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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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적인 건강 회복의 음료로서의 비극

  

페르시아 전투를 치른 것도 비극적 신비의 민족이다. 이 전쟁을 수행했던 민족은 다시금 필수적인 건강 회복의 음료로서 비극을 필요로 한다. 이 민족이 여러 세대 동안 디오니소스적 다이몬의 강력한 경련에 의해 깊은 내면적 흥분을 경험한 뒤 단순한 정치적 감정, 가장 자연스러운 애향심, 원초적인 남성적 전투욕을 마찬가지로 강하게 토로할지 누가 추측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디오니소스적 흥분 상태가 주목할 정도로 널리 퍼질 때마다 개체의 사슬에서 벗어난 디오니소스적 해방이 가장 먼저 무관심, 아니 적대감으로 고양된 정치적 본능의 훼손에서 감지될 수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 국가를 형성하는 아폴론도 "개별화의 원리"의 수호신이며 국가와 애향심은 개인적 인격을 긍정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망아적 비밀 의식으로부터 출발하면, 이 민족이 갈 길은 오직 하나, 인도의 불교에 다다르는 길이다. 무를 동경하는 불교가 수용되기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과 개인을 초월한 희귀한 황홀 상태를 필요로 한다. 이는 다시금 중간 상태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하나의 표상으로 극복할 것을 가르치는 철학을 요청한다. 바로 그 때문에 어떤 민족은 정치적 충동의 무조건적인 통용으로부터 극단적인 세속화의 길로 빠진다. 이 세속화의 가장 웅대하지만 또 가장 무서운 표현이 바로 로마 제국인 것이다.

 

…… 그리스인이 어떤 약을 가졌기에 디오니소스적인 정치적 충동이 유난히 강했던 위대한 시대에 망아의 심사숙고로 세속 권력과 세속 명예의 불타는 열망으로 소진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대신 타오르게 하기도 하고 관조적 기분에 빠지게도 하는 저 고귀한 포도주라는 훌륭한 혼합물을 만들 수 있었는지 질문을 던져보자. 그러면 우리는 민족의 삶 전체를 흥분시키고 정화시키고 분출시키는 저 엄청난 비극의 힘을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비극이 그리스인에게 그랬듯이 우리에게도 모든 예방 치료 능력의 진수로 또 민족의 가장 강력한 특성과 가장 위험한 특성 사이를 지배하는 매개자로 등장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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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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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의 기사가 바로 우리의 쇼펜하우어다

 

그리스 고대의 재탄생이 목전에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어느 누구도 없애버리지 말기를. 우리는 그리스 고대 안에서만 독일 정신이 음악의 불꽃 마법을 통해 새로워지고 깨끗해진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폐해지고 지친 현재의 문화 속에서 미래를 위해 위안이 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우리가 그것 말고 또 무엇을 들먹일 수 있는가? 힘차게 가지를 뻗은 뿌리 하나를 찾고 비옥하고 건강한 땅 한 조각을 찾지만 모두 허사다. 먼지, 모래와 마비와 갈증만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절망적으로 고독한 사람이 선택하는 최고의 상징은 화가 뒤러가 그렸듯이 죽음과 악마와 함께 있는 기사의 상징일 것이다.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의 눈길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소름끼치는 동행자들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그러나 희망도 없이 말과 개를 데리고 공포의 길을 걸어간다. 뒤러의 기사가 바로 우리의 쇼펜하우어다. 그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러나 그는 진리를 원한다. 그와 필적할 만한 사람은 없다. ㅡ

 

