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까 예의가 없는 것들 :


 

 

 

 

 

 

나는 관대하도다







                                                                                                   내가 국어사전 님에게 띄어쓰기 규정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국어사전 님께서 쿨하게 말씀하셨다. " 각 단어는 띄어 쓰고 조사는 붙여 쓰느니라.  단, 예외가 < 쪼까 > 있느니라.  "  아, 이토록 명쾌하고 간략한 정의. 띄어쓰기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구나_ 라고 생각하는 순간 꼬이기 시작한다. 띄어쓰기는 붙여 써야 하지만 " 붙여써야 " 는 띄어 써야 한다. 또한 " 띄어써야 " 는 띄어 써야 한단다. 그러니까 띄어쓰기를 띄어 쓰지 말고 붙여 써야 하며 붙여 쓰기는 붙여 써야지 띄어쓰기를 하면 안 된다는 말씀.  참.... 쉽죠잉? 

< 쪼까 > 의 범위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짜장면을 기다리다 지쳐 중국집에 항의 전화를 할 때 카운터 직원이 " 방금 출발했습니다. " 라고 말할 때 < 방금 > 과 닮았다. 국어 문법에서의 " 예외 " , 중국집에서의 " 방금 " , 부동산 광고에서의 " 10분 " 1) 은 믿으면 안 된다. 예외'란 일반적 규칙이나 정례에서 벗어난 예'인데, 예외'가 예외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예외 조항이 많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쪼까 예의가 없는 것이다. 조사는 붙여 쓴다 했는데 띄어 쓰는 경우는 허다하다. " 하늘만큼 높다 " 에서 만큼은 붙여 쓰지만 " 노력한 만큼 얻는다 " 라는 문장에서는 띄어 쓴다.

난처한지 조사라는 이름 대신 " 의존명사 " 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조사이면서 동시에 의존명사인 단어는 허다하다. 이게 쪼까 예외 사항인가.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피어싱인 셈.  여기에 본용언이냐 보조 용언이냐에 따라서 띄어쓰기는 또 달라진다. 띄어쓰기도(원칙) 하고 붙여쓰기(허용)도 가능하단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두 손으로 비벼도 된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 정도면 일정한 원칙이 아니라 팔도 비빔면'이다. 국어사진 님 왈, " 나는 관대하도다, 나는 관대하도다, 나는 관대하도다 ! "  순수한 명사'라고 해도 붙여쓰는 경우도 있다. 1음절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될 때 붙여서 쓸 수 있다.

< 좀 더 큰 새 것 > 은 < 좀더 큰 새것 > 으로 쓸 수 있다는 것. 이것도 팔도 비빔면이다. 두 손으로 비벼도 되는 팔도 비빔면의 압권은 < 며칠 > 이라는 명사'다.  이 친구는 꽤 복잡한 캐릭터'다. 몇일'이라는 명사는 틀린 철자'다. 몇 일'이라고 띄어 써도 마찬가지'다. 틀린 구성이다. 그런데 몇 날은 가능하다. 소오오오름. 日이 날 일'이라는 뜻이니 몇 일과 몇 날은 같은 말인데 몇 일'이라고 쓰면 빨간펜 선생님이 오답으로 간주하지만 몇 날'이라고 쓰면 정답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왜 이런 예외를 두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예외를 허용하는 횟수(범위)가 넓으면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차라리 각 단어는 띄어쓰고 조사는 붙여쓴다는 원칙을 예외로 두는 게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답은 하나다. 명사고 조사고 본용언이고 보조 용언이고 나발이고 중국어나 일본어처럼 한 문장 전체를 붙여 써야 한다. 씌여쓰기가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규정이라고는 하나 한국어가 모두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이란 문장이 아니다. 자간을 어느 정도 확보한다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보기 쉽다. 다음은 모두 붙여쓰기를 한 문장-들'이다(단, 문장부호 다음에는 띄어쓰기를 했다).



