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AI는 우리 자신이 된다.
인간은 스스로를 재설계하는 셈이다."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기술 낙관주의자인 미래학자 레이커즈와일은 이 책을 통해서 인간과 인공 지능이 융합하는 가까운 미래를 펼쳐 보인다. AI, 나노기술, 유전공학, 클라우드 기반 신피질 연결, 인간 의식의 업로드까지.. 커즈와일은 이러한 과정이 단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라 '불가피한 진화 경로'라 선언한다. 사실 과학 기술 발전의 속도는 대단히 빠르고 우리는 지금도 다양하게 기술 혁명을 겪고 있기에 그의 주장은 확실히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수학, 의학, 생명과학, 기계학습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기술이 어떻게 인간 능력을 확장하고 의식을 재정의할지를 설명한다. 특히 나노 기술의 발전이 그의 핵심 테마인데, 2030년대에는 나노봇이 암을 제거하고 DNA 복제 오류를 수정하며 뇌 신경 정보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더 이상 생물학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1000년을 사는 삶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기술적 설명을,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게끔 아주 친절하게 풀어낸 전달력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미래상은 한편으로는 대단히 환상적으로 보이긴 하나 우려가 되는 면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서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가 연결이 되는 순간, 그 데이터는 누가 소유하고 통제하게 될까?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 즉 기억이나 감정이 서버에 저장된다면 사고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까? 만약에 권위주의 정권이나 기업이 정보를 감시하거나 조작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윤리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면이 조금 아쉽다. 레이 커즈와일이 제시하는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이론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부분을 되짚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전반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다. 저자는 역사적인 흐름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인의 주장을 아주 설득력 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데이터들은 그래프나 도표 등을 통해서 소개되면서 그의 주장에 대한 든든한 근거가 되어 주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살펴보니 MIT를 졸업한 후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 신시사이저 등 수많은 발명으로 세상을 바꿔온 천재이자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 예언자라고 한다. 기술의 발전이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이라는 점에서 위기보다는 기회가 클 것이라 주장하는 저자.
솔직히 말해서 미래를 그려낸 디스토피아 장르 소설에 등장하는 개념이 좀 많아서 놀랐고 ( 예를 들어서 뇌 속 기억을 디지털화하여 업로드 등등 ) 이러한 가능성을 저자가 아주 기술적 측면으로, 낙관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에서도 조금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 책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진화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전환점에 있는 인류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철학, 윤리, 예술, 의학, 노동, 생명 그리고 인류라는 존재 그 자체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향한 매혹적인 예언을 하고 있는 책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받아들이고 또 만들어 나가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