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축을 권장하고 부채는 기피하지만 저축이 가능한 건 누군가가 그 돈을 빌려가기 때문이다. 부채나 빚이 없으면 저축도 불가능하다. (...) 그러니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려면 누군가가 끊임없이 대출을받아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돈의 유동성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한다. 빚이라는 존재의 실체, 그동안 어두운 면만 비춰 왔던 그 진짜 얼굴을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 P172
 
부채는 결국 ‘시간을 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 미래에 해야 할 투자를 빚을 이용해서 오늘부터 하는 것이다. 
- P186
 
빚은 기본적으로 나쁜 것이지만 신중하게 쓰면 괜찮을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빚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거나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될 분야가 있다고 생각을 조금 옮겨가는 게 필요하다.
- P190
 
빚은 규모 그 자체만으로 위험함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들은 전체소득에서 약 37%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체 부채에서 이들 상위 20%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3%나 된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대부분은 상위 20% 고소득자들이 지고 있다는 의미다. 
(...)
그러나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는 대부분 고소득층이 주택이라는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어서 대출 상환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출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그리고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요약하면 가계 부채는 그 규모 자체보다 누가 그 부채를 짊어지고 있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 P193
 
가계 부채와 관련해 생각해 볼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기금이 약 1,000조 원쯤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
우리나라 국민들이 1,000조 원을 국민연금이라는 주머니에 따로쌓아두지 않았다면 국민들의 금융자산은 지금보다 1,000조원정도 더 많을 것이다. 
(...)
물론 국민연금 기금을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쌓아 놓은 1,000조 원의 국민연금 기금은 그 절대 규모만으로도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이고 GDP 대비로 계산하면 단연 세계 1위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GDP 대비 세계 4위가 된 배경에는 GDP 대비 세계 1위 규모로 쌓아 놓은 미래를 위한 금융자산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가계 금융자산과는 별도의 돈이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주택임대사업의 특성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다르게 임대업자의 80%가 일반 개인이다.
- P197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다르게 임대업자의 80%가 일반 개인이다.
(...)
개인이든 국가든 기업이든 임대업을 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모두 비슷하다. 따라서 주택임대업을 개인이 하지 않고 국가가 하게 되면 국가가 어딘가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므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게 되고, 기업이 그 일을 하게 되면 기업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이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계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 이것은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대부분 주택이라는 안전한 담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상황이 다른 외국의 가계 부채와 그 규모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이 가계 부채의 실제 문제를 파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논증한다.
- P198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비교적 적은 국가 부채를 갖고 있었던 이유는 사회복지제도가 부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노인인구 비중이 낮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