     밀로스포만감독이연출한영화<< 뻐꾸기둥지위를날아간새 >>에서는뻐꾸기 가등장하지않는다뻐꾸기는커녕뻐꾸기날리는장면도없을뿐더러배우들은뻐꾸기에대해입도뻥끗한적없다.  붕어빵에붕어없고새우깡에새우없는광고에익숙해서인지는모르겠지만,  뻐꾸기가등장하지않는다고해서불만은없다.    영화를보고나면" 불만 " 대신묵직한포만 감이몰려온다.   밀로스포만이름값은하는감독이다.


 



읽기,  불편한가 ?







​                                 


1)      전철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라는 광고는 뛰어서 10분으로 정정되어야 한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는 선전은 열에 아홉은 거짓말이다. 실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짐/상점'은 도보로 3분 거리'라고 광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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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6-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잘갔나요. 지금 부산가는 버스타러 가는중인당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15:4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만애비 님. 어제 제가 좀 부실했죠.. 다음에는 전날 폭주하지 않은 생생한 상태에서 맞이하겠습니다. 어제 죄송했고요... 잘 들어가십시오..

만화애니비평 2016-06-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할것 까지는 없고요. 다음에 또 보면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16:04   좋아요 0 | URL
대접이 소홀했습니다. ㅎㅎ 다음에 또 뵙기로 하죠.. 지금 고속버스 안이시겠ㄱㄴ요..

만화애니비평 2016-06-0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부천서 버스타고 방금 출발했습니다. 도착하묜 밤이군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16:25   좋아요 0 | URL
정한수 떠놓고무사 귀환을 기도하겠씁니다.

samadhi(眞我) 2016-06-0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심하죠. 음운법칙도 예외가 법칙을 더 많이 벗어나 진짜 돌아버리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22:50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말입니다. 법칙의 예보다 예외가 더 많아요. 이게 웩더독이지 말입니다..오랜 만입니다. 진아님
뭐하셧슈..

samadhi(眞我) 2016-06-05 23:01   좋아요 0 | URL
무기력에서 겨우 조금 한 걸음 내딛기 시작했어요 ㅎㅎ 이제 자주 봅세~!
적당히 말 짧게 합니다 ㅋㄷ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23:08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무기력합니다. 그래서 자주 폭음을 하는 듯.
무기력을 술로 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잤습니다. 이젠 이거 잠도 안 올 텐데.. 슬슬 밤이 걱정되네요..

힘내십셔..

samadhi(眞我) 2016-06-05 23:10   좋아요 0 | URL
네 무기력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무한반복이 되는데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시간이 많아도 잠도 잘 못 자고. 수행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아니면 사랑(?)이 있어도 되고요 ㅋㅋㅋ 정신회복의 묘약은 사랑과 수행이라 생각해요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23:20   좋아요 0 | URL
볕을 자주 쐬라고 주문하던데.. 무기력하면 밖에 나가기도 귀찮지 않습니까..

samadhi(眞我) 2016-06-05 23: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한 발짝도 안 움직이기 일쑤입니다. 재활용조차 미루지요.

2016-06-05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6-05 23:54   좋아요 0 | URL
그리고 겨우 수면제 처방해줍니다. 그리고 몇 만원을 받아 처(?) 먹지요. 한 때 휴직하려고 일부러 정신과 가서 우울증 처방 좀 받으려고 했더니 6개월을 다녀야 해주겠답디다. 도둑놈 시키들 ㅡ ㅡ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6 13:32   좋아요 0 | URL
지들 말로는 세심한 관찰인데.. 그냥 약 팔아막기 위한 수단 같기도 하고..

북깨비 2016-06-0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외가 많다는 함정을 제쳐두면 이 책 도움이 좀 될까요? 북플에 리뷰를 쓸 때 띄어쓰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맞게 쓰고 있는게 뭐고 틀리게 쓰고 있는게 뭔지 당최 알 길이 없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6 13:32   좋아요 1 | URL
말이 규정이지 이렇게 예외 조항이 많으면 규정 자체가 반칙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어연궁원 원장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다네요.. 그럴 걸 왜 그렇게 일부러 만들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이시옷 적용도 그냥 예전처럼 그냥 사이시웃 없는 걸로하면 간단한데 어느 것에는 붙여야 되고 어느 것에는 띄어 써야 하고.. 짜장 만땅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사람들은 자기 성격을 알고 싶어 하지만 자기 근성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얼핏, < 성격 > 과 < 근성 > 이라는 낱말은 뜻이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1)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전자가 개인의 승질머리'에 촛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집단의 승질머리에 촛점을 맞춘다.

