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비오는 유칼립투스 숲
이번주는 온라인 결제와 택배 반품의 연속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택배기사로부터 반품 수거문자를 받고 모닝홈트를 한 후에 반품물건 상자를 현관문 앞에 놓아두었다. 아마도 오늘 오는 택배기사는 반품 수거와 동시에내가 그제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 줄 것이다. 
#1. 느닷없는 마음1 : 스탠드 조명
어제 퇴근하고 오니 현관문 앞에 내 예상보다 더 큰 플로어램프가 서 있었다. 램프의 갓이 내 예상보다 컸는데, 해당 제품의 쇼핑몰에 가서 다시 보니 내가 내 마음대로 작게 생각한 거였다. 제품 사진 속 플로어램프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소파 옆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플로어램프 배송 기사와 시간이 맞추기 힘들었다. 플로어램프 정도는 그냥 배송만으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굳이 기사가 조립을 해주는 시스템. 가난 탓으로 웬만한 것은 죄다 DIY로 구매하는(하지만 너는 조립하는 솜씨가 전문가급이잖니!!) 남동생이 이 사실을 알면 놀라 자빠질 듯. 반면 나는 부자여서가 아니라 조립할 자신이 없어서(대학생 때 자취하던 시절 첫 DIY 가구였던 2단 책장 조립 실패 후로는 DIY 제품을 사지 않고 있다) 기사가 그러면 조립해서 현관 앞에 세워두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라고 했다. 플로어램프 포장제(쓰레기)를 기사가 가져가서 좋았다. 한 가지 문제라면 '이렇게 다 가져가버리면 반품할 경우 뭘로 포장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플로어램프를 집 안으로 가져와 거실에 놓아두었다. 정확히는 1인 리클라이너와 3인용 소파 사이에 두었다. 발가락으로 램프를 켜고 리모컨으로 TV도 켰다. 은은한 주황색의 램프 불빛 아래에서 보는 유튜브 영상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의 주인공 집 거실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해 주었다. 물론 프랑스 출신 문화 금수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추구미 속에는 75인치 스마트 벽걸이 tv와  노르웨이식 미학의 리클라이너 소파, 뭔지 모를 카피캣 느낌이 가득한 한국의 가구 브랜드의 플로어램프와 소파가 단 1개도 들어있지 않겠지만 극동아시아의 한 귀퉁이에서 생존을 위해 버둥거리는 일개 서민일 뿐인 나에겐 고품격 프랑스 문화 귀족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조명은 빌트인이 최고지, 번거롭게 스탠드가 왜 필요해?!!라는 신념의 소유자였던 나는 느닷없이 지난주 일요일밤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단스탠드 2, 플로어램프 1을 장바구니에 넣고 체면이라도 걸린 듯이 결제를 했다. 단스탠드 1을 침실의 테이블(단스탠드와 테이블은 같은 브랜드의 유사한 색상이라서 잘 어울렸다) 위에, 엔틱 느낌의 또 다른 단스탠드는 서재의 피아노 위에(우리 집 유일의 고급 엔틱 가구 담당인 피아노의 고동색을 나는 우아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 한때는 중고로 팔아버릴까 또는 인근 초등학교의 방과후 피아노 교실에 기증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럭셔리 장식품으로 사용 중이다. 피아노 위에는 내 사진들이 즐비하게 놓였다) 놓여 있다. 책상에서 사선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피아노가 있기에 단스탠드를 바라보기 좋아서 매우 만족하며, 서재에 있을 때는 천장 조명으로 인해 방이 눈부시게 밝아도 스탠드를 켜 둔다. 지금도 아련하게 오렌지빛을 발하는 스탠드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일기를 쓰는 중이다. 
#2. 느닷없는 마음2 : 숙박업소(aka 호텔, 나는 숙박업소 느낌의 침대프레임과 침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좋아하는 것은 좀 유치한 침구들, 예를 들면 잔꽃무늬, 프린트가 화려한 마리메꼬, 학생 때는 해피엔코를 침구 사용)st 침구 (feat. 좆(김계리김계리)같은 내란수괴 부부, 어서빨리사형당해라! 아리수아깝다)
느닷없는 마음은 알리지 케어 항균 특화를 모토로 상품을 만드는 침구 회사의 겨울 차렵이불을 간절기 차렵이불로 바꾸면서 생겨났다. 이 이불을 언제 샀나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 주거지들을 떠올려보니 분명한 것은 예전에 살던 집이었다. 그렇다면 최소 9년 전!! 