방금 그토록 어둡게 묘사된 지친 우리 문화의 황량함도 디오니소스의 마법을 건드리면 갑자기 어떻게 변하는가! 폭풍이 불어와 노쇠한 것, 썩은 것, 부서진 것, 구부러진 것들을 모두 붙잡아, 소용돌이치는 붉은 먼지 구름 속에 감추고 독수리처럼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혼란스럽게 우리의 시선은 사라진 것들을 찾는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라앉았다가 황금빛 속으로 솟아오른 것처럼, 너무나 충만하고 초록빛이며 넘치듯이 활기차며 무한히 동경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고상한 황홀경에 빠져 넘쳐흐르는 삶과 고통과 쾌락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침울한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ㅡ 비극은 존재의 어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름은 망상, 의지, 비탄이다. ㅡ 그렇다, 내 친구들이여. 나와 함께 디오니소스적 삶과 비극의 부활을 믿자. 소크라테스적 인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담쟁이덩굴로 화환을 만들어 머리에 얹고, 바코스의 지팡이를 손에 쥐어라. 호랑이와 표범이 아첨하며 그대들의 무릎에 누워도 놀라지 마라. 이제는 그저 과감하게 비극적 인간이 되는 일을 행할 뿐이다. 너희는 구원되어야 하니까. 너희는 인도로부터 그리스로 가는 디오니소스의 행렬을 호위해야 한다! 격렬한 싸움에 대비해라, 그러나 너희의 신이 행할 기적을 믿어라!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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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음악에 미친 불행한 영향

 

오페라의 모습에서는 결코 영원한 상실의 비가적 고통이 나타나지 않는다. 영원한 재발견의 명랑성, 적어도 그 순간에는 현실적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목가적 현실에 대한 쾌적한 즐거움이 그 모습에 서려 있다. 그러나 언젠가 한번은 이 상상의 현실이 환상적이고 어리석은 노닥거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진정한 자연의 무서운 진지함과 인류 초기의 원초적 풍경을 이 장난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구역질을 느끼면서 이렇게 외칠 것이다. 환영아, 물러가라! 오페라처럼 그렇게 장난스러운 존재를 단지 호통만 쳐서 유령처럼 쫓아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오페라를 파괴하려는 사람은 저 알렉산드리아적 명랑성에 맞서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명랑성은 오페라 안에서 너무나 순진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생각을 표현한다. 아니 명랑성 본연의 예술 형식이 바로 오페라다. 미학적 영역에서 유래하지 않고 반쯤 도덕적인 영역으로부터 예술 분야에 몰래 건너와 자신의 잡종적 태생을 여기저기서 숨길 수 있었던 예술 형식이 예술 자체를 위해 무엇을 하리라 기대하겠는가? 진정한 예술의 수액이 아니라면 이 기생충 같은 오페라가 무슨 수액을 먹고 살겠는가?그의 목가적 유혹으로 인해, 그의 알렉산드리아적 아부 예술로 인해 예술에 주어진 엄숙한 최고 과제가 ㅡ 밤의 공포를 응시한 눈을 구제하고 허상의 치료약으로 주체를 의지 발동의 경련으로부터 구원하는 ㅡ 공허한 오락적 여흥의 경향으로 변질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내가 무대조의 본질로 서술했던 그런 양식의 혼합에서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이라는 영원한 진리는 무엇이 되겠는가? 음악은 하인으로, 가사는 주인으로 여겨지고, 음악은 육체와 그리고 가사는 영혼과 비교되는 곳에서? 최고의 목적이 과거 아티케의 주신 찬가에서처럼 기껏해야 개작하는 회화적 음악이 있는 곳에서? 디오니소스적 세계 거울이라는 자신의 진정한 존엄성으로부터 음악이 완전히 소외되어 현상의 노예로서 현상의 형식 존재를 모방하고 선과 균형의 놀이를 하면서 피상적인 재미를 주는 일밖에는 할 일이 없는 곳에서? 좀 더 엄밀히 고찰하면 오페라가 음악에 미친 이 불행한 영향은 현대의 음악 발전 전체와 일치한다. 오페라의 발생 속에 그리고 오페라가 대변하는 문화의 본질 속에 숨어 있는 낙천주의는 무서울 정도로 급속하게 음악으로부터 디오니소스적 세계 규정의 성격을 빼앗고 그 대신 형식 유희적이고 오락적인 성격을 성공적으로 새겨 넣었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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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문화

  

