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식물의 향기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벌과 나비같은 곤충은 끌어들이고, 천적은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 식물은 멀리 퍼지는 휘발성 화합물을 만들어서 조작한다. 향기는 식물의 꽃에서부터 꽃가루, 잎 등을 통해 전달된다. 식물이 생채기를 입었을 때는 강렬한 향을 뿌리기도 한다.
필자는 야생동물 생물학자로 17년의 경력을 쌓던 중에 '향기'에 매료되어 천연 조향사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향수를 제작하기 위해 향수 성분을 조사하면서 향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같은 향기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향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이 책은 필자의 오랜 경험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식물은 유혹하기 위해 또는 쫓아내기 위해 향기를 사용한다. 현대의 인간들은 자신을 표현하거나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 다양한 향을 가진 향수는 인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필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향기에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 영성과 신비주의, 권력과 혁명, 향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세계사에서 향기의 역할은 신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잘 알려진 바대로 유럽에서 향신료인 '후추'의 인기가 대단했다. 후추 등 유럽 귀족층에서 인기가 많은 향신료를 위해 동쪽으로의 항해가 시작되고 세계의 교역과 탐험을 가속화 시킨다. 인도를 향한 항해의 길에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세계 역사는 발전해 갔다.
인류는 향기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대한 집착은 정원으로 표현된다고 볼 수 있다. 들판에 피어 있는 식물들의 아름다움과 기분좋은 향기를 집 안에서도 감상하기 위해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은 가정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부자들은 부를 과시하는 용도로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식물원을 통해 국내외 식물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고소한 커피향에 눈을 뜨는 경험은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한다. 때로는 그 향에 기분좋게 눈을 뜨기도 한다. 향기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무언가를 선사한다. 한국인들은 깻잎을 좋아한다. 깻잎은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처음 맡는 깻잎의 향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매력에 끌리는 걸 보면 향의 놀라움을 알게 된다.
신대륙을 발견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후추는 내가 좋아하는 향신료 중 하나이다. 다양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독특한 향이 내게는 자극적인 쾌락을 선물한다. 코를 찌르고 머리를 휘젖는 향기가 중독될만한 매력을 가진다. 인도의 서고츠산맥은 향신료의 중요한 원산지이다. 이 곳은 가장 인기 있는 3대 향신료인 후추, 생각, 카르다몸이 자생하는 곳이다.
후추는 실크로드를 통해 동방에 전혀졌고, 정화, 바스쿠 다가마, 콜럼버스 등과 같은 탐험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렇게 후추는 국제적인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세계 역사를 바꾸는 사건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인간의 품격을 높이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국가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인류가 향기를 사랑한 역사부터 향수를 만들어내는 역사까지 흥미롭게 다룬다. 향기와 향신료에 관련된 인간의 욕구와 권력 투쟁, 정원에 향기를 가두는 욕구, 그리고 향수와 패션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향기에 관한 서사를 보여준다. 향수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인류의 향기에 관한 집착의 역사를 보여주고, 향수와 패션의 귀결로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