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FUSION 과학

제 2424 호/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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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밤의 인공조명(사진 : 이윤선)



■ 인공 빛 오래 쬐면 갈색지방 줄어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과 같은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의 양을 각각 12시간과 16시간, 그리고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속의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의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은 무엇일까. 

■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과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 달리 몸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살도 덜 찌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갈색지방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쌓이는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에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후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들의 몸에는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하며 갈색지방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이 만들어진다거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칼로리를 소모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몸에 저장돼 있던 당이나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 멜라토닌 부족하면 갈색지방도 줄어들어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松果腺)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피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은 서로 연결돼 있어 혈액을 따라 흐르며 다른 호르몬을 건드리거나 활성화시키는 것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하나가 분비되지 않거나 망가지면 도미노처럼 모든 호르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속의 갈색지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호르몬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의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꿀잠을 위해 과감하게 인공 빛을 침대에서 차단해 보자.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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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7-01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한테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내 비만의 절반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ㅋㅋ

마노아 2015-07-01 08:38   좋아요 0 | URL
저도 화들짝! 이래서 의사가 살빼고 싶으면 일찍 자라고 했나봐요. 저는 깨어 있으면 그만큼 먹게 되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어요.(>_<)

서니데이 2015-07-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켜진 채로 자는 날이 많은데, 고쳐야겠네요. 저한테도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마노아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15-07-02 00:54   좋아요 0 | URL
아아 일찍 자야 하는데 어느새 새벽 한시... 더 분발하겠음돠!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목요일 보내셔용!
 
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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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시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바로 그 5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무수한 사람의 마음을 홀려버린 사람이 있다. 전 EBS 지식e 피디였던 김진혁. 그가 뉴스타파에서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5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애청자/애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뉴스타파는 탐사저널의 특성 상 주제가 꽤 묵직한 편인데, 그런 영상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묵직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좀 더 쉬어갈 여지를 주는 것이 김진혁의 '5분'이다. 지식채널이 그랬던 것처럼 영상과 음악이 주는 효과는 탁월했다. 하지만 5분 안에 모든 걸 담아내기는 힘든 법!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SIDE A 생각, 하다

TRACK 01 Good night, Good luck 
TRACK 02 복지국가 스웨덴의 비밀 
TRACK 03 주교 지학순 
TRACK 04 역사를 잊은 민족 
TRACK 05 안녕하십니까? 
TRACK 06 4만 7000원 
TRACK 07 천국의 집 
TRACK 08 꿈의 공장 속 ‘노동자’들 
TRACK 09 다메 

SIDE B 경계, 짓다

TRACK 01 세 개의 ‘국가개조론’ 
TRACK 02 사라진 목소리와 공영방송 
TRACK 03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TRACK 04 썩은 상자와 수평 폭력 
TRACK 05 공평하지 못한 세금의 결과 
TRACK 06 모독 vs. 모독 
TRACK 07 전시작전통제권과 세 명의 대통령 
TRACK 08 부동산 불패 신화와 아이 안 낳는 나라 
TRACK 09 꼰대 vs. 선배 

에필로그_ 주인의 자격


A면과 B면으로 나뉘어진 챕터가 꼭 90년대 '길보드 차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카세트 테이프를 연상시킨다. 천천히, 꼼꼼히, 곱씹어 읽기 좋은 주제들이다. 실제로, 아주 천천히 읽었다. 대부분 방송으로 이미 봤던 내용들이다. 그때 받았던 충격과 감동, 그리고 안타까움을 함께 담아 읽어나갔다. 붙여놓은 포스트잍이 책의 옆구리를 가득 채웠다. 책의 전체를 줄곧 관통하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비뚤어지고 왜곡된 역사와 불공정한 세상에 대해서 한숨도 가득 뱉어냈다. 그러니 심호흡도 필요하고 쉬어갈 여지가 있어야 한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


공화당은 여당인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언론은 자신들이 공산주의를 옹호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매카시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에 만연한 공포 분위기 -20쪽


저 매카시즘에 지금은 어떤 이름을 넣어야 할까. 과거에는 김대중, 이어서 노무현, 그리고 종북에 친노...

