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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움


겨우내 웅크리다가 첫봄부터 천천히 바람빛과 햇볕을 새롭게 느끼면서 깨어나는 나무요 풀입니다. 모든 푸나무가 똑같이 싹이 트지 않습니다. 모든 움은 다 다른 철에 따라서 일어납니다. 길잡이가 짚거나 알리기에 다 알아보거나 느끼지는 않아요. 누가 안 짚어 주어도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내내 곁에 서서 짚어도 영 못 느끼기도 합니다. 눈치가 빠르기에 똑똑하지 않아요. 기척을 알기에 이웃을 살피지 않습니다. 글을 많이 읽거나 쓰기에 밑절미가 단단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두런두런 들려주고 듣는 귀와 입을 열기에 천천히 살림을 여미면서 나란히 즐겁습니다. 해가 뜨고서 집니다. 별이 돋고서 떠납니다. 하루가 흐르고 바람이 지나간 티가 남습니다. 아이어른이 수다꽃으로 오늘을 살아가는군요. 밑천이 없으면 없는 대로 웃으면서 이야기숲을 이뤄요. 밑받침부터 든든히 다스리고서 기둥을 세웁니다. 여름에 접어들어 논마다 모를 냈고, 여름이 깊어가면서 푸릇푸릇 오르더니 어느새 익어갑니다. 움이 틀 틈이 있어야 합니다. 빛이 스밀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서 숨을 돌립니다. 팔베개를 하고서 낮잠을 즐깁니다.


ㅍㄹㄴ


거름·밑거름·두엄·감·거리·띠·띳장·모·싹·움·살림·섶·줄거리·졸가리·자락·길잡이·밑·밑동·밑감·밑바탕·밑절미·밑틀·밑판·밑받침·밑밭·밑밥·밑천·바탕·바탕글·바탕틀·씨앗글·글·글발·글월·글자락·글모음·글모둠·글묶음·이야기·이야기꽃·이야기숲·얘기·얘기꽃·얘기숲·얘깃감·올림글·수다꽃·보따리·보퉁이·꾸러미·받치다·받침·베다·발판 ← 자료(資料)


낌새·기척·기운·결·눈치·모습·모·끼다·느낌·깃·기슭·춤·듯·듯하다·듯싶다·빛·비끼다·비치다·숨·숨결·숨빛·싹·움·솟다·돋다·트다·틈·티·티나다·흐르다 ← 기미(幾微)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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