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1
"네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을 나도 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해 데리고 나왔더니 뭘 봐도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도 계속 네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
p51
...이십 년이라는 세월은 지나고 보면 순식간이나 아주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모든 모습을 바꿔버리는 것이리라.
p76
손에 땀을 쥐고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하나의 세계를 보며 흥분하지만, 그 세계가 끝나고 돌아본 자신의 주위는 평화로우니 그것도 다행이다 싶어 안도감이 든다.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일상이 조금이나마 좋아진다.
게다가 작은 상자 속의 세상을 일본 사람들이 즐긴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산간에서도, 해변에서도, 가본 적도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것에 아버지는 자신과 넓은 세계가 이어져 있다고 인식했다.
p78
-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면 돼.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꼭 명심해, 네게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p128
에미는 역까지 왔으나 약혼자와 함게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작가가 된다는 꿈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에미는 진짜 작가가 되기 위해서, 아직 집을 떠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랑받으며 자란 에미에게는 탐욕이 없다. 탐욕이 없는 사람에게 자기 내부의 영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지 알 리 없다.
꿈을 내던질 각오를 한 다음 몸의 저 깊은 곳에서 쓰고 싶다는 충동이 솟는 것을 형태로 만들어낼 때야 비로소 에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되었다며 세상에 발표할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기회는 그렇게 자주 오는 것이 아니므로 실력이 쫓아가지 못할까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눈앞의 기회를 잡으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과 예술을 지망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혼이 담긴 작품에는 반드시 누군가 알아본다. 작가가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최종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작품이다. 멋진 작품만 있다면 편집자는 산속 오지까지 원고를 받으러 올 것이다.
.....
꿈을 버리고 가업을 잇는 게 아니다. 내 혼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일부러 꿈을 내던지는 것이다.
p139
- 쓰려면 먼저 읽어야지.
그런 말을 듣고 책을 빌린다는 명목 아래 다케오의 아파트로 갔고 감사의 표시로 저녁을 해주다가 연인 사이가 되었는데 피차 "좋아해"라거나 "사귀자"라는 말은 한 적 없다. 그래도 문학에 대해 자기만의 의견을 지닌 다케오를 굉장하다고 생각하며 존경한 것은, 나로서는 좋아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므로 먼저 좋아한 사람은 나였다고 생각했다.
다케오도 나를 좋아하기보다 굉장하다고 생각햊길 바랐을지 모른다.
p145
책과 자전거의 공통점은 둘 다 내 세계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p151
......몸이 붕 뜨더니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따. 앞바퀴가 돌에 걸려 자전거가 쓰러지며 도로에 내동댕이쳐졌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리막을 달린 탓이다. 조금이라도 쉽게 오르막을 오르려고 내리막에 필요 이상으로 가속한 것은 내 잘못이다. 자동차가 마침 지나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p159
...논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다만 논리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고,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수만큼의 드라마가 생기는 게 아닌가.
아니, 인간의 감정을 논리적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후회나 죄책감에 자신을 변명할 때 아닌가.
p203
내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데, 너희들을 위해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도 가슴 저 깊은 곳에 봉인해왓는데, 행복이란 필시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닐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누ㄱ군가의 행복을 얻기 위한 것이, 더 노력할 수 있게 하고 얻었을 때의 기쁨도 훨씬 클 것이다. 그것을 위해 자신이 다소 희생하더라도 당연한 일이다. 행복이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하는 것인데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니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무엇이 옳은지 몰라 그 대답을 찾아 떠난 여행이다.
p209
...세월이 흐르면 작아지리라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딱딱하게 굳어질 뿐이다. 일단 굳어진 것을 없애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부모라도 그건 힘들다.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는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한다. 당당하게 맞서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사흘 밤낮이 이어져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주위 사람이 미코의 꿈을 방해하려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코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주위 사람은......., 나는 성실하게 미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p220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식으로 성장한다. 노동력과 그에 어울리는 금전 감각도 마찬가지다.....
- 학창 시절의 한정된 시간은 용돈을 벌라고 있는 게 아니야. 바로 앞의 욕구를 채우지 말고 미래의 자신에게 투자해.
그러니까, 공부하라는 소리다.
- 엄마는, 아빠오 ㅏ엄마의 지금 생활을 부정하지는 않아 헛소리로도 부자라고는 할 수 없지.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만족하며 땅에 발을 제대로 붙이고 사니까. 그런테 아카네의 미래를 백 퍼센트 개척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없어. 알겠니?
p241
...저는 공무원인데 제 일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저는 뜬 구름을 잡는 듯한 직업을 원하는 사람을 보면 일을 얕잡아 보지 마라, 네 꿈이란 것은 결국은 평범한 일에 종사하는 대다수 사람 위에 성립하는 여흥 같은 것 아니냐, 왜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느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 들어요. 딱히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한 것도 나를 깔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게 나를 최대한 지키려는 수단이었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았어요.
p249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참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하고, 다하고, 다해 일해 무엇을 얻었나. 그게 내가 바란 것일까.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도 아니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만을 위해 사는데, 몸을 깍고 계속 투자할 의미가 있을까.
p261
아이에게서 사악함을 뺀 게 손주야. 그러니까 천사지.
p265
...연회장에 모인 젊은이들도 여기서는 활짝 웃고 있으나 사회에서는 대부분 몸과 마음을 다 던져 끙끙대며 열심히 살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더 동창과 만나는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으리라. 고생담을 농담으로 바꿔 말하고 다시 만날 날까지 힘내자고 약속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간다.
p281
...당신처럼 매사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아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도 감정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당신이 그런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나는 며느리와 모에 편을 들 거예요.
p317
바다 역시 요새가 인ㄹ까.
산을 넘더라도 그 너머에는 또 요새가 있다. 일본의 끝까지 왔는데도, 또 요새가 있다. 도망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싸워라.
...하지만 싸우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니면 도망칠 수 없다면 포기하란 소리일가. 한정된 환경 속에서 최선책을 생각하라고.
p334
장소가 훗카이도로 바뀐다. 드넓은 대지로 들어가는 광활한 바다 위의 배. 혼자 여행을 떠난 한 여성에게 <하늘 저편>의 원고가 건네진다. 태아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기록하던 여성은 원고의 마지막을 완성한다. 그렇게 하나의 원고가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꿈을 포기하려고 온 청년, 다른 꿈을 찾아냈으나 주춤대는 사회 신입생, 자식을 위해 인생을 다 바쳤는데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아저씨, 자기에게 투자해왔으나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중년의 커리어우먼으로, 그때마다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다른 색으로 변하고 이야기는 돌고 돌아 이야기의 원래 주인공으로 이어진다.
...자기 일을 좋아하다가 병을 얻은 사람, 그 곁을 지켜주는 사람, 스러져 가면서도 남은 이를 걱정하는 사람, 이루지 못한 꿈에 한없이 애달픈 사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 꿈을 의탁한 사람에게 상처받고 젊은 시절의, 누군가에게 꿈을 의탁하기 전의 자신을 찾는 사람, 인생을 후회하는 사람, 살아온 생을 돌아보며 씁쓸해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안에 틀어박힌 사람, 그 모든 것을 품은 사람이 잇다. 그리고 그들은 한 편의 소설을 통해 다시 살겠다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겠따고,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겠다고, 화해하겠다고, 사과하겠다고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