우리는 각자 성격-테스트'를 체크하며 히히덕거리다가도 근성에 대해 지적하면 발끈하게 된다. 야야야 ~ 내 근성이 어때서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번 근성은 영원한 근성이다. 근성은 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근성은 나에 대한 성질이나 품성이 아니라 내 아버지, 내 아버지의 아버지,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성질과 품성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 거지 근성 " 을 지적한다면 그것은 당신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다는 가계(家系), 혈통(血統)에 대한 지적이다.

자신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부모를 욕하는 것2)만큼은 절대로 참을 수 없는 게 바로 한국인의 근성이니 근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편한 행위'이다. 남성을 " 남성-들 " 이라는 집단으로 보고 남성들의 근성을 이야기할 때 남성들은 빨갛게 발기하게 된다. 야야야 ~ 내 남근이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것인데. 인문학은 인간의 근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성(人性)을 탐구하다 보면 그 끝은 수성(獸性)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백하게 된다. 인성과 수성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주범인 짐승 같은 남자 아이히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결론은 인간 같은 남자 아이히만'이었다. 악마의 화형식을 원했던 유대인 사회는 격렬하게 반응했지만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녀는 유대인이었다.



공   고

시간당 4달러

기억 연구에 참여하실 분


 

기억과 학습에 관한 과학 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500명의 뉴헤이번 남자 주민에게 적절한 사례를 지불하겠습니다. 연구는 예일 대학교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실험 참가자에게는 시간당 4달러를 지급할 것입니다(교통비 50센트 추가).


코네티컷 주 뉴해이번 예일 대학교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 교수 앞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 실험이다. 4달러를 받기 위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450v 버튼을 누를 사람이 존재할까 ?  40명의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집단은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이 150v인 10단계에서 포기할 것이란 예측치를 내놓았으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고작해야 1% 미만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인간적은 너무나 인간적인 예상치는 완전히 빗나갔다. 실험에 참가한 지원자의 65%가 최고 단계인 450v 버튼을 눌렀으며 연기자가 제발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 애원했는데도 거듭, 거듭, 거듭 450v 버튼을 눌렀다. 4달러가 착한 본성을 이긴 것이다.


필립 짐바르도의 <<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 >> 결과도 << 스탠리 밀그램 복종 실험  >>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절망적이었다. 실험은 중단되었다.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평범한 사람의 착한 본성은 온데간데없었던 것이다. 실험 결과-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분명하다. 인성 뒤에 숨은 수성, 인간은 인간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다.  내가 " 남성은 여성 폭력에 대해 잠재적 가해자 " 라고 지적했을 때 남성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3)이었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은 고작해야 1% 미만일 것이라고, 남성 한 명의 죄를 모두의 잘못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그러한 프레임 설정이 또 다른 남성 혐오 문화를 만들고 남성을 피해자로 만든다고.

그럴 때마다 나는  < 기억과 학습에 관한 과학 연구 > 라는 가짜 제목의 실험을 제안하고 싶다. 진짜 제목은 < 여성 비하 혹은 여성 혐오에 대한 실험 > 이다. 틀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여성은 카운터펀치를 맞는다. 결과는 ?  " 잠재적 가해자 " 라는 프레임 설정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당신은 단돈 4달러를 받고 450v 버튼을 누른 65% 가운데 한 명일 것이 분명하다. 살려달라고 외칠 때마다 거듭, 거듭, 거듭 450v 버튼을 누를 것이다. 자신은 450v 버튼을 누른 65%가 아닐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스탠리 밀그램 실험에서 나머지 45%(450v 버튼을 누르지 않은)는 모두 300v 버튼을 눌렀다. 도긴개긴이라는 말이다. 이성이 상황을 100%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4)은 순진한 것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이성이 아니다.

