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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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 불렀다

 

어쩌면 이러한 반도덕적 경향의 깊이는 이 책 전체에서 기독교를 다룰 때 보이는 태도, 즉 조심스럽고 적대적인 침묵에서 가장 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ㅡ 그것은 기독교를 이제까지 인류가 귀 기울여온 도덕적 주제의 극단적 구체화로서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이 가르치는 바와 같은 순수하게 심미적인 세계 해석과 세계-정당화에 대해 기독교적 교리보다 더 커다란 대립도 없다. 기독교적 교리는 오로지 도덕적일 뿐이며 도덕적이고자 한다. 그리고 절대적 척도로써, 예를 들면 그것이 주장하는 신의 진실성으로써 예술을, 모든 예술을 거짓의 영역으로 추방한다. ㅡ 즉 부정하고, 저주하고, 유죄 판결을 내린다. 그것이 실질적이고자 하는 한 예술에 대해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그와 같은 종류의 사고방식과 가치 평가 방식의 배후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또한 삶에 적대적인 것과 원한으로 가득 차고 복수심에 불타는 삶에 대한 적의를 느꼈다. 왜냐하면 삶은 가상, 예술, 기만, 광학, 관점적인 것과 오류의 필연성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처음부터, 본질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삶의 구토와 권태였다. 이것은 "다른" 혹은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으로 단지 위장되고, 은폐되고, 치장되었을 뿐이다. "세계"에 대한 증오, 감정에 대한 저주, 아름다움과 감성에 대한 두려움은 현세를 보다 잘 비방하기 위하여 내세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허무, 종말, 휴식, "안식일 중의 안식일"에 대한 열망이다. ㅡ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오직 도덕적 가치만을 타당한 것으로 통용시키려는 기독교의 무조건적 의지와 마찬가지로, "몰락에의 의지"의 모든 가능한 형식들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무시무시한 형식으로 여겨지며, 적어도 삶에 대한 가장 깊은 질병, 피로, 불만, 고갈, 가난의 표시로 여겨진다. ㅡ 왜냐하면 도덕 (특히 기독교적인,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도덕) 앞에서 삶은, 삶이 본질적으로 비도덕적인 까닭에, 늘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ㅡ 결국 삶은 경멸과 영원한 부정의 무게에 짓눌려 갈망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무가치한 것으로 느껴져야만 한다. 도덕 자체는 ㅡ 어떠한가? 도덕은 "삶의 부정에의 의지", 감추어진 파괴 본능, 물락과 비난과 비방의 원리, 종말의 시작이 아닌가? 그리고 결과적으로 위험들 중의 위험이라고 한다면? …… 그리하여 나의 본능은, 삶을 옹호하는 본능으로서, 당시 이 의심스러은 책을 씀으로써 도덕에 대항하여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의 본능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 이론과 반대 평가, 즉 순수하게 예술가적이고 반기독교적인 반대 이론과 반대 평가를 생각해냈다. 그것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문헌학자이나 낱말의 전문가로서 나는 그것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ㅡ 반기독교인의 올바른 이름을 누가 알겠는가? ㅡ 한 그리스신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나는 그것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 불렀다. ㅡ

 

 -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자기 비판의 시도>,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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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디오니소스적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디오니소스적인가? ㅡ 이 책에는 그에 대한 대답이 있다 ㅡ 자신의 신에 정통한 사도인 한 "지자(知者)"가 거기서 말하고 있다.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어떻게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의 근원이 된 것인가라는 몹시 어려운 심리학적 질문에 관해서 지금 나는 아마 좀더 신중하고 간략하게 말할 것이다. 근본적 물음은 고통과 그리스인의 관계, 그의 감수성의 정도다 ㅡ 이 관계는 여전히 똑같은가? 아니면 전도되었는가? ㅡ 점점 더 강해지는 그리스인의 미에 대한 욕망, 즉 축제, 오락, 새로운 의식에 대한 욕망이 결핍, 궁핍, 침울, 고통에서 자라났는가? 다시 말해 바로 이 점이 참이라고 전제한다면 ㅡ 그리고 페리클레스(혹은 투키디데스)는 거대한 장례식 연설에서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ㅡ 시간상으로 그 이전에 나타났던 정반대의 욕망, 즉 추한 것에 대한 욕망, 염세주의, 비극적 신화, 실존의 밑바탕에 놓여 있는 모든 무서운 것, 악한 것, 불가사의한 것, 파괴적인 것, 운명적인 것의 표상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의 엄격한 의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ㅡ 그렇다면 비극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단 말인가? 어쩌면 쾌락으로부터, 힘으로부터, 넘쳐나는 건강과 과도한 풍요로부터? 생리학적으로 묻는다면, 희극 예술뿐만 아니라 비극 예술을 만들어낸 저 광기, 즉 디오니소스적 광기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자기 비판의 시도>,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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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보다 "교양인"을 더 꺼리는 교만하고 열광적인 책

