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생각이 차오릅니다"
십 년도 더 전에 여행을 다녀왔던 홍콩. 당시 남들 다 간다는 주요 여행 명소에다가 마카오까지 둘러봤었는데, 나는 그저 예쁘고 낯선 경치에 취했던 기억 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남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저자의 알짜배기 여행기를 보여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과연 나는 뭘 좋아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될까?"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퇴사"라는 단어와 이어지게 되면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후 마주할 불안이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라기보다는 일종의 "테마 여행기"라고 보면 된다. 홍콩에 있는 유명 브랜드 등을 소개하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할까? 회사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저자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아주 냉철하게 접근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퇴사를 장려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퇴사 준비"를 권장하는 책이라고 하면 된다. 내가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말 다양한 사업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사실.
책 속에는 홍콩에만 있는 여러 다양한 브랜드와 사업들이 소개된다. 우선은 홍콩의 잠 못 드는 밤을 해결해 주는 "캡슐 호텔" 인 슬립. 우리나라처럼 워커홀릭들이 많은 홍콩에 있어서 최적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한약재로 만든 칵테일을 파는 "매그놀리아 랩". 우리에게도 한방은 급성 치료제라기보다는 약해진 체력을 보강, 회복시켜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딤섬을 문화적 경험으로 만든 미식 공간 "룽딤섬" 과 티 캡슐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고객의 마음을 이끈 브랜드 "티 샤토"도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모든 브랜드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몇몇 사업의 경우는 "과연 이게 사업이 될까? 싶은 회의감도 들게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마이너함 속에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과 "자존감" 등을 엿볼 수 있었고 굉장히 감각적이라는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 브랜드들을 훑어보는 가운데,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사는 지역 공간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이 사업을 하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꼼꼼하고 철저하게 브랜드의 이모저모를 소개만 할 뿐. 이런 태도가 오히려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사업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 그러나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홍콩의 여러 브랜드들도 처음부터 잘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 감정, 삶의 철학이라는 작은 씨앗이 공간과 경험을 만나서 싹을 틔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브랜드도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이 책 [퇴사 준비생의 홍콩]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마음속으로 작은 가능성을 품게 만드는 매우 감각적이고 충실한 여행기 [퇴사 준비생의 홍콩]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