 

나는 내 남근이 폭력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에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 설정에도 동의한다. 그것은 성격이라기보다는 근성이다.  페니스에 대한 자부심 따위는 개에게 준 지 오래이다.  그리고 당신, 당신 아버지,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페니스는 볼품없었다. 






​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 성질이나 품성( ☞ 성격)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 ☞ 근성 )

2)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 사건의 살인 동기도 표면적으로는 < 부모 욕 > 이었다.

3)       http://blog.naver.com/unheimlich1/220716803089   나에게 " 쓰레기 같은 인간 "  이라는 댓글을 단 쓰레기 같은 인간도  있었다.  도긴개긴.  너나 나나 쓰레기'이기는 매한가지.

4)       마블 시네마틱 월드 속 영웅은 항상 이성으로 상황을 100% 통제하는 캐릭터'다.  잠시 흔들리기는 하나 이성의 힘으로 극복한다.  핵심은 마블이라는 데 있다.  이성으로 상황을 100%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은, 그러니까......    만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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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6-0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경기도가는 버스밖 창가를 보니 초여름비가 보슬보슬 내려오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4   좋아요 0 | URL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술 마시기 좋은 날이라고. 이게 다 신기입니다.. 야외에서 술 마시기에 이보다 좋은 날씨는 없습니다. 이따 봅시다. 아, 어제도 진탕 술을 마셨더니 속이 뒤집어질 것 같긴 하나.. 헤헤.. 시간 지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5   좋아요 0 | URL
p님도 오시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하니.. 세 명만 모이는 걸로...
혹여... 오늘 한가하신 알라디너 계시면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6-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이 없이 가는지라. 기상청 김구라도 울고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6   좋아요 0 | URL
비는 안 올 겁니다. 부천에서 비오면 서울은 안 옵니다... 바람만 좀 불 터이니 외투 정도는....

만화애니비평 2016-06-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담은 많으면 환영입니다.
 
기자의 품격

 

 

 

 

사과의 품격




                                               노인 한 명이 죽으면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고 청년 한 명이 죽으면 작은 우주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문학적 표현으로  과장이 팔 할이지만 노인의 지혜와 청년의 우주'라는 비유가 틀린 말은 아니다. 선량한 시민이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해석해도 큰 손해'다.  조선일보는 5월 31일 자 신문에서 안전문과 전철 사이에 끼여 분골/粉骨 되고 쇄신/碎身 된 청년의 죽음을 두고 " 작업 도중 딴짓(사적 통화) " 을 하다 죽었다며  훈계하는 기사를 전송했었다. 애도는 없고 책임만 추궁하는 기사였다. 이 < 픽션 > 은 다음날 바로 반박되었다. < 팩트 > 는 조선일보가 작성한 소설'과는 전혀 달랐다. 삼 일 뒤,   정정 보도 기사'가 작성되었다.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 작년 8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정비업체 직원 조모씨도 휴대전화로 약혼녀와 통화를 하다 지하철을 부딪혀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  나는 이 짧은 문맥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놓쳤다. 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이야기하면서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끼워넣은 것일까 ?    그렇다면 강남역 스크린 도어에 대한 팩트'도 픽션'이었다는 소리일까 ?   그런 것 같다.  맥락을 보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모두 사고 당시 노동자의 부주의( 휴대 전화 사용 )에 의한 사고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방귀가 잦으면 똥을 싸듯이, 기사를 작성할 때 팩트 체크가 생명인 기자가 잘못된 정보를 연쇄적으로 이어붙였다면 ?  사실과는 다른 추측성 기사는 대문짝만하게 쓰지만 정정 보도는 소문짝만하게 써내는 수법은 조선일보 특유의 레이아웃.  여전히 빛난다. 변방의, 꾀죄죄한, 쥐꼬리만한, 한모퉁이 조각 기사(오보 정정 기사)를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당연히 독자는 잘못된 정보는 기억에 남고 바른 정보는 보지 못한다. 노동자에 대해 적의를 품은 귀족 신문의 자세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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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6-0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좃선일보의 위증.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7   좋아요 0 | URL
어제 오늘의 위증이 아니니...

