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넉넉한 인격이 배어나는 글, 그림만 보아도 뭔가 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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