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과 力의 공통점은 기운다는 점이다 :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달(月)과 권력(力)의 공통점은 때가 되면 기운다는 점이다. 최가박당(崔家朴黨)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모양이다. 권력이 기울자 이들에 대한 비리 제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사이, 이 위급한 상황에서 박근혜는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나 등장했다( 팩트 :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오전 10시쯤 대통령이 서면(書面)으로 첫 보고를 받은 뒤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 대면(對面) 보고도, 대통령 주재 회의도 없었다). 그녀는 상황 파악이 안된 듯 엉뚱한 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담담한 표정과 자다가 막 깨어난 듯한 푸석푸석한, 부은 얼굴이었다. 깊이 없는 표정에서 드러나는 권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해서 온갖 썰이 나돌았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는 썰은 < 보톡스 시술설 > 이다. 이상호의 고발뉴스 보도에 의하면(주장에 의하면) : 최순실 씨는 6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의사를 데리고 청와대에 들어갔으며 시술시 수면유도제(프로포폴)로 환자를 잠재우는데 시술 시간은 보통 7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별개인 세월호 7시간과 보톡스 7시간을 같은 카테고리로 겹쳐 놓으면 묘한 긴장감이 돌게 된다. 내가 박근혜를 볼 때마다 섬찟섬찟했던 이유는 죽은 얼굴(표정)과는 달리 눈빛만은 3년 삭힌 홍어 향처럼 강렬했다는 데 있다. 한양 뒷골목 저잣거리 쌈마이 말투를 사용하자면 xx x 같은 얼굴이었다. 아, 무서워라.
세월호 사태 때 박근혜가 보톡스 시술을 했다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그 오묘했던 표정에 대한 미스터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보톡스는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기능을 하는 독소라고 한다. 보톡스 주성분인 보톨리눔 독소 12~18나노그램을 몸에 투여하면 사망에 이르고, 약 130그램(g) 은 전세계 인구 약 70억 명을 전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화학 물질이라고. 이 무시무시한 독소를 성형 시술에 적용한 것이 보톡스 주사'이다. 보톡스 주사는 주름살을 만드는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서 주름살을 없애는 시술이다. 잔주름은 표정이 없을 때는 뚜렷하지 않지만 표정을 지을 때는 뚜렷해진다.
표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주름이다. 박근혜가 항상 무표정한 얼굴인 것처럼 보이는 데에는 보톡스에 의해 주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정은 비단 얼굴 근육과 주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눈빛도 표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박근혜의 얼굴 표정은 죽었으나 눈빛만 살아 있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 눈빛 " 은 보톡스 주사가 제어할 수 있는 근육의 영역이 아니라 투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와 연결시키면 박근혜의 발연기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연기자는 22가지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직업군이다. 달리기 선수가 허벅지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배우는 얼굴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배우에게 보톡스 시술은 목수의 팔을 자르는 것과 같다. 주름의 변화는 표정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데 연기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보다 훌륭한 도구는 없다. 박근혜는 무대 위에 오른 꼭두각시 배우였지만 그다지 훌륭한 연기자는 아니었다. 역사는 박근혜를 천의 얼굴을 연기해야 했지만 실력이 모자랐던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다음은 전에 써두었던 얼굴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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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역'이었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남녀가 지하철을 탔다. 앉을 자리'는 있었으나, 아.... 神은 이들 연인을 시샘하는지라 빈 자리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각자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로 마주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옆에는 여자가 앉았고 맞은편 자리에 남자가 앉았다. 이 이별 앞에 나는 주책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은 가면과 같아서 뒤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나도 달달한 연애를 해봐서 안다. 웃고 있어도 아아, 눈물이 나고, 보고 있어도 아아, 보고 싶은 시절이다. 그때였다. 맞은편 남자가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여자도 손동작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것은 손으로 만든 메시지가 아니라 정확히는 수화'였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들은 본격적으로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아'였다. 조용하지만 매우 수다스러운,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조용하지만 꽤나 수다스러운 묵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순간 나는 맞은편 남자가 하는 수화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되었다.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 수화도 배웠수 ? " 물론 배운 적 없다. " 그럼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요 ? " 그럴 리는 없다. 수화를 배운 적도 없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심안 능력도 없지만 어렴풋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얼굴 표정 때문이었다. 남자는 수화를 할 때 손동작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다. 손동작 못지 않게 자주 쓰는 근육은 얼굴이었다. 표정은 무척 다양했다. 아, 하는 표정. 우, 하는 표정. 어, 하는 표정. 와, 하는 표정. 아아, 하는 표정. 우우, 하는 표정. 우와, 와우, 와와, 에에 하는 표정을 선보였다.