2016-06-03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8   좋아요 0 | URL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항상 열받는군요...

stella.K 2016-06-0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똥을 싸다 짖뭉개 놓은 꼴이군요.
사과할 짓을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7   좋아요 0 | URL
프레임 선점 효과를 노린 거겠죠. 노동자 과실로 몰고가려는....

무해한모리군 2016-06-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나쁜 신문입니다. 저 기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등 인용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사실 확인도 안하고 주워들은 이야기로 추정된다고 기사를 쓰다니요... 그건 기자가 아니지요.. 그냥 범인도 남의말을 그런식으로 하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7   좋아요 0 | URL
최소한의 양심도 없고
최소한의 의무도 없고
최소한의 성찰도 없는...

삼박자 고루 없는...

마립간 2016-06-03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www.youtube.com/watch?v=pKCXHVES4RY

기회되면 이 동영상도 한 번 보세요. (이 동영상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6   좋아요 0 | URL
언론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최민수 얘기네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문제는 각인 효과죠...

푸른희망 2016-06-0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욕밖에 해줄게 없는 조선일보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6:25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에게ㅔ 바치는 노래

예쁜 목걸일 사주고 싶지만
멋진 차를 태워주고 싶지만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지만
오 난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지만

주머니에 넣은 손엔 잡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널 잡을 수가 있어
내 생활은 너에게 어울리질 않는데
그래도 내 곁에 있어주겠니

**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이 욕밖에 없다 ( 시바라마 ! )
가진 거라곤 이 욕밖에 없다 ( 시바라마 ! )
이게 널 웃게 만들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불러본다


cyrus 2016-06-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면서 신문을 읽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한 사건을 서로 다른 입장으로 보는 신문 두 세 개 이상은 봐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별할 수 있을 텐데, 이게 번거로운 일이죠.

수다맨 2016-06-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면 남진우/이문열/유종호 같은 사람들이랑 궁합이 참 잘 맞는 신문이지요. 요즘은 뜸해진 감이 있지만 이 양반들 글이 문화면에 자주 게재될 때가 있었지요.
예전에 공선옥 작가는 아이 분유값이 없는데 고료가 센(!) 조선일보에서 칼럼 청탁이 와서, 부득이 써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실을 지금도 부끄럽게 여긴다고 합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영화평론가 박평식도 조선일보랑 어울리지 않는 걸 신조로 삼더군요.
양심적인 글쟁이라면, 조선일보 같은 신문에 글쓰는 거 재고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와는 나이 차이'가 띠-동갑을 넘어 13살이나 차이가 난다. " 도둑놈 " 이라고 욕해도 할 말은 없다. 내게 그녀는 어린 아가씨가 아니고, 그녀에게 나는 늙은 아저씨'가 아닐 뿐이다.

어제는 그녀가 사는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낡은 빌라'였는데 생활 소품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낡은 공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녀의 과거를 잘 모른다. 몇몇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슬픈 듯 "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 라고 말하는 바람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그녀에게 과거를 묻지 않기로 했다. 그녀 또한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다. 혼자 살기에는 넓은 집이었다. 네 개의 책장을 이어붙인 서재에서 << 13.67 >> 이란 책을 꺼내들었다. 오늘은 그녀의 침대에서 이 책을 읽어보리라. 어릴 때부터 친구 집에 놀러가면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책장과 앨범 구경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책장 속에 꽂힌 책을 구경했다. 그녀가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매우 낡고 두꺼운 앨범이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첫 번째 앨범의 첫 장은 칼라 사진으로,  비교적 최근에 찍힌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의외였다. 왜냐하면 가족 앨범은 대부분 연대순으로 사진을 나열하기에 흑백 사진이 앨범의 첫 번째 페이지를 장식하기 때문이다. " 구성이 재미있네 ? " 앨범은 뒤로갈수록 칼라 사진에서 흑백 사진으로 변했고, 그녀는 점점 어린아이로 퇴화하고 있었다.   툭, 눈물 한 방울에 내 눈에서 떨어졌다.  오빠, 울어요 ?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ㅡ 