소크라테스적 문화를 오페라의 문화라 부른다면, 그 내면적 내용을 가장 예리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화는 오페라의 문안에서 본연의 소박함을 가지고 자신들의 의지와 인식에 대해 말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페라의 발생과 오페라 발전의 사실적 측면을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영원한 진리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이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무대조stilo rappresentativo와 서창Recitativ의 발생이 기억난다. 경건한 예배 능력이 부족한 완전히 외면적인 이 오페라 음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상하고 성스러운 팔레스트리나 음악을 탄생시킨 직후, 한때 마치 모든 진정한 음악의 부활인 것처럼 열렬한 애호와 인정을 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화려한 오락을 즐기는 피렌체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극적인 가수들의 허영심을 오페라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확산된 원인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겠는가? 같은 시기에 같은 민족에게서, 전체의 기독교적 중세를 떠받치는 팔레스트리나적 화음의 아치형 건축물 옆에서 저런 반(半)음악적 화법에 대한 정열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나는 오로지 서창의 본질 속에 같이 작용하는 예술 외적인 경향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수는 노래보다 말을 많이 함으로써, 그리고 이 반(半)성악곡에 열정적인 단어의 표현을 강화함으로써, 노래의 가사를 좀더 잘 듣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열정의 강화로 인해 그는 단어의 이해를 쉽게 하고 반만 남은 음악을 극복한다. 이제 그에게 닥친 위험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가 부적절한 시간에 음악에 더 중점을 둘 경우다. 그로 인해 말의 열정과 단어의 명료성이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음악적 발산을 원하고 대가다운 멋진 자신의 목소리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경우다. 여기에서 "시인"이 그에게 도움이 된다, 시인은 서정적인 감탄, 단어와 문장을 반복할 기회를 그에게 제공할 줄 안다. 이런 대목에서 가수들은 이제 단어는 고려치 않고 순수하게 음악적인 요소들에서 머무를 수 있다. 감정적으로 감동을 시켜야 하지만 반만 노래로 부르는 말과 완전히 노래로 불리는 감탄의 교체는 "무대조"의 본질인데, 이런 식의 교체 그리고 금방 개념과 표상에 작용하다가 어느 순간 청중의 음악적 소양에 적용하려는 식의 급격한 변화는 아주 부자연스럽고, 디오니소스적인 예술 충동과 아폴론적 예술 충동에 내적으로 똑같이 모순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창의 기원이 예술적 충동 외부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없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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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먼지와 오자에 언젠가는 비참하게 눈이 멀 알렉산드리아적 인간

 

소크라테스의 문화는 두 측면으로부터, 즉 차후에 예감하기 시작한 자신이 빚은 결과에 대한 공포에서, 그리고 자기 토대의 영원한 타당성을 과거처럼 소박하게 신뢰하고 확신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 무오류성의 왕홀(王笏)을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래서 이 문화의 춤추는 사유가 언제나 새로운 인물에게로 돌진하여 끌어안고 있다가는 갑자기 메피스토펠레스가 유혹적인 라미엔을 단념했듯이 몸서리치며 밀어내는 것은 슬픈 연극이 아닐 수 없다. 이론적 인간이 자신으로 말미암은 결과에 놀라 실존의 무서운 빙하에 감히 몸을 담그지 못하고, 강가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바로 저 "단절"의 특징이다. 누구나 이 단절을 현대 문화의 원초적 고통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이제 어떤 것도 온전히, 즉 사물의 온갖 자연적인 잔인함을 포함해 온전히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의 낙천적인 관점은 그 정도로 나약해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비논리적이 되려고 하면, 다시 말해 자신의 결과로부터 도피하기 시작하면, 학문의 원칙 위에 세워진 문화처럼 파멸할 것임을 예감하고 있다. 우리의 예술은 이런 보편적인 위기 상황을 드러낸다. 온갖 위대한 생산의 시대와 인물을 모방하면서 그들에게 의존해도 소용없다. 현대인을 위로하기 위해 온갖 "세계 문학"을 그 주변에 수집하고 그를 모든 시대의 예술 양식과 예술가들 가운데 세워서 아담이 동물을 명명하듯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는 영원히 굶주린 자이며, 즐거움과 힘이 없는 '비평가'이고, 근본적으로 사서이며 교정자이고, 책의 먼지와 오자에 언젠가는 비참하게 눈이 멀 알렉산드리아적 인간인 것이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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