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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첫 태양
  • 이데올로기 브레인
  • 레오르 즈미그로드
  • 19,800원 (10%1,100)
  • 2025-04-17
  • : 2,850

어크로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있었고 그 전 국민 대다수가 탄핵 찬성에서 탄핵 반대로 선회하여 거대한 시위 물결이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와 함께 초등생들이 민주당을 작심 비판하고 이재명 의원을 성토하는 영상도 SNS에 전파되었고 중학생이 어눌한 말투로 민주당을 비판하는 SNS 영상이 전파되기도 했다. 나는 그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즈음 그녀를 비판하고 새누리당에 욕설을 섞어 비난하던 초등생들의 영상이 떠올랐다. 김정일 전 북한 지도자를 존경할만한 지도자라고 칭찬 파티를 열던 모 지역 초등생들 영상도 떠올랐고 말이다. 또한 과거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 축구팬들 사이의 유혈 충돌이 이어지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축구 경기장 주변을 지나가던 한국인 남녀가 축구 경기 이후 흥분한 일부라기엔 다수의 중국 축구팬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과거 여성 중심으로 흘러가는 사회상에 불만을 품은 고등학생이 한국에 환멸을 느낀다며 중동 지역의 테러 단체에 가담하려 떠난 전적도 있다. 이 남학생과 같은 사례가 그즈음 전 세계에 즐비했으며 외국에선 여학생들마저 성전을 펼치는 전사의 아내가 되겠다면서 중동으로 떠난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정말이지 정치 성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학습되고 세뇌되는 것일까? 극단주의 성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의 영향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려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담긴 것이 본서이다. 본서는 정치학과 철학에 과학이 더해져 정치 성향과 극단주의 성향의 기원과 양상을 규명하려 노력한 저작이다. 나로서는 철학적인 담론보다는 신경과학으로 인간 사고의 경직성과 극단주의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도록 한 대목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8장 이전까지는 서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전개하는 장이었고 나로서는 10장 이후부터야 마지막 장까지 빨려 들어가듯 몰입해 읽게 되었다.

‘선조체에는 전전두엽 피질에 비해 도파민 뉴런이 훨씬 더 많다’는 데 동물 실험으로도 ‘선조체에 도파민이 고갈되는 경우 규칙을 학습했다가 반대로 되돌리는 작용이 저하된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유전자형에 따라 전전두엽 도파민 수치가 낮고 동시에 선조체 도파민 수치는 높은 사람들이 가장 유연성이 떨어지고 경직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전자 프로그램을 가진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경직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고가 경직되었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선택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나 새로운 선택이 훨씬 더 나은 상황에도 기존의 선택을 지속하는 경향성을 말하는 것으로, 위의 결과는 학습과 보상에 대한 일련의 실험을 반복하며 뇌를 관찰하는 연구로 찾아낸 결론이다.

그리고 ‘전대상회피질 역시 경직된 사고를 유지하는 데 영향을 주는데 이 뇌의 영역은 감정 처리 영역과 인지 제어 영역 사이에 확실한 경계가 없으며 그 둘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바뀌기까지 한다’. 또 이 영역은 전두엽 피질의 나머지와 유별나게 깊이 연결된 허브이기도 하다. ‘복잡한 인지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정자’로 불리는 영역이다. ‘남들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의 대상자들은 전대상회피질이 더 크다’고 한다.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뇌가 억제 작업에서 오류나 갈등에 보다 민감하다’고 하며 ‘정치적 보수주의자의 전대상회피질은 오류 관련 부정 신호를 보다 약하게 방출했다’는데 ‘이건 자신의 오류에 대한 반응이 무뎌졌다는 뜻’이다. 종교에서도 ‘종교 교의에 애착이 강할수록 습관이 된 행동을 없애라는 신호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배움의 발견]에서 타라 웨스트오버의 아버지가 그토록 견고한 종교적 교리를 고수하는 이유가 뇌과학에서 밝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전전두엽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었다’고 한다.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손상은 극단적인 행동 또는 정책을 도덕적으로 허용할만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관련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전전두엽 손상은 사람들의 사고를 경직시켜 종교적 근본주의와 급진주의로 이끄는 셈’이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나로서는 저자가 말하는 진보적 정치 성향과 정치적 보수주의라는 분류는 진보주의 정당이나 보수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유연한 편이냐 고지식한 편이냐를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쯤만 보면 저자가 정치 성향, 극단주의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겠지만 이후 언급한 연구들을 보면 결코 타고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5개월 영아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습관화를 조성한 후 실험할 때 보상 체계가 달라져도 기존의 습관을 반복한다’고 한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때는 습관화된 규칙에서 금세 벗어나던 아기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경험을 한 대상자는 성스럽지 않은 가치에도 신성한 가치와 동일한 신경학적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갑자기 외면당한 뇌는 온갖 가치에 성스러움과 의미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또 ‘인생에서 굴욕적이었던 순간을 되돌아보라고 요청해 개인의 의미에 대한 상실감을 유발하면 대상자는 기존의 자기 세계관을 더욱 드러내고 지지한다’고 한다.

저자는 ‘극단주의로 향하는 나선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정성이 높아진 환경에서는 신경 인지적 취약성과 독단적 이데올로기 사이의 역학 관계가 더욱 강하고 빨라진다’고 결론 짓고 있다.

또 ‘청소년기에는 이데올로기와 극단주의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그들의 뇌가 세상을 이해하고 다시 자신이 이해받기 위해 지나칠 만큼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미래를 예측하며 상황에 대처하는 데 기존의 경험들에서 규칙을 찾아내어 대응하는 편이 효율적이었던 진화 여정의 심리가 반영되어 현대인들도 일상에서 관성에 빠지기 쉬운데 특히 청소년기에 빠르게 삶에 적응하기 위해 규칙을 찾아내려 일상에 견고한 사고를 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타고나는 성향과 환경적인 영향이 작용해 정치 성향과 극단주의 성향이 가늠되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이러한 경향도 교육 등으로 인해 강화되거나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고의 견고성은 그를 완화하려는 교육과 심리치료 등으로 완화될 수 있으며, [배움의 발견]에서 타라 웨스트오버가 대학 초기에 보여준 기존의 종교 생활로 인한 경직된 양식에서 볼 수 있듯 삶과 환경의 영향이 사고의 경직성을 띄게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저자는 후성 유전학적 대응으로 이러한 성향에서 벗어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저작의 중반부 즈음에서 언급했다.

우리를 경직되게 하는 것도 유연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부에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걸 벗어나거나 강화하는 건 우리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이 시절은 혼탁하기도 혼란하기도 한 시대다. 이때 우리의 정치 성향과 극단주의 성향도 아마 여실히 드러날지 모른다. 그렇다고 환경에 좌우되기만 하며 체념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본서와 같은 알음알이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에 다가서 보는 것도 좋으리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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