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러브
캐런 매퀘스천 지음, 김진숙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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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헬로우러브를 읽는 동안 머릿속에 여러 편의 영화가 지나갔다. 충성심으로 가득 찬 개, 혹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온통 사랑, 사랑, 사랑만을 이야기 하는 내용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한 편을 꼽자면 러브 액츄얼리. 러브 액츄얼리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강아지 '애니'를 통해 댄과 앤드리아가 모두 보여준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재밌고 뭉클했다.

댄은 정말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했고 앤드리아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별했다. 괴로워하는 댄에게는 딸 린지와 애니가 있어 그나마 견딜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린지가 보는 앞에서 애니를 도둑맞는다. 스토리는 정말 간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 개를 앤드리아가 찾아주거나 대신 기르고 있었겠구나 싶겠지만 작가 캐런 매퀘스천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앤드리아가 이별하고 그녀를 걱정하는 절친 덕분에 뜻하지 않고 어떤 기묘한 모임에 참석하는 장면이 초반에 등장하는데 자기개발서 '시크릿'의 내용과 흡사해보였다. 간절하게 소망하고 구체적으로 적어야지만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뭐 그런 내용의 모임이었는데 그 모임과 관련된 내용부터가 참 좋았다. 그런 모임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분명 조금 유별하고 그다지 큰 걱정없이 단순하게 심심해서 킬링타임으로 참석했을거라고 앤드리아는 생각한다.  분명 독자 대부분도 앤드리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한 긍정은 더이상 종교단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암에 걸려 하루하루 죽어가는 사람, 집에 불이나서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 가족을 잃은 사람 등 어쩌면 연인과 이별한 앤드리아의 상처는 그나마 견딜 수 있는 문제처럼 느껴졌다. 타인의 슬픔과 자신의 슬픔을 비교하며 이겨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모임의 주최자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색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앤드리아가 회복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댄 역시 모린의 적극적인 소개로 뜻밖의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부분도 정말 와닿았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정말 완벽하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말 그 사람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로우러브는 흥미로울 만한 소재와 정말 사람이 아닐까 싶은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애니덕분에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로 많은 사람들이 한 줄리뷰에서 보여준 것처럼 강아지가 정말 기르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모든 개가 애니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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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10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0
시리얼 매거진.오영욱 지음, 황소연 옮김 / 시공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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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vo.10 / 시리얼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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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오기사와 콜라보가 이뤄진 시리얼 10호.


 


메인 기사 총 7꼭지 중 첫 번째 기사인 북 캘리포니아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는 발행인의 말처럼 그냥 듣기만 해도 가보지 않고서도 무한 감성세계에 빠지게된다. 해당 기사를 쓴 사람은 시큰둥해진 연인과 함께 '빅서'에 다녀왔다고 말하면서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보다 조금 서먹해진 오랜 연인이 함께 해돋이와 일몰을 보면서 사랑보다 더 가슴벅찬 무엇가를 공유하는 그 기분을 누렸다고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연인과 함께 있어서 벅찬것이 아니라 경관 그자체로 벅찼던 때가 언제였던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시리얼의 최강점 뭐니뭐니해도 여백이다. 한 페이지에 사진이 가득 채워지기도 하지만 마치 하늘처럼 텅빈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이 북캘리포니아 빅서와 정말 잘 어울렸다.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방문시 들려볼 만한 숍 스토리도 좋았다. 오클랜드에 있는 서점 'BOOK/SHOP'. 서점이름이 북숍이라니 심플하면서도 명확해서 좋다. 몇 해전부터 자연스럽게 사모으는 에코백이 이곳에도 당연 있고 무엇보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2013년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국내에는 인터파크가 온라인에서 출발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초반에 비해 독자적인 개성을 많이 상실한 것 같아 아쉬웠다. 오클랜드 북숍은 별도로 선별한 도서 80~100권 정도만 내놓고 판매하며 무엇보다 빈티지 가구와 예술품이 공존하는 매장이라고 한다. 사진만 봐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베스트셀러나 출판사 밀어주기 식의 매대로 운영되는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 꼭 방문하고 싶었다.

 

이번 호에는 청바지와 거의 동일한 무게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드 컴퍼니'관련 기사도 실려있다. 현재 리바이스사에서는 자료집속에서 존재하던 2만 벌에 달하는 옛 디자인 중 몇 벌을 복제해서 소생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재미난 사실은 잘팔릴 것 같은 제품,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오히려 유행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고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미국의 역사를 파고들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습니다." 수석디자이너 폴 오닐의 답이다.