뉴스를 듣다 보면(뉴스를 주로 듣는 편이다) 늘 답답해지기 마련인데, 애청하는 CBS의 한 기자가 친노/반노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을 느꼈다. 친노/반노를 나누는 그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닐까 갑갑했다. 그걸 원하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 아닐까 하고. 또 어느 방송에서는 한 변호사가 국회의원 전체 명단을 가지고 검색을 해보았다고 한다.(김어준의 파파이스-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랬더니 몇 주 전에는 친노로 분류되다가 다시 반노, 그러다가 또 친노로 분류되는 등 기자가 기사 쓰기 나름으로 카테고리가 계속 바꼈다고 한다. 소위 '보수'라고 분류되는, 그렇지만 전혀 보수스럽지 않은 이들은 북한 없으면 어찌 살려고, 노무현 없이는 어찌 살려고 저리 물타기를 하는가 혀를 차게 된다. 사회에 만연한 이 공포. 그래서 그 이름이 곧 천형이 되는 이 병든 사회. 한숨, 아니 쉴 수가 없다.

 

 

“교회가 사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취해야 할 태도는 무산자에게는 참을성을 설교하고 유산자에게는 너그러움을 찬양하는 일이 아니며 문제를 얼버무리지 않고 그 원인을 똑바로 규명하여 해결점을 정확히 제시하는 데 있다.” -지학순 1921-1993


지학순 주교의 행적을 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함께 떠올랐다. 며칠 전 친구가 보내준 캡쳐본이다.


 


저 글은 작년 연말에 쓴 글인가 보다. 그러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미국에서 동성 결혼 합헌 결정 이전에도 이미 저런 말씀을 하고 계셨던 거다. 엄지손가락 쭉 치켜들어본다.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책의 메시지를 더 이어보자.

 

문제는 정교분리의 목적을 ‘권력의 종교 간섭 금지’가 아니라 ‘종교의 정치 참여 금지’로 오해할 때 생긴다. 2013년 1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국가기관이 개입한 명백한 불법선겅 책임지라’며 퇴진 시국선언을 하자 중앙일보가 11월 25일자 사설에서 “정교분리를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것이 비근한 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2월 11일 성명을 통해 “정교분리 원칙을 거론하며 교회의 현실 참여에 대해 일각에서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을 매우 폐쇄적이고 협의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주교회의는 ‘쇄신과 화해’라는 문건을 통해, 민족이 고통당하던 일제강점기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선 신자들을 돕지 못했던 일을 반성한 바 있다. -64쪽

 

당신들이 자랑하는 신의 위대한 사랑이, 당신들이 강조하는 그 원칙으로는 얼마나 편협하고 이중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는가.

 

좋아하는 뮤지컬 OST중에 '불공평한 이 세상'이 있다. 노트르담 성당의 콰지모도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불공평한 이 세상 너무도 다른 운명
신이여 이 불행은 나의 잘못인가요
사랑하고 싸우고 타협한 그 일 조차
너무 먼 나의 삶도 하지만 아름다워요
신은 어디있나요 높은 교회인가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 곁인가요
가난한 목자들의 초라한 경배보다

 

동방박사의 황금 주님도 사랑하나요
 
얼마 전 친구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는 동성애에 대해서 무척 불편한 감정을 느꼈는데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건 교육 탓이지 싶다. 교회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강조하니까 당연히 문제라고 여겨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질문했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배척하고 등돌리는 그 교회에, 예수님은 계실까? 
친구는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자를 보내왔다.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인데,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되어서 좋았다고...
이런 질문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필요하다. 고민하게 만들고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만드니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그중 하나인 파업

하지만 동시에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헌법을 제한하는 하위법 형법 제 314조 ‘업무방해죄’

하지만 파업의 본질은 업무방해  -96쪽

 

발레오만도 파업 참가자 32명에게 ‘26억 4800만원’ 청구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2억 6821만 1152원’ 청구

KEC 노조간부 및 조합원 88명에게 ‘301억원’ 청구(파업일수 14일)

철도 노조에게 민영화 반대 파업 관련 ‘162억원’ 청구

한진중공업 노조에게 ‘158억원’ 청구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돈

정말이지, 태어나 듣도 보도 못한 저 돈... 저 무지막지한 액수로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끝내는 그들이 목숨을 내던지게 만들었던 손배소.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노동자 파업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이런 걸로 only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이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은 노동 교육을 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하여,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권리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자유, 평등 같은 추상적인 개념부터 노동조합 만들기, 근로계약서 쓰기, 노사 합의 같은 실질적인 부분까지 모두 포함한다. -105쪽

 

이런 교육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늘 내년도에 있을 자유학기제에 대비한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임시 회의가 있었다. 특히 집중이수제로 1학년에 몰빵시킨 사회과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무엇보다도 선행해서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 노동자가 대다수인 사회에서 노동자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는 얼마나 불합리한가.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제발 뽑아주자. 그리고 지지해 주자. 당신도, 나도 노동자다. 

