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을 오고 갈 때마다 보름씩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두번, 세번 해돠도 익숙해지는 일이 아니였습니다. 일상의 모든 곳과 차단된 채 지내야 했습니다. 제약에 묶인 생활을 하다 보니 그간 흘려 넘겼던 사소한 것들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되레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간이 생겼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은 한 점 티끌에도 미치지 못할 지극히 보잘것없는 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건강과 신념뿐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늦은 밤, 자가격리를 하며 머물고 있는 서울의 한 숙소에서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면 불빛 휘황한 도시가 보입니다. 그러다 불 꺼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빌딩과 빌딩 사이로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저토록 많은 사람이 전부, 제각기 다른 생김생김을 한 우주라고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불 꺼진 밤의 창문을 바라보면 바깥 풍경보다 안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이 더 잘 보입니다. 이세상의 복잡한 배경이 암흑 속으로 밀려나고 거울 앞에 홀로 선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미약한 하나의 티끌 같은 존재, 혹은 하나의 우주인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선수가 항상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아니다. 최상에 가깝게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애쓸 뿐이다. 그래서 평소 실력과 기본기가 중요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데 있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잇는 것이다.
나는 교육이란 말에는 ‘가르치다‘를 넘어 ‘기르다‘란 뜻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가르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때 내가 중시한 것은 축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였다. 축구를 잘 습득하려면 운동능력 하라로는 어림없다. 운동능력이라는 재능을 뒷받침해줄 ‘성실한 태도‘와 ‘겸손한 자세‘가 겸비되어야 한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역량을 극대화할 줄 아는 것도 선수의 능력이다. 축구장은 단순한 몸싸움의 장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되는 두뇌 싸움의 장이다. 먼저 내가 날 다스리지 않으면 상대를 이길 수 없다. 이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고, 흥민이 역시 아믐속에 새기고 있는 말은 이것이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것을 초월하는 존중과 존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 운동장 안에서 선수들 서로가 보호해주어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다스리고 경쟁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저 공만 잘 찬다고 좋은 축구선수는 아니다.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내가 운동장 위에서 뛰고 부딪치고 눈을 마주치며 공을 차는 많은 선수들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매순간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일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해질 수밖에 없지요.
분수에 맞게 살면
우리 인생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이들과 운동장에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조용한 시간에 홀로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담박한 삶, 단순한 삶, 자유로운 삶.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입니다.
한 실업 축구팀에서 트레이너 코치로 일을 시작했다. 그때 오만가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 가운데에는 ‘좋은 지도자란 무엇일까?‘란 질문도 들어 있었다. 나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대체 좋은 지도자란 어떤 지도자일까? 나는 오늘 새월을 거치면서 좋은 지도자란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고생을 했다 해도 나보다 고생한 분들은 수도 없이 많다. 혈혈단신 홀로 살았지만 멀리 부모님이 계셨고, 집에서 보내준 용돈으로 군것질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밥는 굶지 않았다.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내 소신껏 반항하고 원 없이 버텼다.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좋아하는 축구까지 할 수 있었다. 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늦게 시작한 축그로 승부를 보겠다고 아등바등했지만 축구로 인해 삶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몸 성히 공을 찰 수 있었고, 지금도 흥민아랑 함께 뛸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악과 깡으로 살아낸 뉴년 시절을 떠올리면 어리석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지켜야 할 삶의 가치들 몇 가지를 얻었고, 쉽게 꺽이지 않았다. 감사하다. 그만하면 되었다 싶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만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긴 항해를 떠란 때 사람들은 바다에 그냥 오지 않습니다.
배를 띄운다는 것은
위험과 직결되는 갖가지 변수를 동반하는 일입니다.
눈앞에 닥친 리도 중요하지만
불칠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정한 성과를 얻으려면 그만큼 사전 준바가
꼼꼼해야 합니다.
끈질긴 물밑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축구는 볼에 비밀이 있습니다.
볼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져도, 괜찮습니다. 미래를 봐야 합니다.
오늘 이겼다 해도
미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강해지려면 먼저 내가 나로서 당당하게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가르쳐주는 대로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만 행각해봐. 그것이 뭔지 알면 결정은 바로 내릴 수 있다. 네가 원하는 걸로 결정을 해라. 사람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 네가 보는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것라고 생각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장 그것을 해라.˝
성공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성장이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를 초월하고 나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을 때 성장이 찾아온다. 잡스의 연설˝Stay hungry, Stay foolisth˝라는 말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의 발전을 위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