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지금까지 유럽 안에서 그리스교도끼리 해온 일을 이제 전도의 범위를 오리엔트로 넓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전개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포부의자 의지였다.
당시 로마를 비롯한 서유럽은 가톨릭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비잔틴제국은 그리스 정교회, 동방을 비롯하여 에스파냐 등지까지 이슬람이 확장세를 떨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스교 측은 이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탈환이자 해방이라는데 상대 측에서 보기에는 과연 어떨지...
아무튼 1차 십자군은 가난한 민중들에게서 시작되었다는데서 이후 십자군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은자 피에르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 있던 군중이 현재의 삶에 불만을 품고 일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1차 십자군의 주요 멤버는 로렌 공작인 고드프루아와 그의 동생 보두앵, 풀리아 공작인 보에몬드와 그의 조카 탄크레디, 툴루즈 백작인 레몽, 교황의 대리인인 아데마르 주교였다.
안티오키아로 향하는 여정길에서 십자군은 도릴라이움 전투에서 승리하고 에데사를 얻는다. 보두앵은 에데사 영주가 되고 주변은 에데사 백작령이 된다.
십자군은 드디어 안티오키아에 당도한다. 안티오키아는 고대 번영 도시였으나 이무렵에는 쇠퇴의 길에 접어든 때였다고 한다. 안티오키아 성벽은 탑만 4백여개로 방어에 최적인 곳이었다. 당시 시리아는 셀주크투르크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시리아 영주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시 이슬람 세계는 두 명의 칼리프(종교 지도자)가 존재했다. 바그다드는 아바스 왕조로 수니파였고 카이로는 파티마 왕조로 시아파였다.
안티오키아 총독은 전투를 앞두고 그리스도교 신자 남성들을 그곳에서 추방한다. 그러자 안티오키아 위성 도시의 주민들이 봉기했다. 십자군은 이곳을 공격함으로써 안티오키아 공략에 대한 키를 얻는다.
그러나 어느 전쟁이든 문제가 되는 것은 식량의 부족이다. 1차 십자군 여정을 확인하면 너무 준비 없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전쟁을 하는데 식량과 무기, 교통 수단 등에 대한 준비는 기본인데 1차 십자군은 그 부분이 너무 미흡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십자군에 탈주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 영국에서 군량을 실어오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가 일정 해결될 수 있었다. 이때 군량 뿐 아니라 탑이 함께 도착했는데 이는 안티오키아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셀주크투르크군이 참여하면서 안티오키아 성벽은 무너진다. 그러나 셀주크 투르크군이 안티오키아 성벽을 둘러싸자 십자군은 성 안에 갇히고 이때 비잔틴 황제 알렉시우스는 자기 군대를 철수시켜버림으로써 십자군을 분노케 한다.
이때 셀주크투르군 내 분열이 일어나자 보에몬드가 그것을 이용하면서 십자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향할 무렵 십자군에 참전한 제후는 이미 11명에서 6명으로 줄어 있었다. 제후의 수가 줄었다는 것은 민중군과 일반 병사들의 사상자 숫자는 훨씬 더 많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중 예루살렘으로 들어간 자는 얼마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을 다룬 국내 번역서 중 오랫동안 중쇄를 거듭하고 있는 책이다.
십자군 전쟁사를 언젠가 읽어보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루다 이제야 읽어볼 결심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국내 번역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선택지가 너무 좁았다.
십자군 전쟁 자체만을 다룬 책으로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다. 십자군 전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은 많이 있다. 그러나 당장 그 책들을 다 읽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
결국 로마인 이야기도 거른 내가 이 책을 구입해서 집어들었다는 이야기.
이 책은 전쟁 자체에 대한 역사라기보다는 십자군을 이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역사서지만 딱딱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대중들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읽으면서 계속 찜찜한 것은 영웅 서사와 제국주의적 시각에 대한 불편함이다.
문명과 야만을 구분짓는 것은 어느 한쪽을 문명으로 생각하고 전제한 개념인데 이것이 지금도 통용될 수 있을런지.
저자는 재판을 하면서 유럽인, 그리스도교 관점에 대한 시각에서 아랍인의 관점에 대한 시각을 더해 균형감을 맞췄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었음을 느끼게 하여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도 중쇄를 거듭한다는 것은 독자들의 선택을 결국 받는다는 방증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십자군 전쟁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도록 새로운 흥행 대중역사교양서가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