가난한 이들은 정말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사례도 많이 소개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한귀영 연구위원은 빈곤의 보수화, 계급배반투표 현상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50대 이상에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박근혜지지 현상이 나타났지만, 40대 이하에서는 가난할수록 민주당 등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쪽


손낙구는 “조사 결과 사람들은 이제껏 계급에 충실한 투표를 하고 있었다”면서 “문제는 계급배반투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정치 또는 정당 체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쪽

 

50대 인구의 막강 비중을 알기 때문에 섣불리 희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계급배반투표가 문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이 사회에 방점을 찍자니 한숨은 더 깊어진다. 계급배반투표와 마찬가지로 20대를 겨냥한 세대갈등도 눈여겨 봄직했다. 우리가 으레 그렇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보여주는 것이 고마웠다. 이런 수정, 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연대책임의식이 결여된 사회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문제

쌀 시장 개방은 농민들의 문제

이동권은 장애인들의 문제

노후는 노인들의 문제

각각의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로 파편화된다.

결국

선거 때가 아니면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는 국회

이런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도 자기 탓이라고만 생각한다. -293쪽

 

당신이 출세하지 못해서, 당신이 잘나지 못해서, 당신이 가진 것이 없어서 그런 대접을 받고, 취급을 받는 거라며, 이 사회가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런 프레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런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책임 역시 우리에게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믿고, 그러므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러니까 그 변화의 한걸음을 위해서 '연대'해야 한다. 

 

영화 '소수의견'을 보았다. 영화는 픽션임을 강조하며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때 그 철거민은 어디에 있는가. 그 철거 현장은 그곳에만 있는가.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 사과는 하고 있는가? 과연, 이 모든 것들은 '소수'의 의견인가? 

 

세상을 등지고 살 수 없으니, 우리는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 세상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이 공정하고 정의롭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 시선에 이 책이, 이 영상들이 한줌의 흙이 될 것이다.

덧글)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250쪽과 252쪽에 따옴표가 탈락되어 있다. 다음 쇄에서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얼른얼른 더 많이 팔려서 널리널리 읽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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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6-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구입비 100만원 지원받아요. 이 책도 구입해야지요~ 연대해야만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겠지요!!

마노아 2015-06-30 23:14   좋아요 0 | URL
지원받았군요! 잘됐어요. 좋은 책은 마땅히 도서관에 꼭 있어야지요. 순오기님의 작은도서관도 이 사회의 한줌 흙이네요. ^^

2015-07-01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7-0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퇴근 후 `소수의견` 볼려고 예약했어요~ 김진혁 피디 「5분」도 좋을 듯...^^

마노아 2015-07-01 08:39   좋아요 0 | URL
어제 이승환은 극장 대관해서 소수의견 단체관람했는데 저는 똑! 떨어졌어요.
그럴 줄 알고 미리 봤나...ㅎㅎㅎ
5분! 좋습니다. ^^
 

직장 동료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일요일 오후 한시는 좀 애매했지만, 게다가 청담은 꽤 멀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까웠다. 버스 한번에 지하철 세번을 타고서 가야 했지만 한시간 안 걸려서 도착했다.


지하철 역에서 누군가 예식장 가냐고 묻는다. 응? 어떻게 알... 수밖에 없겠구나. 예식장 복장에 청첩장 들고 있었으니.

알려준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예식장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금 헤매고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어디 찾냐고 한다. 결혼식장 이름을 말하니 방금 지나친 건물을 가리킨다. 응? 여기? 


예식장이 아니라 고급 빌라였다. 하우스 웨딩이라고 하나? 전혀 예식장스럽지 않은 곳이었는데, 정말 예식장스럽지 않았다.ㅜ.ㅜ


왜냐하면...


식은 주례 없이 진행됐다(이건 맘에 들어). 신랑 신부 입장하고 성혼선언을 하고 축가를 부르고 행진하는 걸로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전문 식장이 아닌 관계로 기둥 때문에 신부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신부측 하객. 스크린도 없어서 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여기 정원에 테이블 놓은 거라서 사실상 야외결혼식인데 너무 덥다는 것이다. 봄 가을은 모르겠는데 여름은 좀... 천막을 치긴 했지만 여전히 덥고, 에어컨을 켰지만 온도가 무려 30도이고, 공간 규모에 비해 의자가 너무 많아 다닥다닥 붙여 앉아서 움직일 틈이 없다. 한명 일어나면 그 줄은 다 일어나야 하는 그런 상황.