로 시작되는 단편소설이 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지나갔다.  사진을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한 앨범. 페이지를 넘길수록 칼라에서 모노톤으로 바뀌는 설정. 사진 속 주인공인 그녀가 앨범을 넘길수록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들. 그 이미지들. 이런 생각들은 순전히 찬호께이 장편소설 << 13.67 >> 을 읽다가 내 머리 속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갑자기 생겨난 상상'이었다. 소설 << 13.67 >> 은 사진을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한 앨범처럼 구성된 소설이다. 6편의 단편을 모은 연작 소설인데, 2013년으로 시작해서 1967년으로 끝나는 소설이다. 색깔로 표현하면 칼라에서 흑백으로 끝나는 독특한 소설인 셈이다.

트​릭이 신선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단편 << 1장 - 흑과 백 사이의 진실 >> 에 나오는 트릭은 어느 정도 추리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설마하는 의심이 사실로 판명나자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섰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탄탄하다. 오늘의 사건은 어제의 사건과 연결이 된다. 마지막 장인 << 6장 - 빌려온 시간 >> 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인기 시리즈 영화의 프리퀄'을 보는 맛이 있다. 이 소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 이 책을 읽지 않은 가상의 독자 " 에게는 스포일러'일 터이니 여기서 간략하게 마무리하기로 하고, 내가 구상한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하자. 번갯불에 콩 구워먹은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라우 ?

ㅡ 오빠, 울어요 ?  그녀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족 사진'이었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갓난아이를 가슴에 앉고 있다. 그 뒤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정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 당신은 엄마를 닮았군...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진 속  갓난아이는 아마도 그녀이리라.  " 저에요. " 그녀가 사진 속 갓난아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젊은 부부 옆에는 앳된 남자가 서 있다. " 누구 ? "  내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사진 속 앳된 남자를 다시 본다.

이목구비, 어디서 본 듯한 얼굴.  눈부신 외모. 나를 닮았다. 아니.... 그 남자는 나'다.  " 그 남자는 내 오빠예요. 어릴 때 기억은 없어요. 이 사진을 끝으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이 오빠...  오빠를 많이 닮았어요 _  여기까지 !   캬. " 막장 오브 막장 " 이라는 헤어진 오누이의 사랑 이야기'라니. 내 상상력은 항상 엉큼하고 시큼하구나. 자극적인 설정으로 싸질러놓긴 했는데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   뭐, 간단하다. ㅡ  눈을 떴다, 악몽을 꾸었다. " 꿈이구나. " 나는 침대 옆에 누운 그녀의 등골을 어루만졌다.  꿈이었구나, 그래...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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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6-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막걸리!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3 13:22   좋아요 0 | URL
곰곰발, 수다맨, 만애비 삼총사로 구성된 막걸리 파티 한 번 합시다. 날씨 검색하니... 막걸리 마시기 무지 좋은 날씨입니디ㅏ...

만화애니비평 2016-06-0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맨은 삼년전 안경낀분입니까,

2016-06-03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6-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보면 알겠죠 ㅎ

표맥(漂麥) 2016-06-0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귀절 읽으면서... 우와~ 대단하다... 하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4:3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우와 대단하다로 시작해서 니가 그럼 그렇지 로 끝나죠..ㅎㅎㅎㅎㅎㅎ

corcovado 2016-06-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 시작되는 단편소설이...˝
라는 부분부터 무릎을 탁-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4:32   좋아요 1 | URL
무릎 탁 쳤으면 곧 아, 하게 되겠군요..

나와같다면 2016-06-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알고..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다는 것은 축복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5 11:53   좋아요 0 | URL
축복이자 행운이자.... 뭐.. 다 인 것 같습니다..
 

 

 

 

 









기자의 품격 





                                                                                   

                                                                                                     검색창에 분골쇄신(粉骨碎身)이라는 사자성어를 입력하고 뉴스를 검색하면 대부분 거대 조직 밑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는, 혹은 부패한 조직의 무리'가 영혼 없이 내뱉는 상투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일파만파 " 라는 사자성어가 없었다면 조선일보는 조선 쪽파 신세가 되지 않았을까_ 라는 군걱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 분골쇄신 " 도 부패한 권력 집단'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자성어'라는 생각이 든다.  

