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휘 가 없 네, 어 휘 가 :
퀸스 스피치( The Queen's Speech)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 자를 떠올리면 " 어뤈지 " 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를 생각하면 " 골든 타임 " 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후자의 경우는 비상 사태 때마다 골든 타임을 번번이 놓쳐서 욕을 먹는 박근혜가 오히려 뻔뻔히 입만 열었다 하면 " 골든 타임 " 이 중요하다고 외치니, 어이가 없네, 어이가 !
무엇보다도 외쿡 나갈 때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도자가 마치 어린이 외국어 웅변 대회에 참가하는 소녀처럼 외국어 실력을 뽐내니, 의아하다, 의아해 ! 설령, 영어를 좀 할 줄 안다고 해도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면 모국어로 연설을 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자격이 아닐까 싶다. 공화정을 왕정이라 생각하는, 스스로를 왕이라고 착각하는 그네를 보고 있으면 주제 파악을 못하는 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콩나물도 아니면서 콩나물처럼 들쑥날쑥 시도 때도 없이 쑥쑥 자라는 쑥 말이다. 쑥아, 너는 콩나물이 아니란다. 영어가 국가경쟁력이라며 영어 교육에 목숨을 거는 국가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과연 모든 국민이 영어에 능통해야 될 필요가 있을까 ? 다른 나라 말쌈을 거창하게 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나 ? 책 파는 알라딘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상품을 굳이 " 굿즈(goods) " 라고 하고, 물병을 " 보틀(bottle) " 이라며 한글을 무시할 때마다 한글이 박힌 책을 팔아먹는 회사가 할 짓은 아니라고 본다. 책을 팔면서 보틀을 굿즈로 내놓는 출판사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알파벳 문구를 새긴 보틀을 볼 때마다 중국 란닝성에서 목격했던 중국인이 떠오른다. 그 중국인은 한글로 쌍문동 조기 축구회라고 쓰여진 옷을 입고 있었다. 헌옷 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이 중국으로 수출된 모양이었다.
똑같은 소리이지만 : 한글이 박힌 책을 팔아먹는 출판사가 알파벳이 박힌 보틀을 팔고 있으니 죽어라 일은 한글이 하고 멋은 알파벳이 부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해서 한글을 만들었는데, 이제 나랏말싸미 미쿡과 같아지고 있으니 오호통재'다. 하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입만 열었다 하면 태스크포스니, 트리플 크라운이니, 원스톱 시스템이니 하며 주절거리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다. 그네 입에서 태스크포스(task force) 어쩌구저쩌구하는 장면은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상황일 것이다. 그냥 대책위원회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태스크포스 운운하는 말버릇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구사하는 어휘력은 병적일 정도로 빈곤하다. 그네의 말버릇에서 특이한 점은 명사의 활용 폭은 제한적인 반면에 관용어나 부사어를 지나치게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오고가는 생활 입말(연설문 따위를 읽는 것이 아니라....)을 보면 접속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쉼표(,)은 많은데 마침표(.)는 없다. 그러니까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가 다음 문장으로 다시 시작하지만 그 역시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마침표 대신 쉼표로 끝나는 것이다. 그네의 언어 생활를 분석한 어느 블로거의 분석에 의하면 그네는 그저, 그러면, 그런, 어떤, 그냥, 정말, 너무, 열심히, 뭐, 어떻게, 그렇게, ,이렇게, 물론, 이제, 어떻게든, 참, 굉장히, 엄청난, 반드시, 아직도, 이제, 어, 또, 그, 너무나, 좀, 그래서, 그리고, 그러나, 자꾸, 결국, 딱, 무엇보다도,
대충, 그저, 전향적, 지속적, 충분히, 부정적, 적극적, 단순히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다 라는 형용사의 활용 면( 그런,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러니까, 그렇죠, 그렇잖아요, 그렇게, 그런 게, 근데, 그런거는, 그렇게 해서는) 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현란하다는 점에서 " 그렇다 " 를 예술의 경지로 이끄신 분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네가 말하는 생활 입말의 절반이 그런 식이다. 말주변이 눌변인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다양한 명사의 활용이 부족하고 접속어와 부사어는 남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네는 눌변이다. 이 정도면 접속의 여왕인 셈이다. 유아인의 말투를 흉내 내자면 : 어휘가 없네, 어휘가 !
그네에게 진짜 필요한 참모는 우병우가 아니라 영화 << 킹스 스피치 >> 나 << 마이 페어 레이디 >> 에 나오는, 그렇죠, 그러니까, 그게...... 왜, 그런 거, 딱, 그렇게 해서는 설명할 순 없지만, 세련된 말, 막, 그런 거, 가르쳐 줄, 굉장히, 훌륭한, 참, 그러니까, 엄청난 참모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게, 그렇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