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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사와 사토시의 작품은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으로 먼저 만났다. 책과 사람 이야기가 짙게 묻어나는 작품으로 진보초 헌책방을 어슬렁거리는 나를 상상해본 소설이었다. 최근 피로 이어지지 않는 가족을 말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현재 사회의 풍경 때문일 것이다. 야기사와 사토시의 이번 작품 『모조품 남매』는 어머니 아버지가 다른 의붓남매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이다 가문의 요이치와 유카리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대학생이던 요이치는 도쿄의 대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초등학생이던 유카리와 살기 위해서였다. 요이치는 의료품 제조업체에 다니며 경제를 책임지고, 요리 등 음식은 유카리가 만들기로 했다. 부모님이 구매한 50년 된 가옥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집안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고양이에게 다소 무거운 다네다 씨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살기로 했다. 쉬는 일요일이면 요이치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게 좋다. 일요일이 끝나가면 일요일이 저물어가는 걸 아쉬워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어 공감의 미소를 짓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남매가 되었다고 우리는 ‘모조품 남매’라고 일컫는다. 유카리는 오빠를 위해 도시락을 정성껏 싸주는데 요이치의 회사 후배는 이를 가리켜 ‘애매(愛妹) 도시락’이라고 말하며 부러워한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요이치를 위해 마중 나갔을 때 한 소년이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모습을 보고 유카리는 자기의 우산을 건네준다. 새어머니 사치코 씨의 유품이라 소중히 간직하던 하늘색 우산이었는데 말이다. 마음을 나눠준 유카리와 요이치를 만나러 온 소년 무사시와 마리에의 인연을 이어가는 에피소드가 퍽 다정하다.
소설에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질투의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 없을뿐더러 요이치와 유카리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물론 남매는 거절하지만 말이다. 유카리의 학교 친구 하세가와 또한 소중한 친구다. 무사시와 마리에 그리고 밭일을 하다 열사병에 걸린 옆집 할아버지의 밭을 직접 일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어린 사람들이 채소를 가꾸고 새까맣게 탄 모습을 보며 서로 웃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만약 일이 끝나고 녹초가 되어 돌아왔는데 집이 캄캄하다면 굉장히 무미건조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집에 불이 켜져 있고, 냄비에 따뜻한 카레가 있고, 아침에는 좋아하는 계란말이가 들어간 도시락이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82페이지)
부모님이 가족이 되기로 하고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유카리는 오빠에게 이쑤시개로 된 하늘색 깃발을 건네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치 부적처럼 지갑에 품고 다니던 요이치는 유카리에게 힘이 필요할 때 그 깃발을 건네주었다. 소중히 간직하던 부적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서로의 등불이 되어주는 남매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넘치지 않게 보살핀다. 삶의 목적을 서로에게 찾는 남매를 발견하게 된다. 학교를 그만두고 의붓여동생을 돌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때로는 힘든 일도 있겠지만 서로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챕터별로 주제를 정해 남매의 이야기를 한다. 네 계절을 지나며 주변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일상을 살아간다. 모조품 남매는 누가 봐도 진짜 남매가 된다. 소소한 기쁨이 가득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읊조리는 남매에게서 가족의 의미를 새긴다. 가족이라는 형태로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요이치와 시카노 선생님의 미래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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