그 사람 얼굴 표정을 읽으니 대충 손동작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자막 없이 외화를 보는 방법과 유사했다. 놀라지 마시라. 나는 영어 깜깜이'에 해당되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묵음으로 처리하고 보아도 대충 알아듣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법을 숙지한 상태에서 배우의 표정을 읽으면 된다. 오랫동안 필름을 다루다 보니 헐리우드 영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 하는 표정에는 항상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고 어, 하는 표정에도 특정한 대사가 사용되었다. 표정을 읽으면 언어를 몰라도 대사가 보인다.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다 보면 일본 영화, 스페인 영화 심지어는 콩고, 과테말라, 푸에리토푸리코, 아주리쌍쌍국 영화도 자막 없이 볼 수 있다. 수화도 마찬가지였다.
애린아, 네 옆에 앉은 남자 웃기게 생겼다. 오빠, 내 옆에 앉은 사람 우리 대화를 알아듣는 거 같아. 에이, 설마 ! 수화를 알겠어 ? 아니야, 오빠. 표정 봐봐. 어머머머 ! 지금 웃고 있잖아. 어떻게 ! 알아듣는 거 같아. 글쎄, 저 사람(곰곰발) 그냥 바보 같아. 음... 내 말을 알아듣나 ? 갑자기 얼굴이 누르락붉으락하네 ?!
수화를 하는 사람을 보면 표정이 매우 다양하다. 아마도 수화가 비언어'이다보니 몸짓 언어'를 강조하게 되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 비언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 수단이 바로 표정이니깐 말이다. 결국 수화란 손동작과 함께 얼굴 표정을 사용하는 비언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얼굴에 털이 없는 짐승'이다. 털 있는 짐승들은 꼬리와 몸짓으로 감정을 표시하지만 인간은 꼬리가 없기 때문에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시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짐승에 비해 인간의 얼굴은 근육이 많다. 근육하면 흔히 이두박근, 삼두박근, 괄약근만 생각하는데 사실 얼굴에는 22가지의 근육이 존재한다.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전두근, 비근근, 안륜근, 상순거근, 소관골근, 대관골근, 소근, 구각하체근, 이근, 하순하체근, 구륜근, 협근, 교근...... 바로 이러한 근육들이 섬세한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달리기 선수는 허벅지가 발달하고, 목수는 팔 근육이 발달한다면, 소매치기는 손 근육이 발달한 사람이다. 그리고 배우는 얼굴 근육이 발달한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22가지 근육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된다. 그 또한 근육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자'이다. 그렇다면 얼굴에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배우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까 ? 보톡스는 말 그대로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인데, 자발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고 연기를 하면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없을 뿐더러 배우로써의 자격 또한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톡스를 맞는다는 것은 곧 표정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아이를 죽인 범인으로 엄마가 지목되었는데 이유는 울기는 우는데 표정이 가식적이라는 사실을 경찰이 의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당시 아이 엄마는 보톡스 시술을 해서 표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배우가 보톡스 주사를 맞고 연기를 하는 것은 좋은 궤'를 만들겠다는 목수가 팔을 자르고 다음날 목공소에 나오는 격'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표정을 잃어버리는 것과 무표정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표정은 어떤 표정을 감추기 위한 표정'이기에 또 하나의 표정이다. 오직 神만이 가능한 표정이 바로 무표정이다. 완벽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돈이 많은 사람은 칠성급 호텔에서 나오는 만찬 요리를 사진으로 찍어 SNS상에 올리지 않는다. 자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내서 유포하는 표현과 표정이란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웃는다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며, 아주 비싼 삼페인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그 삼페인을 다시는 마셔볼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ON이 화려할 수록 OFF는 초라한 법이다.
다시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수다를 떨던 연인 이야기로 돌아오자. 어쩌면 농아'야말로 사람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말을 들을 수 없는 대신 그들은 타인의 얼굴을 통해 메시지를 읽는다. 눈동자는 많은 것을 말하지, 눈썹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재미있는 영화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하는 조연이지, 사람 얼굴을 그리다 보면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 조연인가를 깨닫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눈썹을 보지. 타인의 얼굴을 오래 보다 보면 미워할 수 없다. 얼굴은 결핍이기 때문이다. 종종 농아 부부를 보고는 한다. 수레에서 공갈빵을 만들어 파는 부부'였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서로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부부가 아닌가 싶다. 얼굴 한 번 안 쳐다보고 사는 부부도 많다지만 이들 부부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얼굴을 보아야 한다.
어느 시인은 들꽃을 두고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했다. 사랑도 그렇다. 예쁜 얼굴은 따로 없다. 오래 보면 예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