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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3.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

 김정 글, 호밀밭, 2025.4.11.



쏟아지던 비는 새벽부터 잦아들더니 아침에는 구름이 걷힌다. 마당과 길바닥을 살핀다. 빗물이 다 마를 즈음에 두바퀴를 달린다. 논두렁을 가로질러서 면소재지 푸른배움터에 간다. 한갓진 ‘투표소’에 어느 아재가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우르르 일어나서 “형님 오셨습니까”라든지 “선배님 나오셨습니까” 같은 말소리가 터진다. 속으로 ‘뭔 짓이래?’ 하고 혼잣말을 한다. 이 나라에서 전라남도는 외쏠림이 가장 깊고, 고흥군은 으레 첫째둘째 사이를 오간다. 다들 뭘 보고서 찍을까? 나는 1∼8이라는 이름을 슥 훑고서 “9 어린이 : 어린이를 살피는 사람이 안 보여서 어느 누구도 찍을 수 없다.” 하고 적는다. 이윽고 가게에 들러서 수박을 한 통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논둑길에서 땀방울이 맺는다. 앵두알은 붉게 익고, 초피알은 짙푸르게 굵는다. 《탯줄은 끊은 지 오래인데》를 즐겁게 읽었다. 글님이 ‘아이곁’ 이야기를 더 풀어낼 만하다고 느꼈지만, 이대로도 훌륭하다. 김정 님은 ‘아이를 훌륭히 돌본 하루’가 아닌 ‘아이하고 함께 자란 하루’를 풀어냈다. 아이 엄마요 ‘아줌마’인 이 책을 쓰신 분이 나라지기를 맡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줌마가 대통령·시장·군수·교육감을 맡아야 아이도 살고 어른도 살며 시골과 서울(도시) 모두 푸르게 깨어날 수 있다”고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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