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바닐라 라떼
빙혈 2025/06/16 21:42
빙혈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퇴근 후 바닐라, 라떼
- 욱시무스
- 13,500원 (10%↓
750) - 2024-12-15
: 30
회사에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짜내어 기안을 올리고, 사내 소소한 정치싸움에까지 참여하여 감정소모까지 마치고 나면 이른오후부터 맥이 쫙 풀립니다. 정말 당(糖)이 안 떨어지려야 안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퇴근 후 바닐라 라떼 한 잔이라면 마치 오(吳)의 장수(張繡)를 토벌하러 나선 위왕 조맹덕이, 파김치가 된 휘하 장졸들에게 매실나무를 이야기하여 갈증을 해소했다는 고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라떼가 아직 내 목구멍을 넘어가기 전 상상에 불과한데도 벌써 시원해지는 느낌이죠.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4를 보면 아마, 아직 어린 아기들을 키울 젊은 회사원 부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기들이 물론 귀엽지만, 어려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아기들이 기어오면 살짝 겁이 나기도 하는데, 그 부모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컷이 있네요. 아기를 "진격의 거인'에 비유한 장면입니다. 사실 아기들은 아무 생각이없으니 물건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다치기도 해서 부모의 가슴을 철렁 내려놓게 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작가는 아이들을 갑자기 큰 체격으로 뻥튀기하여, (어른이 아이를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반대로 커진 아기가 어른을 들어올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p75를 보면 아내분이 "배고프니 짜증난다"며 마구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짜증이 나서 배가 고픈 건지, 저 말처럼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뭐가 땡길 때 무분별하게 먹으면 그게 다 살로 갑니다. 마구 먹다보니 입가에 뭐가 묻어 남편에게 물티슈를 달라고 하는데 남편은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물티슈가 여기 있다고 합니다. 이분은 아내에게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우리가 싑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튼 아내가 좋지 않은 기분일 때에는 뭐든 삼가야 합니다.
p137을 보면 장수의 비결이라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뭐 결론적으로는 귀여운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도파민이 절로 솟아 장수(長壽)할 수도 있다는 건데, 아내분 표정을 보면 너무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마치 1조원 수주 계약을 마치고 온 회장님 같습니다. 육아라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건데 아이들 다 재우고 나면 부부도 뻗어버립니다. 그리고 오래 살게 된다는 건데, 이렇게 시간이 안 가니(힘들면 시간이 천천히 가죠) 오래 산다는 뜻도 되고, 여튼 이렇게 힘들면서도 소중한 가정이 길게 유지된다는 뜻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는 세상 누구보다 강한 동맹군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자신을 모두 부수면서 정말 큰일을 해낸 것이다.(p196)" 출산을 두고 이름입니다. 정말 동의합니다. 애 낳는 게 어디 보통 일입니까. 저 뿌듯해하며 뭔가 어떤 도전도 용납 안 할 것 같은 차가운 표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여길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물 붓는 곳에 원두를 넣고, 원두 넣는 곳에 물을 붓고 가버리셔서 간호사분이 놀라 의사샘한테 보고합니다. "선생님! 산모분이 빠뜨리고 가셨어요!" "뭘요?" "뇌요!" 아이를 꼭 안 낳아도, 뇌 없는 짓을 우리들도 일상에서 자주 하고 다닙니다.
성공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54번째 에피소드를 읽고 생각해 봅니다. 남을 짓밟고, 거짓말과 사기를 태연하게 치고, 아무 볼것도 없는 하찮은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태연하게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간도 있습니다. 이러니 당대에 벌을 받는다고 손자가 그모양인 거죠. 작가님은 말씀하시길, 성공(成功)은 이웃과 함께 주변을 돌보는 省共이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그 큰 피해를 끼치고 과연 돈을 몇 푼이나 주머니에 넣었습니까? 스스로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바닐라와 라떼는 주인공의 두 쌍둥이 아이들이고, 당연하지만 영혼이 자유롭습니다. 독자도 만화를 읽으며 절로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