마지막으로 오기사의 기사를 빼놓을 수 없다. 오기사가 소개한 장소는 '구로카와 온천'이다. 책을 읽으면서 음성지원이 되면 참 좋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오기사의 기사가 딱 그랬다. 빗소리, 바람소리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구로카와 온천을 글이 아닌 직접 눈으로 피부로 느껴야 할 까닭을 다름아닌 '소리'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시간을 제거한 채 그 소리 사이에 있었던 경험을 글이나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구로카와 온천마을로 직접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나 금전적으로 불가능한 독자에게는 조금 잔인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왠지 필자가 이렇게나 당당하게 말해주길 은근 바라는 사람들도 있기에 읽는 동안 어떤 소리였을까를 계속 상상하며, 사진과 글속에 푹 빠져들었다.  그런가하면 오기사는 구로카와 온천마을을 이야기하며 자연, 침묵 그리고 오래된 것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그리 크지 않은 온천마을은 몇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고 아침에 들렸던 장소, 어제 들렸던 장소를 계속 반복해서 지나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까와는 다른, 어제와는 다른 길을 걷게되는 기분속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도 말한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곳에 조금 지쳤다면 구로카와 온천마을에 푹 빠져 며칠을 보내다 오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의 시리얼은 내게 있어서만큼은 설레임 혹은 벅찬 기대감 같은 것을 주는 책이었다. 평범한 소품과 장소인데도 시리얼에 담겨져 있으면 참 멋져보였었다. 눈이 정말 정화되는 기분이었는데 이번호는 좀 달랐다. 명상이나 종교잡지도 아닌데 마음이 평화롭고 뜬구름 잡기식의 여행계획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싶어졌고 필자들이 힘주어 강조하는 여행지를 놓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번호는 오려서 액자에 넣어둘 풍경이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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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뭐 먹지? - 몸과 맘이 아픈 날에 치유요리
우노 타마고 지음, 이주영 옮김, 마에자와 치즈루 레시피 제공 / 이야기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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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뭐 먹지?

-우노 타마고 지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서먹했던 관계도 회복되고 우울했던 감정도 툴툴 털어버릴 수 있게 된다는 마법같은 사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주로 찾아먹었던 음식은 캡사이신 성분으로 엔돌핀을 돌게 해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매운 음식이었는데 매운요리를 너무 자주 먹다보면 그건 또 그것대로 위의 무리가 와서 죽이나 간이 약한 음식으로 위를 달래줘야 한다. 그렇다보니 한 달에 2주정도는 내 맘대로 맛있는 음식, 또 나머지 한 주는 텅빈 통잔잔고에 비례해서 강제적 절식이나 단식으로 남은 한 주는 보양식을 먹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이 반복되었다.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고, 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는 당연히 병원이나 약국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분명 음식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질병의 전초 증상을 해결 할 수 있는 그런 요리, 바로 그런요리를 책[아플 때 뭐 먹지?]에서 다뤄주었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우노 타마고'씨는 20~30대 싱글 여성들의 패턴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멋대로인 식습관에 직업이 프리랜서이다보니 더 식습관이 더 엉망이었다. 식습관이 엉망이라는 것은 집의 청소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그 때문에 첫 장면부터 쓰레기로 가득찬 방과 더부룩한데다 속쓰림까지 찾아와 괴로워하는 우노 타마고씨의 모습이 한심하지 않고 격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이상 불규칙한 식습관을 벗어내 제대로 요리를 해서 밥으로 질병을 몰아내기로 결심한 저자는 1장 생활질병, 2장 심신 피로에 효과적인 요리, 3장 여성질병을 치유하는 요리 그리고 마지막 4장은 미용에 효과적인 요리로 분류해서 몸과 맘에 좋은 요리를 소개해준다. 장과 장사이에는 별도로 작가가 건강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도넛과 애용하는 상점이야기, 몸에 좋은 차와 그 효능 등 별도의 팁도 함께 수록되어있다. 이야기의 방식은 주제에 해당하는 사연을 일러스트로 보여주고, 질병에 도움되는 식재료를 간단하게 소개해준 뒤 본격적인 요리를 알려주는 흐름이다.

 