성혼선언은 시아버지 될 사람이 했는데 신부 이름 잘못 부르고....;;;; 주례도 없는데 "본 주례가 선언한다"고 말하고...;;;;

사회자는 자꾸 버벅거리고, 축가도 너무 엉망이고, 요즘에는 줄어드는 추세 같은데 신랑에게 무반주 춤을 추라고 시키고(이런 것 좀 안 시켰으면...)....


제일 별로였던 건 식사 문제다. 결혼식 마치고 뷔페를 먹는데 줄은 너무 길고 음식 양쪽에서 떠가지만 집게는 하나씩이어서 두줄 선 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식장이 더워서 맥주도 미지근하고, 제일 황당했던 건 커피가 없다는 것이다. 커피는 없냐고 물으니 바로 앞 카페에서 시켜 먹으라는 대답이...;;;;;


청담도 별거 없구나. ㅡ.ㅡ;;;;


생각해 보니, 내가 식장이 별로라고 느꼈던 곳들은 대체로 전문 식장이 아닌 곳이었다. 그러니까 회사의 강당을 빌렸거나, 교회나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기대보다 별로였다. 아무래도 전문 식장이 아니어서 조명이나 기타 등등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게 아닐까. 


오늘 결혼식에서 좋았던 건 신부가 예뻤다는 것! 꽃같은 신부는 정말 화사하게 웃었다. 서로 누가 더 행복한지 내기하는 것처럼. 아주 보기 좋았다. 


돌아나오는 길,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자동차가 있었다. 이게 뭘까 자세히 보니 람보르기니. 

이어서 포르쉐 두대랑 아우디가 들어오는데 여기가 강남은 강남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귀가길,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집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가 있는 것이다. 

헐! 내가 검색했을 땐 안 나왔는데...

지하철 역과 바로 그 위의 버스 정류장 명이 달라서 검색이 안됐나보다. 

길찾기 서비스가 스마트하지 않아. 나도 스마트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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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5-06-2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결혼식 분위기 짐작이 되네요. 하하... 저는 결혼식장을 오로지 식사(전복갈비탕 한상차림) 위주로 결정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웃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마노아 2015-06-29 13:45   좋아요 0 | URL
후후훗, 네꼬님 식사 맛났습니다아! 맛났던 결혼식은 유독 기억에 남아요.ㅎㅎㅎㅎ
박원순 대표님과 함께~~ ^0^

무스탕 2015-06-2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강당에서 결혼한 1인 여깄습니다. ㅎㅎㅎ 제가 다니던 회사는 강당 엄청 크고 식사공간 넓고(엄청은 아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주차장 엄청 넓고 1일 1회 예식이라 시간 빠방하고 무엇보다 저렴!! 해서 좋았어요.
전 강남이 불편한건 차가 너무 막혀요 -_-

마노아 2015-06-29 13:46   좋아요 0 | URL
아, 딱 좋은 걸요! 제가 두달 전에 다녀온 곳도 회사 강당이었지만 거긴 회사같지 않고 정말 예식장 같게 깔끔했어요.
어제는 1일 1회 예식인데도 구멍이 뻥뻥뻥...
강남에서 하는 결혼식과 돌잔치 힘들어용... 물론 더 먼 곳도 가봤습니다만...^^;;;;

BRINY 2015-07-0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결혼식은 하겍의 편리보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게 중요한 겁니다.

마노아 2015-07-07 21:15   좋아요 0 | URL
자연광이 있으니 사진이 잘 나올까요? 사진 찍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각 안 나온다고 여러 번 줄 바꿨거든요. 제 짐작으론 사진도 잘 안 나왔을 것 같은데, 사진이라도 잘 나오면 다행입니다.^^ㅎㅎ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화사... 탑, 그림, 도자기...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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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 과학

제 2419 호/20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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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우리에게 준 교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19일)와 달리 지난 21일(일) 3명의 추가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총 감염자 172명, 사망자 27명(22일 기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15.7%로 올라섰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95명이고 14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 메르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격리 중인 인원은 약 4천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메르스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는 메르스를 독감과 비교하며 두려움이 과장됐다고 우려하고, 혹자는 메르스를 과소평가 한 탓에 메르스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안았다며 안전 불감증인 대한민국을 질타하고 있다.

