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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 정보라
  • 15,750원 (10%870)
  • 2023-11-11
  • : 945

죽음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잘살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살아 있을 때 죽음은 제쳐두곤 한다. 특히 지금의 생활에 빠져 있을 때 죽음은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렇게 지금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남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괴로워하는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기 감정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만약 죽음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렇게 행동할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언젠가는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남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줄이거나 멈출 것이다. 그런데도 제가 제 쾌락을 위해 행동할 때는 그런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들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 그 소설이 바로 정보라가 쓴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다. 학교 폭력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인데, 가해자들이 떵떵거리며 살아서는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서 가해자들을 소설 속에서 응징하는데, 이 소설에서 한때의 잘못, 어렸을 적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나온다.


한때 저질렀던 잘못이라고? 용서할 수도 있지 않냐고? 자신이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에게 그건 실수였어라고 한다면, 개구리가 아, 실수였구나, 그래 내가 용서할게라고 할까? 그것은 가해자의 입장일 뿐이다. 피해자는 귀신에게라도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귀신이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 어쩌면 소설은 그러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정보라의 이 단편집에 실린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가 섬뜩하지만 그럼에도 위안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 반드시 실현된다고 할 수 없는 인과응보. 소설에서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소설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을,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이 소설집에는 기괴하다고 할 수 있는 소설들이 꽤 있다. 사실 우리가 죽은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림자를 떼는 인물도 나오고('그림자 아래' -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구병모가 쓴 '파과'가 떠오르기도 한다. 나이 든 여성이 등장하고 그 일이 킬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죽은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도 있고('전화'- 이 소설은 따스하다. 죽은 자와 통화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감추고 싶은 죽음도 있고, 그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도 있으니), 또 죽어서도 마약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존재도 있다.('사흘'- 마약이란 죽어서도 끊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쪽으로 생각해도 좋다 )


이러한 장면들이 나오는 소설과 함께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도 있는데 (감염, 타인의 친절), 이런 소설들 역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남의 고통에 대해서 과연 우리가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그 고통은 다른 고통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하거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하는 말들을 쉽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더한 고통을 주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결국 고통받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치는 그 사람이 고통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러한 시간과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섣부른 위로를 삼가면서. '타인의 친절'이란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고.


'감염'이란 소설은 섬뜩한 마음이 들게 했다.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해도 그 행동이 결국에는 자신의 몸에, 마음에 새겨지게 되는 모습. 자기 의지가 아니라 남이 원해서 하는 행동이었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자신이 감염되고 마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행동과 말들이 결국은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우리가 왜 폭력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혐오 표현을 하면 안 되는지를 적실하게 보여준 소설이다.


등장인물이 감염되어 가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다소 기괴한 장면도 나오지만, 그러한 기괴한 장면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남에게 준 고통을 자신이 똑같이 받아야지만 속죄가 되는 것이 아니지만, 또 그러한 행위로 자신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자신에게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한 사람은 은연 중에 감염되어 폭력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감염이다. 하여 감염은 내 의지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면역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 이는 이성이 감정을 제어할 수 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통제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으로 폭력을 제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러한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예전에 발표한 소설들을 엮어서 낸 책인데, 한편 한편이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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