예전 집에서 나는 침대 프레임과 방바닥 사이에 공간이 있는 프레임을 사용 중이었고, 차렵이불이 아닌 오리털 솜통과 새하얀 면으로 된 이불커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는 두 가지 불편사항이 있었는데, 첫째는 침대 바닥에 먼지가 너무 빨리 많이 쌓인다는 것. 퀸 사이즈의 침대 아래에 청소기를 집어넣어서 청소하기에 내 팔 길이가 부족했고 여기저기 침대를 떠받치고 있는 침대 다리가 청소기의 움직임을 방해해서 청소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둘째는 이불 커버를 벗기고 다시 입히는 과정이 하면 할수록 불편하고 번거롭게 여겨졌다는 것. 이런 두 가지 불편함을 마음속에 폭탄처럼 지닌 채 백화점 침구 매장들을 둘러보다가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먼지가 거의 없는 차렵이불이 존재한다는 걸!! 그 이후 나는 겨울침구, 간절기침구, 여름침구 모두 이 브랜드에서 항상 구매하게 되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불세트의 디자인었다. 열심히 합리화를 해보아도 당췌 맘에 들지가 않았다. 특히 겨울 침구가 그랬다. 이 브랜드의 웃긴 점은 고급 라인의 디자인이 더 구리다는 것이다. 침구는 오래 쓰기 때문에 한 번 살 때 더 좋은 걸 사곤 했다. 
내가 가진 이 브랜드의 이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처음으로 산 간절기 차렵이불이다. 이걸 바꾸다가 느닷없이 '다시 돌아가야겠다. 동물털과 숙박업소 느낌의 새 하얀 이불보로!!'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당장 폰을 켜고 침구 검색에 돌입했다. 결제 직전, 잠시만 기껏 구입해서 이틀 밤 정도 덮고 자다가 이게 아니 다하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한 번 실패한 아이템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제를 일시중지하고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그래, 우선 테스트를 해보자. 숙박업소 st 동물털 침구 사용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도 여전히 새 침구를 사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때 결제하는 걸로 일의 순서를 정했다. 테스트는 무엇으로 하느냐 하면, 나에겐 십 수년 전에 사용하던 오리털 침구가 있는 것이다! 이 집에 이사오던 날부터 지금까지 다락층의 수납장에 들어 있을 거라 추측되는 예전에 사용하던 오리털 이불을 찾으러 다락으로 올라갔다. 오리털 이불은 알레르기케어 이불 살 때 받았던 이불가방에 얌전하게 들어있었다. 아니 잠시만, 이 오리털 솜통은 언제 산 거지?? 이것은 이전 집의 이전 집에 살 때도 쓰던 건데. 생각이 났다. 이 오리털 솜통은 2008년 12월 또는 2009년 1월에 샀다. 그 해 봄 나는 그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집의 겨울이 내 예상보다 더 추웠다. 웃풍이 너무 심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산 것이 오리털 이불이었다. 거위털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다. 2025년인 지금은 오리털 이불은 아예 팔지도 않는 거 같고, 심지어는 그 당시 내가 산 오리털 이불 가격보다 싼 거위털 이불도 많이 팔고 있다. 물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오리털 이불을 이불가방에서 꺼내 상태를 살펴봤다. 얼룩도 없고 구멍 난 곳도 없었다. 이불커버도 멀쩡했다. 흰 면 특성상 부분 부분 누렇게 바랠 법도 한테 며칠 전에 표백이라도 한 듯 새 하얬다. 아님 말고 하는 오리털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솜통과 이불커버를 통돌이세탁기에 넣고 신나게 세탁을 하고 말렸다. 오리털이 한쪽으로 쏠려 납작해진 걸 보고는 가망없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또 한 번 아님 말고 하는 기분으로 양 손바닥을 이용해 열심히 두들겼다. 놀랍게도 이불은 부불어 올랐다. 너 이 녀석, 필파워가 몇 이냐!!! 누가 보면 조선호텔침구인 줄 알겠구나. 그렇게 나는 이명박 새끼가 대통령인 시절, 구제역 전염병으로 인해 소를 생매장하던 장면이 뉴스에 생중계되는 걸 보고 계란과 우유조차 먹지 않는 극단적 채식을 시작했던 그 해에 아이러니하게도 북서향의 남루하고 저렴한 전셋집의 북풍한설을 견디다 못해 구입한 동물털 이불을 이명박 새끼를 감옥으로 보낸 검사 새끼가 사형에 이르게 되는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두 새끼들에게 김계리의 지읒 쌍욕을 보내고 싶다. 욕을 찰지게 잘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 나는 일기 쓸 때는 ㅈ욕이나 ㅅㅂ욕을 쓰기도 하지만(이 욕들은 마음속으로 할 때 적어도 나에겐 쾌감이 크다) 말로 내뱉지는 않는다. 말로 내뱉고 나면 수치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어휴 이 좆같은 새끼'라고 하면서도 입으로는 "야, 이 수오지심도 없는 놈아!!!"라고 번역해서 한 적이 있다.
