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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평점 :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부제는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다. 기존에 출간된 반사회적 인격과 관련된 '괴물'이 '신자유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괴물이 된다는 것은 가정의 파탄, 이기주의 만연 등 개인의 부도덕한 모습이 겉으로 나오는 것이고, 그것이 사회에서 주는 심리적 억압과 분노 때문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개인의 허물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유약한 주장은 아닌가 하는 오해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저자는 크게 1,2부로 나뉜 내용 중 1부를 과감하게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할애했다. 다시말해 우리가 쉽게 생각해왔던 '정체성'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자유주의 때문에 우리가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체성은 타인이 정해놓은 잣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환경이 어떤 사람의 인격을 형성한다고 할 때 우리는 쉽게 '유전자'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인지과학, 뇌구조 등의 단어를 떠올리기 쉬운데 저자는 가변적인 잣대에 의해 우리의 인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요인으로 유전자나 가정환경 보다는 사회구조에 좀 더 무게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이 타인과 '나'와의 사이를 동일화 하거나 반작용, 즉 다름을 균형있게 맞춰간다면 괴물이 될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여져 있다면 어떨까? 신자유주의는 정통적인 자유주의와 크게 다른 점이 있는데 다름이 아닌 사회가 개인에게 해줄 수 있는 영역이 다른다는 점이다. 정통적인 자유주의는 오히려 지나친 복지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개인의 의사권을 상실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신 자유주의는 쉬운 말로 '능력주의'에 사로잡힌 것으로 개인의 능력여하에 따라 잘살고 못살고가 결정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정통적인 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능력이 우선시 되고, 모든 책임을 개인의 무능력으로 몰고가게 되면 개인이 갖게되는 정체성에도 당연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정체성은 개인의 특성들을 모아놓은 중립적인 단일체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습득하거나 습득하지 않은 규범 및 가치와 더 관련이 깊다. - 본문 중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정체성은 위의 한 문장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이 아닌 우리 삶의 거울이 되어주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것처럼 유전적인 부분보다는 사회의 역할, 사회 전반적으로 중요시되는 사상, 즉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역항르 차지하게 된다. 예전에는 종교가 그런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반이데올로기 역시 종교와 관련되어 일어났지만 요즘 시대는 더이상 '믿을 수 있는 존재'자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어떤 서사를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고, 저자 또한 그런 생각을 한시적으로 갖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서사를 만들어봤자 종교가 했던 역할을 이어받을 뿐이라면 결과는 똑같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아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누군가 우리에게 숨겨진 어떤 존재가 있을 거라는 해석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자신을 찾는다고 하면서도 타인에 의해 비춰진 모습과 그들이 정해준 잣대속에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바로 그런 비판적 운동이다. 우리에겐 다시 동일성과 차이, 집단과 개인, 지시된 동일성과 자유로운 선택의 힘겹지만 꼭 필요한 균형을 회복시킬 정치체제가 필요하다. 이런 사회질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먼길을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좀 더 참여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진정한 자아를 아직도 찾고 있고, 그런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뇌와 유전자가 결정짓는다는 비주체적 사고를 버리늰 것과 이전에 정체성이란 것이 결국 타의에 의해 정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오해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 이후에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