여성 독자라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의 경우 요가나 스트레칭도 큰 도움을 주지만 음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무렵이면 평소에 챙겨 먹지 않던 빈혈에 좋은 간, 생선요리는 물론 몸에 열을 나게 해주어 통증을 줄여주는 마늘, 쑥이 들어간 음식이나 식재료 원액을 낸 쥬스까지 떠오르는 데 맛있게 요리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니 재미있는 만화내용과 함께 상당히 유익하다고 말하고 싶다.  미용편 또한 다른 요리책이나 잡지에서 다룬 내용이긴 해도 일목요연 하게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어 편리했다. 굳이 아쉬운점을 찾자면 요리과정을 전부 글로만 풀어냈다는 점이다. 식재료에 대한 소개분량을 줄이고 요리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알려주었더라면 요리만화를 넘어 한 권의 요리책으로도 손색없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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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스테어 지음, 김혜남 옮김, 고가라시 퍼레이드 그림 / 가나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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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은 그다지 많은 텍스트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한 편의 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일 뿐이다. 작품처럼 저자 나딘 스테어에 관한 정보도 그리 많지 않다. "경영의 신 피터 드러커가 노녀에 썼다'는 설이 인터넷에 나돌정도라고 한다. 원저자가 85세의 할머니 나딘 스테어든 혹은 피터 드러커든은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먼저 살다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혹은 스스로 느꼈던 아쉬움 그자체로도 충분히 우리는 느끼는 바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의 전반적인 내용은 좀 더 즐겁게, 좀 더 철없이 살겠다고 다짐한다. 좀 더 어른스럽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는 것이 아니라 더 철없이 굴지 못했던 것이 후회라고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만큼 어른스럽게, 깎듯하게 최선의 자세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철없이 살지 못했노라고 후회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말 최선으로 살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대책없이 살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시를 읽고 더 제멋대로 살기 보다는 그와 반대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와 함께 어우러진 일러스트를 보면 처음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느 순간 젊은 시절 아리따운 아가씨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마치 할머니가 시를 지을 때 상상속에서 혹은 추억속의 과거를 떠올리며 행복하게 미소짓는 듯한 장면을 목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콩을 덜 먹고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을 거야.'라는 구절만 봐도 할머니는 정말 모범적으로, 부모님이 좋다고 하는 것을 위주로 살아오셨구나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콩'은 기피하고 싶은 대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훌륭한 단백질 식품으로 엄마가 꼭 먹이고 싶어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스크림은 콩과는 정반대다. 많이 먹으면 감기에 걸린다는 동요가 있을만큼 아주 더운 한여름이나 칭찬받을 만한 어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 짧은 문장을 통해서도 할머니의 삶을 옅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부모님 혹은 관습에 맞추기 보다는 자기 의지로 살아보겠다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할머니의 삶이 바르고 정리된 책상서랍같았을 거란 내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구절도 있다. '나는 매일매일을 순간순간을 바르게 사록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지.' 구절 뒤에는 그렇게 살았던 삶안에서도 즐거운 시절이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산다면 좀 더 즐겁게 살겠다고 더욱 강조해서 말한다. 즐겁게 산다는 것이 할머니가 이야기 한 것처럼 회전목마를 더 많이 타는 것, 강에서 수영을 하는 것, 춤을 더 많이 춰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보겠다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삶일 것이다. 이 시를 읽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후회가 없이 현재를, 원하는 것을 충분히 즐겨보라는 할머니의 이토록 짧은 시가 누군가의 수첩에, 지갑속에 넣어져 오랜 시간 간직하고 이어지고 사랑받는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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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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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직 사랑만을 이야기해요.

의지할 곳 없는 사랑, 이름 없고 미래도 없고 증인도 없는 사랑의 이야기죠."


소설 [오 봉 로망]은 타이틀 그대로 '좋은 소설 있는 곳'에 관한 이야기다. 수식어 '좋은'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단순히 흥미만을 이끌거나 출판업자들의 마케팅으로 한순간을 풍미하고 사라지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소설'의 기준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점 [오 봉 로망]은 좋은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고 이상적인 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서점이 개점된 이후 오 봉 로망의 운영방식이 못마땅한 출판업자, 좋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작가군단, 출판흐름을 오 봉 로망이 바꿔놓을까 전전긍긍하는 서점관계자 및 이들이 풀어놓은 미끼를 물고 이유없이 오 봉 로망을 비난하는 사람들에 의해 피해받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치 스릴러처럼 처음 오 봉 로망을 공격한 사람은 누구인지,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사람 혹은 조직을 쫓는 에프너 형사의 수사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가 읽은, 그리고 내가 느낀 오 봉 로망의 주된 이야기는 프란체스카가 위원회 중 한 사람인 폴 네앙의 소설을 평가한 맨 첫 문장과 일치한다. [오 봉 로망]은 오직 사랑만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다른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고, 문학과 삶은 다르다고, 소설 나부랭이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할 테지. 그 사람들이 틀렸단다.

 

문학은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단련시켜준단다."


프란체스카의 할아버지는 현실참여적인 지식인으로 그녀의 부모가 그저 향락만을 쫓으며 돈을 낭비할 때 유일하게 그녀에게 문학의 중요성을 알려준 중요한 인물이다. 할아버지 덕분에 프란체스카는 제대로된 문학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도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신의 삶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동업자인 장 역시 좋은 소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책을 판매하게 되면서 어느 곳에 오랜시간 정착하지 못했던 과거의 생활를 버리고 [오 봉 로망]에 정착할 수 있게 된 인물이다.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이 지난 방황을 이겨내고 뜻을 한 곳에 모았을 때, 두 사람의 성별이 다른데다 매력적이라면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는 짐작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짐작이 소설에서 현실이 될지는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질까, 안 빠질까, 그 물음이 2세기 이상 유럽 소설의 원동력이 되었었지요.

이 책 역시 그 물음이 전체를 떠받치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대답이 마지막 줄에서 나오고요."


서점 [오 봉 로망]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심지어 소중한 가족이나 연인을 잃었을 때 조차 찾고 싶은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소설에서 언급되는 작가들과 작품이 실재하는지를 찾아보는 등 책을 읽다보면 500여 페이지의 분량이 결코 길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출판계의 어두운 면, 좋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등 각자 느끼거나 생각케 하는 바가 다 다를 것이다. 물론 나처럼 이 책을 처음 부터 끝까지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마치 [오 봉 로망]에서 원하는 책을 만난 것처럼 정말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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