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똥을 주세요 :
일베와 혐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입말 中에 << 맥락 1) >> 이라는 낱말이 있다. 줄기 맥(脈)에 이을 락(絡)으로 구성된 단어인데 사전적 의미로 "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 " 라는 뜻이다. 즉, 맥락은 두 개 이상의 줄기가 서로 엮인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우파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고 좌파는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치환하려는 경향이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시각차를 드러낸다. 보수는 살인범이 정신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을 개인 문제로 파악한다. 반면에, 진보 쪽은 이번 사건을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여성 혐오 현상이 발단이 되어 발생한 혐오 범죄'로 파악한다. 이번 사건을 사회적 맥락 2)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는 이 사건을 " 개인적 맥락 " 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3)? 학술지 논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 개인적 맥락 " 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말이다. < 개인 > 은 원자에 해당되고 < 맥락 > 은 분자(원자와 원자의 결합)에 해당된다. 관계(들)의 결과가 맥락인 것이다. 개인은 단수형이고 맥락은 복수형'이다 !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은 맥락에 관한 이야기'다. 오른손이 개인이라면 왼손은 사회'다. 이과생 모드로 설명하자면 박수 소리'란 오른손(원자)과 왼손(원자)이 동일한 벡터 안에서 충돌할 때의 충돌 에너지'이다. 그렇기에 " 개인적 맥락 " 이라는 표현은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힘차게 박수를 쳤다는 소리'만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다. 만약에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을 단순히 개인 문제(정신병)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처녀가 혼자서 임신을 했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정신병리학은 개인의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구성원)과 관계를 맺게 될 때 발생하게 되는 신경쇠약을 다룬 학문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사회적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분노와 혐오는 모두 타자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띠지만 < 결 > 은 사뭇 다르다. 사회적 분노가 강자를 향한 공격적 성향이라면 사회적 혐오는 약자를 향한 공격적 성향이다. 수많은 갑질 논란에서 발생하게 되는 대중의 화(火)는 분노이다. 신체 반응으로는 얼굴이 붉어지고 눈을 크게 뜨게 된다. 분노한 사람은 분노의 대상을 직시(直視)한다. 또한 상부(강자)를 향하기에 고개를 들게 된다. 반면, 혐오를 작동시키는 것은 < 直視 직시 > 가 아니라 < 無視 무시 > 다. 분노는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지만 혐오는 대상을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무시), 가볍게 보거나(경시), 낮잡아본다(멸시)'다. 신체 반응으로는 눈을 내리깔며(혹은 외면하거나) 눈살을 찡그린다. 이처럼 혐오의 시선은 대상을 낮잡아보기에 아래 혹은 대상에서 빗겨난 사선을 향하게 된다.
혐오 감정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혐오와 식욕의 관계'다. 특정 계층(하층민)을 향해 노골적으로 눈살을 찡그리거나 코를 막거나 고개를 외면하는 행위는 혐오 음식(악취 나는 썩은 음식)을 보게 될 때 반응하는 행동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 일베 >> 가 약자에게 가하는 혐오 행위는 묘하게도 식욕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일베의 표현법을 보면 주로 혐오 대상(여성, 전라도, 진보 좌파)을 혐오 식품(역겨운 것, 메스꺼운 것)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베 식 사고는 혐오 대상을 모두 입맛 떨어지는 것들이거나 반대로 먹고 싶은 것으로 호명한다. 전라도 사람은 삭힌 홍어로 환유되고, 세월호 희생자는 어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베 식 표현에 의하면 여성을 < 맛있(겠)다 > 와 < 맛없(겠)다 > 로 나눈다. 이러한 증후는 퇴행적이다.
왜냐하면 일베는 입맛이 까다로운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역겹고 메스꺼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남자아이를 키워본 적이 있는 엄마라면 내가 일베를 " 얼라로 퇴행한 결과 " 라고 한 말에 동의할 것이다. 얼라는 평소 역겨운 것( 악취 나는, 썩은 냄새가 나는)에 호기심을 느끼며 매혹된다. 심리학자 폴 로진은 " 실물과 똑같이 생긴 구토물, 분비물, 정액, 대변, 장난감 같은 물건을 사는 것은 대부분 어린 남자 아이들이다. " 라고 지적한다. 즉, 일베들은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꼬마 한스인, 항문기 고착 상태에 머무른 성인 얼라'들이다. 똥 보면 만지고 싶고, 코딱지 보면 손으로 조물딱거리고 싶은 마음. 문제는 그들이 어른이라는 데 있다. " 시바, 이게 뭔 짓이여. 다 큰 놈이 ~ "
여성은 자고이래로 " 아랫것 " 이었다. 멀리 볼 것 없다. 한국 여성은 두들길수록 맛이 좋다는 북어가 되었다가, 새벽에 시끄럽게 우는 암탉이 되기도 했으며, 가정 폭력의 원인을 제공하는 팜므 파탈이기도 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 쓰남. 근데...... 맞을 짓을 했응께 때렸겠지 ? 성경만 봐도 여성은 집에서 키우는 가축과 동급으로 취급되었고, 무시와 경시와 멸시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남성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다. 체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태생적 한계를 두고 불알 달고 태어났는데 어쩌란 말이냐, 라고 되묻는다면 불알 때문에 불안한 여성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고 말하고 싶다. 여성의 불안은 팔 할이 남성의 불알 때문이다.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밤 늦은 귀갓길에서.......
여성 혐오 범죄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지만 정작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방구(一言半句)도 없다. 친박, 진박, 원박도 (여성) 핍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그들은 " 개인적 맥락 " 으로 이 사건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란의 주범으로 팔 한 쪽이 없는 사람이 박수를 힘차게 쳤다고 믿는다 ■
1) 맥락 하면 떠오르는 철학적 개념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 천 개의 고원 >> 에서 언급한 리좀[ Rhyzome ]이다. 이 식물은 수직으로 자라지 않고 땅 밑에서 수평으로 자란다. 위에서 보면 두 식물은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땅 밑을 보면 하나의 뿌리 줄기에서 나온 동일자'다. 리좀 개념을 쉽게 설명하자면 " 땅 파면 안다 ! "
2)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으로 이해하면 묻지마 범죄 유형이기도 하고 혐오 범죄 유형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끊겼다는 점에서 살인범에게 필요했던 것은 탱고를 함께 출 타자인지도 모른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
3) 그들이 내세우는 묻지마 범죄(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 행위) ㅡ 프레임'은 맥락이 끊겼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