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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6.

숨은책 888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

 모리카와 마치코 글

 김정성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05.8.8.



  2005년 8월 11일에 서울 성균관대 앞에 있던 〈풀무질〉에서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를 장만했습니다. 그날 책집지기님은 “아니, 어떻게 이 책을 바로 사요? 오늘 들어왔는데! 나 아직 구경도 못 한 책인데!” 하시더군요. “네? 그래요? 꽃할머니 책이라면 언제나 바로바로 사서 읽어야 한다고 여겼을 뿐인걸요.” “네, 그렇게 알아봐 주니 고마워요. 나도 그냥 한 말이야. 나는 책방을 하니까 다시 주문하면 볼 수 있잖아. 종규 씨는 멀리 충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내가 아직 못 본 책이어도 팔아야지.” 문옥주 할머니 삶길을 담은 조그마한 책은 몇 해 안 되어 판이 끊깁니다. 찾아보는 사람도 알리는 사람도 드물었을 뿐 아니라, 촛불(시민사회운동)을 드는 사람들도 이러한 책은 손사래치더군요. 순이로 태어난 몸이기에 노리개로 붙잡혔고, 노리개질에서 겨우 살아남고 보니 돌아갈 집과 마을이 없고, 앞길이 까마득하지만 나라(정부)는 ‘아픈순이’를 팽개쳤고, 이때에 작은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찌할 노릇일까요. 모든 고름과 앙금과 생채기를 고스란히 품은 몸으로 살아내고 살아남아서 조그맣게 남긴 목소리란, 우리 스스로 등돌리거나 지우려고 했던 ‘삶(역사)’입니다.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가 다시 태어나서 적어도 10만이나 30만 자락쯤 팔리고 읽힐 수 있는 나라여야, 이 나라에 비로소 참(정의·정의)이 바로서리라고 봅니다.


ㅍㄹㄴ


나는 위안소에서 열일곱 살이 되었다. 그때는 이미 담배를 피웠고 술도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많은 남자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57쪽)


난 이미 창부나 다름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남자의 성상대를 해주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평범한 결혼은 불가능한 몸이었다. (63쪽)


요금은 병사가 1원 50전, 하사관이 2원, 대위 중위 소위가 2원 50전, 대좌 중좌 소좌가 3원이었다. 내가 받은 표는 하루에 보통 30원에서 40원분, 일요일에는 70원에서 80원분 정도였다. 군인들은 어차피 자기들은 죽을지 모른다며 넉넉하게 팁을 주기도 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 액수만큼 사람을 상대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일요일에는 점심도 못 먹고 일해야 했다. (79쪽)


어쩌다 모처럼 놀러왔으면서도 방구석에 아무 말도 없이 무릎을 꿇어앉아 있는 젊은 병사들도 간혹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상관에게 얻어맞았다거나 해서 엄청 속이 상하거나, 돈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술을 살게요 하고 술을 사서 마시도록 해주었다. (81쪽)


나는 지지 않고 단호하게 되받아쳤다. “그 칼은 천황폐하로부터 받은 거잖아. 적에게 향할 것을, 왜 이렇게 험하고 먼 곳까지 당신들을 위안하러 온 나를 향해 겨누는 거야. 조센삐, 조센삐 하며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우리들 조선인도 일본인이고, 일본인이 되었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렇게 바보 취급 하다니 조선을 일본에서 빼내서 독립시킬 자신이라도 있는 거야.” (137쪽)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독립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얘기에 불과했다. 독립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태어났을 때 조선은 이미 일본의 식민지였으니까. (151쪽)


..20년 만에 다시 펼쳐 보아도슬프고 아름다운우리 이웃 피멍을 담은책이다...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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