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에 올인하고 있는 이 아귀다툼을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엑시트 옵션을 탐색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 개혁 프로젝트, 오픈 엑시트
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이라는 구조적 변동과 그 힘들이 기존의 제도 및 구조와 충돌하는 상황.. 여기서 새롭게 비롯되는 불평등의 구조.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철승 교수의 책 [오픈 엑시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하고 있다. [오픈 엑시트]는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에 이은 '불평등 3부작'의 완결판으로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문명론적' 입장에서 분석하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가 성공적인 탈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특히 저자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소셜 케이지, 즉 '내부 노동시장'이라는 독특한 제도에 대해 언급한다.
우선 저자는 이 '케이지'의 뿌리를 깊게 파고든다.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의 문명을 이룬 '벼농사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서구의 밀농사의 경우 개인주의, 개방성, 사적 소유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벼농사는 공동체 의존, 국가 주도, 가족 중심의 문화와 제도를 낳았다. 이 제도는 협업을 강요하는 동시에 위계를 고착화하면서 개인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통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설명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학벌주의, 노동시장의 경직화 등과 같은 문제에 시달린다. 이것은 일종의 구조적 억압의 생태계라 말할 수 있고 일종의 보호망 역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탈출을 막는 장치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른바 '한국형 시스템'과 충돌하고 있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을 분석한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저출생/고령화, 그리고 이민자 유입이 바로 그것이다.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젊은 사원들과 인공 지능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중장년층 리더들 간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노동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서 결국 출산과 결혼을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주류 산업에 진입하지 못한 채, 중소기업이나 지역 단위에서만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과거의 시스템과 정서를 벗어나서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회나 인간관계로부터 성공적인 탈출, 즉 "엑시트"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제시하는 "엑시트"라는 개념은 매력적이긴 하나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는 아니다. 사실 엑시트 옵션이 확대될수록, 능력 있는 자는 더 강해지고 취약한 자는 더 깊이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퇴사와 이직이 보장되는 시대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 더 높은 사다리를 향한 경쟁을 동반할 수도 있는 것. 따라서 엑시트가 개인의 자유로 여겨지기 이전에 반드시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공정한 엑시트를 위한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고 그것이 없다면 엑시트는 반쪽짜리 자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책 '오픈 엑시트'가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견은 무엇인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사회로부터 탈출과 도망을 권한다기 보다는 "왜 우리가 이렇게 탈출하기 힘든 사회에 놓여있는지"를 역사, 문화, 경제 등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엑시트가 다소 쉬운 사회로 바뀌기 위해서는 승자독식, 학벌주의 등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실패하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어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갇혀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조직이나 관계 등에서 엑시트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사회 개혁이 시급하다고 느끼는가? 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독자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오픈 엑시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