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다
떠나야할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다
너는 아직 이별의 예감에 이르지 않았다
나와 나의 꿈은 이미 알고 있다
기다란 탁자의 끝에서 너는 지루한 표정으로
벽을 부수고 낯선 남자가 뛰쳐나오는데
천정의 석면 가루가 말문을 막는다
너는 무성의했고 무신경했으며 무지했다
너를 탓하지 않기로 한다
엉킨 시간을 무딘 가위로 힘겹게 자른다
어떻게든 다시 이어볼까 생각한다
시간의 틈에 댈 얇은 천을 고른다
해진 양말의 뒤꿈치를 기우듯
하지만 사람들은 새 양말을 산다
안녕, 깁지 못하는 말들
바삭거리는 과자가 되어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