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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님의 서재
  • 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 홍나미
  • 11,700원 (10%650)
  • 2018-10-01
  • : 44
저자는 외교관 부인으로서, 작곡가이자 파티 플래너로서 30년 넘는 생활 동안 느낀 애환을 이 책 안에 담았다고 스스로 밝힙니다. 저는 예전에 KBS 제1라디오를 심야에 듣다가, 월남전의 영웅 채명신 장군이 출연하여 군 전역 후 세계 각국을 돌며 외교관 생활을 하던 이야기를 풀어 놓던 방송을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진행하던 여성 아나운서는 "파티는요? 파티는요?"를 연발해서, 외교관 하면 날마다 이어지는 화려한 파티를 대뜸 떠올리는 게 선입견이구나 같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외교관이라고 하면 그 어렵다는 외시를 패스하여, (예전에는) 특권층에게만 허용되었던 해외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는 화려한 인생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 잘 나오듯 외교관 (가족)으로서만 겪는 애환이라는 게 있나 봅니다. 심지어 저자는 떠돌이라는 표현까지 쓰시는데, 직업군인, 외교관은 근무지를 자주 옮겨야 한다는 직업적 고충이 분명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교육 수준이 높아서, 베토벤 하면 누구라도 독일 작곡가를 떠올릴 텐데, p26을 보면 "(기질이) 드센 아랍의 여중생들"은 대뜸 한다는 소리가 "강아지가 어떻게 작곡을 해요?"였다고 합니다. 1990년대 유니버설에서 만든 가족물 중 베토벤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영화를 봤으면 베토벤이 원래 유명한 고전 음악가임을 모를 리 없는데 그 여학생들은 좀 이상하긴 합니다. p183에도 베토벤이 한 분 나오는데 이분은 진짜 베토벤(?)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한국의 서울이 거꾸로 세계의 유행을 앞서 나갑니다. 재미있는 건, 선배 대사 부인들이 저자에게 충고하길, 여기서 유행인 건 서울에 사갖고 들어가지 마라, 벌써 한물 갔을 가능성이 높다(p76)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한국이 확실히 잘사는 나라이기는 한가 봅니다. 브루나이도 산유국이라서 부국인데, 그 대사 부인이 아랍 여러 나라들처럼 지나치게 사치하지는 않더라는 말씀에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김치가 참 세계화한 음식이긴 한지, 앙카라 주재 태국 대사 부인은 저자가 토산 기념품을 선물로 주자 김치가 아니라며 살짝 실망하는 기색도 비쳤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누구한테 김치를 선물로 주면 욕먹을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나는데 말입니다.

터키(현 튀르키예)는 다민족 국가라서 소수 민족 분리독립 운동이 예전부터 거세게 일었습니다. 또 그것과는 별개로, 201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ISIS라는 테러 단체가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었는데, 저자도 그때 터키에 머무신 터라 책에는 테러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p119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 미스터리 소설이 배달된 걸 보고 남편분의 취향이 전혀 이쪽이 아니라는 걸 알았던 저자는 "이건 반드시 테러 시도다!"라고 확신했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호주 대사가 고고학 관련 서적을 남편분께 선물한 것이었는데, 특별한 호의가 깃든 선물이니 페덱스로 배송되었겠고 말입니다. 제 생각에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페덱스로 폭탄(혹은 탄저 가루라든가)을 보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쿠웨이트는 석유가 그 좁은 지역에 엄청 많이 나고 바다에까지 면해 있어 정말로 축복받은 땅입니다. 그런데 한국만큼 밤에 여성이 안심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도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 주는데(p177), 참으로 잘하신 일 같습니다. 절대 차는 함부로 타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셔서 외교관 가족의 고충도 보람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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