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진석이라는 분 자신이 장자 연구로 박사 논문을 마치신 분이라 본서는 이분의 전공이자 오랜 세월 가장 깊이 천착한 분야를 담론한 책이지 않은가 싶다.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데 이 중 내편이 장자 자신이 직접 집필하였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원래 전체 10만 자였다고 사마천의 [사기]에서도 언급되며 이후의 역사서 등에서 언급되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건 6만 몇천 자 분량이라고 한다. 장자는 대개 큰 것과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한 것으로 대중에게 회자되나 장자의 가르침은 개념보다는 실제에 주목하도록 한다고 한다. 장자는 만물(모든 실제와 사유의 대상)을 기 氣로 인식하고 설명했으며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를 관찰하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자의 가르침을 서양 철학에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하는데 장자가 하나의 관점이나 이념보다는 실제 하는 바를 설명하려 한 것을 미셸 푸코의 능동적 주체로 설명하기도 한다. 푸코는 근대는 어떤 보편적 기준을 설명하고 그를 근거로 구분하고 배제하고 억압했으나 현대적 인간은 구분하고 배제하고 억압하는 근대적 인간을 벗어나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근대 정신을 종속적 주체로 현대 의식을 능동적 주체로 정의했다고 한다. 몇천 년 전의 인물인 장자는 푸코보다도 몇십 세기를 앞서 이러한 기준과 정의와 전승되는 관점을 너머 자유를 이야기하던 인물로서 시대를 넘어서며 능동적 주체이기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장자는 知 보다는 明을 중시했는데 해와 달을 구분하는 것을 ‘지’라고 한다면 해와 달이라는 이원론을 너머 이를 서로 의지하는 하나로 완전하게 파악하려는 것이 ‘명’이라고 한다. 이분법과 분별을 중시하던 세계에서 분별을 그친 경지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덕을 굵기와 두께가 남다른 것이라 정의하는데 내면의 두께가 남달라지는 것이 동양 수양론의 의의라고 말하고 있다.
장자가 말하는 오상아 吾喪我 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상시의 나를 기 己 라 하고 개념과 관념, 학식을 갖춘 나를 아 我 라고 하며 그걸 벗어난 나를 오 吾 라 한다고 설명하는데 결국 상아 喪我 라는 것은 내가 세상으로부터 갖춘 개념, 관념, 관점을 벗어난 것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상아라는 말은 무아, 탈아, 몰아를 이야기한다며 영어로는 엑스터시 ecstasy와 가깝고, 엑스터시는 그리스어 ‘에크스타시스’에서 유래한 말로 ‘에크’는 밖으로 벗어난다는 의미이며 ‘스타시스’는 현 상태, 멈춰있는 상태, 특정한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 믿고 따르는 이데올로기, 신앙, 이념을 가리킨다고 그러니 ‘특정한 장소나 생각에 사로잡힌 나를 벗어나는 경지’가 ‘엑스터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오상아라는 나 자신의 장례를 치른다는 말을 ‘나를 죽인다’는 뜻도 있다며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전의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나를 맞이한 경지’라는 의미로 깊이 남게 되었다. 이미 정해진 관념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찰기시 察基始 (그 근원을 관찰하는 것)라 하여 그 원인을 의심하고 다시 살피며 헤아리는 장자의 태도는 관성에 빠져 살지 말라는 일갈 같기도 했다.
세상의 정의들에 순응하기만 하면 바가지나 호리병으로 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닌 배가 될 수도 있는 큰 박을 깨뜨리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창의적 해결책은 관찰하고 다시 헤아리는 데 있다. 비단 이런 결과로서 필요하기만 하여 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득도하면 이치에 통달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임기응변을 할 수 있게 되며, 그로 하여 사물로부터 해를 입지 않게 된다고 한다.
장자에서는 작은 시야를 조롱하며 커다란 시야를 가진 이들이 예로 들어질 때가 많은데 그의 이야기들에서 웅대함과 장엄함을 엿볼 수 있으나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찰기시하고 밝아지고 자신을 죽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모든 과정은 자쾌 自快 라는 스스로 즐거이 여기는 과정속에서여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본서에서 느낀 바를 압축한 것이다. 본서는 장자의 우언들을 통해 장자의 의식을 헤아려 보는 책으로 그를 헤아리며 우리도 그가 관조하던 것을 엿보며 그와 같은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장자를 원문으로 읽으시는 분들도 그 웅장함에 헤매는 때가 있으실 텐데 그런 상황 때문이라도 원전을 읽으면서 동시에 믿을 만한 철학자의 이와 같은 저작들도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원전을 읽지 않더라도 시야의 확장을 위해 필요한 책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