세탁한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잔 다음 날 백화점에 갔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차렵이불 말고 솜통과 커버가 따로 있는 이불을 다시 사용하고 싶었고. 둘째 십 수년 전에 구입한 오리털 솜통(이건 싱글 사이즈라서 퀸 사이즈인 내 침대보다 작다. 손님방 싱글 침대에 둬야지)이 이렇게 멀쩡하다면 이왕 살 거면 좋은 솜통을 사서 오래 쓰자 하는 생각에서 더조선호텔 매장에 갔다. 사계절 솜통과 이불 커버와 베개커버 2장을 사면 180만 원 남짓. 내 마음이 또 언제 차렵이불로 바뀔지 모르고, 면 이불 커버가 생각보다 먼지가 많이 날지도 모르는데 버리기 쉽지 않은 가격의 침구를 사는 것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서 이불 구경만 하고 그냥 집으로 왔다. 하지만 거위털 솜통과 숙박업소 st의 새하얀 이불커버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에 여기저기 산재한 쇼핑몰에서 파는 여러 브랜드의 침구를 네이버 가격비교를 통해서 검색에 또 검색을 했다. 귀찮지 않냐고?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전혀. 사실 나에겐 쇼핑의 여왕 유전자가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온, 오프라인 손품, 발품 파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반품하는 것 역시도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검색의 결과 더조선호텔과 나란히 있는 침구 매장 제품의 저렴이 버전 즉 온라인전용 라벨이 붙은 침구 세트를 주문, 그러고도 아쉬운 마음이 남아서 더조선호텔의 온라인전용 커버세트를 또 주문했다. 이불 커버가 적어도 2장은 있어야 하니까. 침구 세트는 2일 만에 배송이 되었다. 거위털 솜통에 커버를 입히고(놀랍게도 커버 끈이 똑딱이 단추로 되어 있어서 묶지 않아도 되었다!!!!) 덮어 보았다. 내 둔한 몸은 매장 제품과 온라인전용 제품을 구분하지 못했다. 온라인전용도 충분히 좋은데!! 구매확정이다 하며 해당 쇼핑몰에 갔는데, 단 2일 만에 이 침구의 가격이 4만 원이나(?) 인하되어 있었다. 나는 얼른 새 이불을 덮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1:1 문의를 남겼다. 반품기한이 있으니 인하된 가격으로 재결재해 달라고. 안 된다고 했다. 하는 수없이 기존 물품은 반품신청하고, 인하된 가격으로 재주문했다. 그리고 다시 문의했다. 반품신청한 물건 그냥 내가 지금 쓰고, 재주문한 물건은 발송 안 하는 걸로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안된다 절차대로 반품하고, 재주문 건은 발송한다고 했다. 이런 융통성 없음이 납득이 안 되었지만 회사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아마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작태의 진상 구매자들의 이상한 구매와 반품 사유들 탓일지도). 그래서 나는 솜통과 커버를 분리시키고 이불 포장을 풀 때 기억해 둔 대로 다시 포장을 하고 박스에 넣고 처음 물건을 받은 것처럼 여기저기 테이프를 꼼꼼하게 붙였다. 어제 늦은 오후에 반품신청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택배기사로부터 반품물건 회수문자가 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현관에 있던 박스를 현관밖에 내어놓았던 것이다. 반품으로 인한 배송비는 5500원. 4만 원-5,500원=34,500원 때문에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내란수괴 배우자의 그 가격은 정확하지 않으나 6천~1억 사이 가격이라는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함께 생각하니 매우 빡이 쳤다. 180만 원짜리 더조선호텔 침구도 돈 아까워서 안 사고, 온라인전용 제품마저도 고작 4만 원 때문이 이 수고를 하는 내가 낸 세금(심지어 나는 서민계의 유재석 아닌가! 공제받을 항목이 없어서 세금 다 낸다 ㅠ)으로 일주일 동안 물 228톤을 쓰고, 전용기 타고 해외여행을 하고,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뇌물로 받은 그 년과 내란수괴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시발 더 열이 받는 건 좆같은 검사 새끼들이다. 니네들이 노무현 대통령한테 한 거 반이라도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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