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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 글자 풍경
  • 유지원
  • 13,500원 (10%750)
  • 2019-01-30
  • : 3,797



■ 책 정보


글자 풍경

저자 유지원

을유문화사

2019-01-30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책 소개


『글자 풍경』은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부터 한글까지, 전 세계의 글자들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일상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글자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입니다.

특히 글자가 탄생하고 변화해온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탐색할 수 있어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이탈리아구나. 아, 내가 이탈리아에 왔구나!

베네치아에 도착한 길에 평범한 연구소의 간판 하나와 마주쳤다. 탄성을 머금은 채 그대로 멈춰 서서 들여다봤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어 막 이탈리아에 도착한 직후였다. 내가 살던 독일의 일상에서는 보기 드문, 둥글고 밝고 비례가 우아한 글자들이었다. 그 글자들이 따뜻해 보이는 하얀 돌 위에 새겨진 채, 남쪽 나라의 화사한 태양 아래서 나른히 기지개를 펴며 몸을 늘이고 있었다. 여기, 이탈리아가 깃들어 있었다.



국경을 넘는 모든 경험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알프스를 넘는 경험이었다. 독일에서 알프스를 넘어서 마침내 남쪽 나라 이탈리아의 풍광이 나타나는 순간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버스로, 자동차로, 기차로, 비행기로도 넘어 보았고,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도, 스위스의 알프스로도 넘어 보았다. 그때마다 매번 눈부신 변화를 접했다. 알프스를 넘어가면 태양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나뭇잎의 반짝임이 달라지고, 바람의 성격이 달라지고, 올리브 나무의 회녹색을 닮은 듯 건물들의 재질과 색채감이 달라진다. 그렇게 사람들의 피부색과 생김새가 달라지고 기질이 달라지며, 언어가 달라진다. 그리고 글자가 달라진다.



글자를 다루는 것은 곧 정보를 쥐는 것이라, 글자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었고, 동서의 역사를 통틀어 주로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글씨체의 역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예외적인 두 문자 문화가 있었으니, 하나는 한글이고 다른 하나는 히라가나다. 궁체는 궁녀들이 궁에서 쓴 글씨체다. 한글 글씨체의 발달사는 조선 후기 이후 여인들이 주도해 왔다. 궁체의 종류는 크게 편지를 쓴 ‘서간체’와 소설을 필사한 ‘등서체’, 두 가지로 나뉜다.



오늘날 디지털과 오프셋 인쇄의 창백한 기술 환경 속에서 물성이 탈락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물성의 결여를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질 속에는 다른 층위의 비언어적인 정보들이 정교하게 담긴다는 사실 역시 주지하려는 것이다.



■ 책 속 메시지


글자는 언어를 담는 그릇일 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풍토가 반영된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지역에 따라 글자의 생김새가 다르니 즉,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과 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되죠.


문자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오늘도 문자는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책 정리를 하다 오랜만에 손에 잡힌 책 한 권을 문득 펼쳐 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글자 풍경』은 단순한 문자의 배열을 넘어 그 문자가 태어난 땅의 공기와 빛,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익숙했던 글자들 속에 풍경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치 여행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시가 활자처럼 느껴지고, 활자는 또 하나의 세계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로마자와 룬 문자 그리고 한글과 훈민정음의 역사적 흐름이었습니다.

하나의 문자가 어떤 경로로 발전해왔고 또 다른 문자와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읽으며, 마치 다른 문화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글의 아름다움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한글은 그 자체로 위대한 발명이며, 우리가 자긍심을 가져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 책은 글자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제가 살아가는 세계와 제 자신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난 후부터 거리의 간판, 오래된 표지판, 카페 메뉴판마저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읽히는 글자가 아닌 그 너머의 역사와 문화, 감정이 함께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글자를 읽기 위해 바라보지만 이 책은 글자를 느끼기 위해 들여다보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활자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는 분

언어와 문화의 연결고리를 탐색하고 싶은 분

한글과 세계 문자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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