粉骨碎身 ㅡ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는 뜻으로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다짐'이다. 여기에 뼈를 바꿔 끼우고 남의 (아기) 태를 빼앗아 뒤집어쓰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 환골탈태(換骨奪胎) " 라는 말을 곁들이면 그로테스크하며 호호호, 호러블한 결기'가 엿보인다.  "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환골탈태하겠습니다 ! "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최상위 리더들이 즐겨쓰는 표현이다.  또한 언론이 사설이나 논평을 통해 정치권에 변화를 주문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남성 문화가 강한 조직일 수록 이런 " 막가파 언어1) " 를 즐겨 사용한다.

이 독한 표현 앞에서 아아, 하게 된다.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하질 않나, 뼈를 바꿔 끼우겠다고 하질 않나, 몸을 부수겠다고 하질 않나, 아기 태를 뒤집어쓰겠다고 하질 않나.......  자해공갈단이나 정육점 발골사'가 작성한 작업 일지 같다.  살벌한 표현이다.  이처럼 허세 작렬하는 최상위 불알후드(brotherhood)의 카니발적 폭력성 앞에서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더군다나 아기 태'를 빼앗아 뒤집어쓰겠다는 굳은 다짐에는 영화 << 텍사스 전기 톱 살인마 >> 에 나오는 살인마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 가죽을 벗겨 뒤집어쓰고는 전기톱으로 사람을 죽이는 레더페이스(leather face) !  

내뱉는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골쇄신과 환골탈태를 즐겨 사용하는, 살벌한 입말의 장관'을 엿볼 수 있다.  열 아홉살 청년이 안전문과 전철 사이에 끼여서 몸이 분골(粉骨)되고 쇄신(碎身)되는 사건2)이 발생했다.  분골되고 쇄신되는 고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몰려오는데 열 아홉 청년은 얼마나 아팠을까 _ 라는 생각을 하면 숙연해진다.  정작 분골쇄신해야 될 대상은 따로 있는데_  라는 독한 생각도 든다.  조선일보 05월 31일 자 사회면 기사'는  사고 당시 수리공이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기사를 전송했다.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노동자 과실로 이 사건을 해석한 것이다. 

일하는 시간에 노동자가 "  딴짓 " 을 하다가 전동차가 진입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논조'다.  하지만 다음날,   메트로 측은 cctv를 통해  안전 도어 수리 노동자는 사고 당시에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최종 확인했다. 하루만 지나도 뒤집어질 픽션을 팩트로 이해하는 기자 정신.  그러니까 조선일보 기사는 100% 오보인 것'이다.  오보라면 정정 보도와 함께 피멍 든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를 해야 마땅하지만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1등 신문인 조선일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문의 품격이다.   

설령, 그가 작업 도중 " 딴짓 " 을 했다는 것이 " 팩트 " 라고 해도 뼈가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죽어간 청년에게 < 네 탓 > 이라고 지적할 필요가 있었을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낙담. 애도보다 책임부터 따지는 언론. 왜 그렇게까지 모질 게 죽은 자를 질책해야 했을까 ?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기자는 사회적 약자의 불행한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그들 편에 서서 기사를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보수의 품격인가 ? 열아홉 청년의 죽음을 보자 켄 로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내비게이터, 2001년 > 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 영국 철도 민영화 이후 " 를 다룬다. 대처가 후계자로 지목한 존 메이저 총리'는 철도 민영화'를 1995년에 시작해서 1997년에 마무리했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1997년 급행열차와 화물열차가 충돌해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1999년에는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 열차 충돌이 일어나 3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사고 원인은 민간 철도 기업인 " 레일 트랙 " 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동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의역 안전문 사고도 핵심은 " 사람보다는 돈 " 이라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업체의 노동자 인원 감축이 주요 원인'이다.

