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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저자 이치조 미사키

모모

2021-06-21

원제 : 今夜, 世界からこの戀が消えても

소설 > 일본소설

소설 > 세계문학 > 일본문학

소설 > 테마문학 > 영화소설




너를 잊어도, 나는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 책 속 밑줄


나는 평생 나 자신을 놀라게 하는 일 없이 살 줄 알았다.

내 행동에 나답지 않다든가, 스스로가 믿기지 않는다든가 같은 느낌을 받으며 놀라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시험 점수나 성적도 그렇다. 놀랄 만한 성과나 결과는 없다. 스스로를 잘못 보는 일도 없고, 다시 보게 되는 일도 없다.

그런데 그날 방과 후, 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너랑 사귀어도 되지만 조건이 세 개 있어."

설마 고백을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앞에서 그 애가 손가락을 하나씩 들며 사귀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놀라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뚜렷하게 '그래'라고 조건을 받아들여 놓고 이제 와서 말하기는 껄끄러웠다.

히노는 내일 방과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오해를 푸는 것은 그때로 미뤄도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생각도 조금은 정리될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직 불타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게 나와 그 애의 첫 만남이었다.



"널 좋아해도 될까."

그렇게 물었을 때는 이미 바람이 그쳐 있었다. 지금을 다 말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 좋아하는구나. 말로 하고는 실감했다. 나는 너를…….

히노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를 돌아봤다.

"안 돼."



"우리 아버지가 그러더라. 잘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쉽지 않다고. 그러니까 가미야 넌 남들이 말하는 잘난 사람보다 훨씬 훌륭해. 이런 말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고생하는데도 비뚤어지지 않았어. 이것도 아버지가 한 말인데, 고생한 사람은 대개 비굴해지거나 성격이 나빠진대. 그런데 넌 다정하거든. 아주 많이. 아주아주 많이."

그 말이 어제 헤어질 때 히노가 한 말과 겹쳤다.



"기억을 잃는다는 건, 사랑을 매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리고 나는 매일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렇다면 내일의 히노가 조금이라도 일상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히노가 쓰는 일기를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주자. 그것을 읽고 내일의 히노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도록. 새롭고 즐거운 일상을 시작하자. 그게 바로 희망일 것이다. 안 그래, 히노?



누구나 그렇다.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인간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와 나는 내내 도망만 쳤지만 나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저 빛을 잃었던 것뿐이다. 히노에게서 빛을 받은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다.



"어떤 사랑은, 잊히지 않아서 아프고, 어떤 사랑은, 잊혀져서 슬프다."



■ 끌림의 이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 안에서, 기억을 잃어도 감정은 남는다는 기적 같은 사랑을 그려냅니다.

사랑이란 결국 기억에 기대는 것일까요? 아니면 감정 그 자체일까요?

매일 사랑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 애틋한 전제부터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 끝을 알고서도 사랑을 택하는 용기를 보니 그들의 하루하루는 마치 연습 없는 무대 같았습니다.

다시 사랑하게 되는 운명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근원적인지 문득 깨닫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누군가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요?

기억이 사라져도, 마음이 앞서간다면 그건 진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연인이지만 연인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아름다웠습니다.

잊혀지는 고통 속에서도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두 사람을 보며 사랑이 가진 가장 깊은 모양을 떠올렸습니다.



한 사람을 매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같은 순간을 반복하면서도 새로운 감정으로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기억이 사라지고 하루가 리셋된다 해도 그 감정이 다시 피어나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마치 단순한 사랑을 넘어 존재의 증명일지도 모릅니다.


히노의 기억이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감정은 더 단단해지고 선명해졌습니다.

히노를 향한 서툰 다정함 또한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그녀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고 그들의 사랑은 더 이상 둘만의 것이 아닌, 읽는 이의 마음에도 머물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지워져도 감정은 매일 새롭게 사랑을 쓸 준비가 되어 있으니깐요.



■ 건넴의 대상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

슬프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에 끌리는 독자

기억과 감정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사랑이라는 단어에 아직 마음이 떨리는 사람




사랑이 지워져도, 그 감정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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