 

다시 한번 말하면, 오늘날 그것은 나에게 불가능한 책이다 ㅡ 나는 이 책이 형편없이 씌어졌고, 서투르고, 지나치게 면밀하고, 비유가 난무하고, 감상적이고, 여성적으로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서 달콤한 표현이 사용되고,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논리적 명료성에의 의지가 없고, 너무 확신에 차서 증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증명의 적절성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 즉 음악의 세례를 받고 처음부터 희귀한 공통의 예술 경험들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며, 예술의 혈족 관계를 보여주는 인식표다 ㅡ 이 책은 처음부터 "민중"보다 "교양인"을 더 꺼리는 교만하고 열광적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끼친 영향이 증명한 바 있고 또 지금도 증명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함께 열광할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를 새로운 샛길과 무도회장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며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자기 비판의 시도>,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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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크라테스여, 소크라테스여, 그것이 혹시 너의 비밀이었는가?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강하고 가장 용기 있는 시대의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적 신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무시무시한 현상은? 그것으로부터 탄생한 비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ㅡ 그리고 다시금, 비극을 죽인 도덕의 소크라테스주의, 변증법, 이론적 인간의 만족과 명랑성을 보자 ㅡ 어떤가? 바로 이 소크라테스주의가 몰락, 피곤, 병듦, 그리고 무정부적으로 스스로를 해결하는 본능들의 기호일 수는 없는가? 그래서 후기 그리스 문화의 "그리스적 명랑성"이 단지 황혼에 불과하다면? 염세주의에 대항하는 에피쿠로스의 의지가 단지 고통을 당하는 자의 조심성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학문 자체와 우리의 학문은 ㅡ 그헣다, 삶의 증상으로 간주한다면 모든 학문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을 위하여, 조금 더 가혹하게 말하자면, 무엇으로부터 ㅡ 모든 학문은 존립하는 것인가? 어떤가? 학문은 어쩌면 염세주의에 대한 공포와 도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진리에 대한 하나의 멋진 정당방위가 아닌가? 그리고 도덕적으로 말해서 비겁함과 거짓과 같은 것은 아닌가? 반도덕적으로 말한다면 교활함이 아닌가? 오, 소크라테스여, 소크라테스여, 그것이 혹시 너의 비밀이었는가? 오, 비밀스러운 아이러니의 대가여, 이것이 혹시 너의 ㅡ 아이러니였는가? ㅡ ㅡ

 

 -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자기 비판의 시도>,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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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부터라고? 음악과 비극이라고?

 

이 의심스러운 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틀림없이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질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매우 개인적인 의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증거는 이 책이 형성된 시대인데, 1870∼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라는 어수선한 시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씌어졌다. 뵈르트 전투의 포성이 유럽을 휩쓸고 있는 동안 꼬치꼬치 캐기를 좋아하고 수수께끼 풀기를 좋아하는 이 책의 저자는 알프스의 어느 구석에서 난해한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며 앉아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전황이 근심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무관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인들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나갔다. 이것이 이 뒤늦은 서문(혹은 후기)을 헌정할 기묘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이 책의 핵심이 된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메스의 성벽 아래에서도 그는 그리스인들이 가진 소위 "명랑성"과 그리스적 예술에 대해 자신이 붙였던 물음표로부터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사유에서 평화 협상이 이루어지던, 몹시 긴장된 그달에 그는 마침내 평화를 얻어, 전장에서 얻은 병을 서서히 치유하면서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을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ㅡ 음악으로부터라고? 음악과 비극이라고? 그리스인들과 비극-음악이라고? 그리스인과 염세주의의 예술 작품이라니? 이제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성공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많은 부러움을 샀으며, 우리를 삶으로 가장 강하게 유혹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그리스인들인데 ㅡ 뭐라고? 바로 이들에게 비극이 필요했다고? 더군다나 ㅡ 예술이? 왜 ㅡ 그리스 예술이? ……

 

 - 『비극의 탄생, 또는 그리스 정신과 염세주의』, <자기 비판의 시도>,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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