■ 백신없는 메르스, 괜찮을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망자가 70~80대로 천식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사율이 15.7%로 높고,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40~60대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또 평소 건강했던 30대 의사와 경찰관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봤다. 그리고 어떤 확진자도 내가 메르스에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즉, 어느 날 갑자기 백신이 없는 병에 ‘내’가 걸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당연하다. 

안타깝게도 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메르스는 RNA 바이러스 계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태양의 표면의 코로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일 뿐 큰 의미는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스(SARS)도 코로나바이러스다. 

문제는 메르스가 RNA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정보를 저장한 위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누는데 RNA 바이러스는 구조상 불안정해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발견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100% 일치하진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백신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백신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반해 백신 개발 성공률은 10% 미만이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그레펙스, 이노비오, 노바박스와 같은 중소 바이오 기술업체들이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나, 아직 임상실험 이전의 초기 단계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상황을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누가 백신을 사용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상업적 시장이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백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신이 없다고 메르스를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도 가능하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에 가장 많이 쓰는 치료법은 대증요법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기침이 나면 멎는 약을 쓰는 것처럼 나타난 증상에 맞춰 이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에 메르스는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과 면역증강제인 인터페론을 활용해 바이러스에 맞설 힘을 키우는 치료를 추가한다. 

특히 메르스는 폐를 공격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 치료가 주가 된다. 메르스는 고열과 기침, 가래, 후두염 등을 시작으로 폐포의 상피세포에 침범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데 이 때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호흡을 돕는다. 최근 언론에 많이 소개된 에크모(ECMO)는 환자의 몸에서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주는 장치로 체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지난 주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에게 시행했던 혈장치료는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메르스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한다. 혈장에는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 항체가 있는데 이를 환자 몸에 넣어 바이러스와 싸우게 하는 것이다. 혈장치료는 에볼라가 유행했던 콩고 등지에서 사용해 일부 효과를 본 적은 있지만 아직 효과에 대해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대안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 공기감염, 가능할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도 모르는 새 감염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의 97%는 병원에서 일어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고 지금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의 응급실과 다인병실의 공간적 특성 탓이 크다. 메르스는 환자가 위중한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활성화되고, 이 때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한 경우 전염력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은 환자가 위급할 때 찾는 곳이고 공간이 좁은데다가 인원이 밀집돼 있다. 게다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기 좋은 고령자, 면역저하자,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다. 또 환자를 가족이 직접 간병하고 환자 외에도 많은 수의 외부인이 문병을 오는 등 자유롭게 병실을 드나드는 의료 환경, 부실한 병원의 감염관리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응급실과 병실은 공기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라는 점이 크다. 응급실에서는 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삽관을 시도하거나 기관삽관 전 가래를 빼기 위해 석션(빨아들이는 장치)을 사용하다보면 다량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 1㎛ = 1m의 100만분의 1)이 생길 수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보통 기침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범위인 2m보다 더 넓고 멀리 퍼질 수 있다. 

실제 평택성모병원에서는 같은 병동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염이 된 환자가 있는데, 역학 조사 결과 병실의 에어컨 중 3곳의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확진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나온 침과 바이러스로 오염된 손으로 접촉한 환자복에서 나온 먼지를 에어컨이 빨아들였고, 에어컨이 찬공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뿜으면서 바이러스가 번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도 한국의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비를 강조했다. 병원같이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에어컨을 통한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원 밖 공기전염에 대해서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만약 공기로 전염이 가능하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통해 전염된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중교통이나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데 지나친 공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맞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메르스로 27명이 사망하고 격리를 경험하거나 격리 중인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 이르게 한 건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여기고 과소평가한 정부 탓이 크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이럴 땐 믿을 건 안타깝게도 스스로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 병원에 갈 때는 마스크를 꼭 하고 다녀온 뒤에는 손을 꼭 씻자.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 지금으로선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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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6-2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도대체 왜 이재용이 대국민 사과를?
삼성이 국가고 이재용이 대통령?


마노아 2015-06-24 10:32   좋아요 0 | URL
삼성 차원에서는 더 여론이 나빠지기 전에 수습하는 거겠지만, 정작 마땅히 해야 할 대통령은 암것도 안 하니 모양새가 웃겨요. 달리 삼성공화국인가 싶네요.
어제 운동하면서 그장면 봤는데, 이재용은 목소리는 별로더라구요. 인물은 괜찮은 편인데.
다 갖추진 못했구나.. 라며 쓸데없는 위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