영국 철도 민영화 이후의 흑역사를 보더라도 대형 참사'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동자 감축이 있었다. 이 시기에 철도 노동자는 16만 명에서 1997년 9만 2000명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국민 생명과 관련이 있는 안전 부문의 외주화가 위험한 이유'이다. 끼니를 때울 시간마저 주지 않는 노동 환경은 외면하면서 근로자의 근태를 직면하며 쓴소리를 내뱉는 기자에게 묻고 싶다.  밥은....... 먹고 다니니 ?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3)

 

 

딴소리      ㅣ      마음에는 없는데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말이 대표적이다. " 왜 벌써 가시려구요 ? " 눈치가 없는 시어머니라면 며느리의 말에 주저앉겠지만 대부분은 빈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쩌다 오면 손님이 되지만 자주 오면 진상이 된다. 박근혜를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남들은 내 돈 내고 여행을 하는데 박근혜는 국민 세금으로 세계 여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보다 국외에 머무르는 나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정도면 타자(他國)에 대한 민폐가 아닐까. 명색이 한 나라 대통령이니 오지 말라 할 수는 없는데 허구헌날, 참새가 방앗간 찾듯이 뻔질나게 귀빈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니 난처할 것이 분명하다. 부끄럽구요, 부끄럽구요. 네네.

 

​                        

1)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 단도직입/ 單刀直入 > 도 " 칼 들고 난장 부리겠다 " 는 뜻이다.

2)      1시간 이내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하청(계약 乙)은 원청(계약 甲)에게 약속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열 아홉 청년이 서둘러 안전문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간 이유에는 그 계약 조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득 당일 배송을 하지 않았다고 항의를 하던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혹시,  내 불평이 담당 택배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불이익이 되는 구조. 생각해 볼 문제'다

3)      "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마음 이해하지 ? "  영화 << 복수는 나의 것 >> 동진(송강호)이 유괴범 류(신하균)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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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과의 품격
    from 새빨간 활 2016-06-03 13:20 
    사과의 품격 노인 한 명이 죽으면 거대한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고 청년 한 명이 죽으면 작은 우주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문학적 표현으로 과장이 팔 할이지만 노인의 지혜와 청년의 우주'라는 비유가 틀린 말은 아니다. 선량한 시민이 억울하게 죽어나가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해석해도 큰 손해'다. 조선일보는 5월 31일 자 신문에서
 
 
2016-06-02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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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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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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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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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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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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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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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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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6-0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혜 누님이 체력이 좋은가 보다 해요. 적은 나이도 아닐 텐데...
이명박 보다 더 자주 나라를 비우는 것 같더군요.
아버지는 나라 비우면 안 된다고 재임 기간 어디 순방했단 소리 못 들었는데 말임다.

우리나라 거지 근성 뭐라고 하지만 갑질 근성은 정말...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2 16:15   좋아요 0 | URL
체력 나빠도 전혀 상관없죠. 비행기 안에 주치의 있겠다.
비행기 내리면 알아서 기사들이 숙소 데려다주겠다.
여행 시 신경 쓸 일 비서들이 다 하겠다..
뭐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다 시중 드는 사람이 하겠다..
손가락 움직일 일만 있으면 일년 내내 여행해도 불편한 점 없을 겁니다.
이걸 국민 세금으로 쑤셔박는다는 게 문제..

수다맨 2016-06-02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켄 로치 같은 사람들이 든든하고 미덥더군요.
제 친구는 켄 로치를 가리켜 매일 비슷한 얘기만 하고, 사실주의에만 완강히 얽매인 사람이라 비판을 하던데, 그럼에도 켄 로치의 작품이 지니는 위의나 가치는 절대로 얕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야만과 억압의 시대에 살다 보니, 켄 로치 같은 사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2 20:29   좋아요 0 | URL
노동 문제. 자본 착취의 형상은 각 나라마다 다를 것 같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 모두 공통점 형태를 취합니다.노동문제에 집착하는 감독이니 매일 비슷한 이야기처럼 보일 것은 분명합니다. 전.. 켄로치 영화 보면서 단 한번도 그게 그거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늘 새로운 이야기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