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열린우리당, 미래는 있는가 - 김욱 칼럼

열린우리당, 미래는 있는가 - 김욱 칼럼


개혁정치 아마추어들이 이 나라 정치구조의 진화를 최소한 20년 이상 퇴행시켰다. 1998년 정권교체 이후 맞이한 10년의 기회를 원위치 시켰으며, '노무현 학습효과'로 인해 앞으로 10년 이상 집권 기회를 못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태를 최악으로 악화시켰다. 노란 하늘이 아직 실감나지도 않을 것이고,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상태라면 두고 볼 것도 없다.

침몰하는 노무현 정부, 왜?

내가 위에서 개혁정치 아마추어라고 지칭한 사람들은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을 둘러싼 집권세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갖도록 만든 지지자들까지 포함한다. 아마추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개혁만 부르짖으면 개혁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말을 바꾸면 집결세력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부르짖으면 개혁이 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역사상 그렇게 이루어진 개혁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왜 실패하고 있는가? 지지세력 결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지지세력 결집에 실패했는가? 정권을 만들어낸 전통적 지지세력의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지지세력으로 전통적 지지세력을 교체하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 지지세력의 중심축인 호남이 수행해왔던 민주개혁의 역사적 정당성과 지위를 하루아침에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터무니없는 이데올로기는 개혁세력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개혁정치 아마추어들이 호남을 개혁의 토대로 삼아 호남과 개혁세력의 연대를 확대ㆍ강화하기보다는 호남이라는 지역관념을 없애야만 개혁이 확대ㆍ강화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청산대상이었다. 당연히 역사의 문제는 이렇게 제기됐다. 저항하는 호남이 사라지면 패권을 추구하는 영남도 사라질 것인가? 영남 출신 노무현 대통령의 장밋빛 환상은 이런 것이었다.

"저는 이와 같은 것이 보기에 따라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민주당만 먼저 분열되고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저렇게 서 있으면 호남만 분열되고 오히려 고립되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겠지만 그러나 저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역, 말하자면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자기 당의 결속을 유지해 왔던 그런 정치질서의 총체적 붕괴가 일어나리라고 생각한다."(<인터넷 한겨레>, 2003년 9월 17일)

총체적 붕괴??!! 노 대통령의 '생각'이 만들어낸 참담한 현실을 좀 보라! 노 대통령의 장밋빛 환상 덕분에 한나라당은 공룡이 되어 돌아왔다. 그나마 공룡이 된 한나라당에 강철처럼 맞서 버텨낸 건 호남뿐이다. 개혁을 떠들던 장삼이사의 표는 다 어디로 갔는가? 이러니 호남이 누굴 믿겠는가!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상상했던 '지역관념 없는 개혁(?!)부동층'을 흡수해 다시 완벽하게 "호남만 분열되고 오히려 고립"시키고 게임을 끝냈다.

도대체 이 엽기적인 실패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아니 그들이 책임의식이라도 있을까? 오히려 "대한민국은 이미 일정한 궤도 위에 올라와 있어 국민은 과거보다 여유 있는 입장에서 집권세력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인터넷 중앙일보> 2006년 5월 15일)는 유시민 장관의 염장지르는 소리만 들린다. 이런 식이라면 "호남만 분열되고 오히려 고립"시킨 책임을 묻는 나의 시선은 호남근본주의자의 구시대적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지세력 분열, 이유는 있다

제발 이제 보고 싶은 환상만으로 세상을 규정하지 말고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좀 직시하기 바란다. '노무현 이데올로기'는 호남이라는 관념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의 상당수 호남 유권자는 한나라당에 기꺼이 투표했다. 이는 역사상 어떤 독재자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렇게라도 지역구도가 허물어졌으니 축하할 일인가? 호남이 그럴진대 DJP연대를 통해 가까워진 상당수 충청 유권자가 한나라당에 다시 귀환한 것도 당연했다.


처음부터 지지세력의 확고한 결집에 실패한 결과 개혁은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개혁에 피로함을 느낀 수도권 부동층도 다시 한나라당에 돌아섰다. 예정된 악순환이었다. 물론 여전히 확고한 신념을 가진 진보세력은 민주노동당에 투표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영남 유권자는 당연히 한나라당에 투표한다. 자,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표는 어디에서 나올까?

과거를 이해하면 미래도 보인다. 노 대통령에게 지역문제는 실체가 있는 패권관계가 아닌 실체가 없는 감정적 허구다. 그래서 이 관점을 지지하는 친노 세력은 앞으로도 지역관점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일 따위는 속으로만 할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개혁이 미진해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으로 떠났으므로 개혁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열심히 뒷북을 칠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이 무책임하고 습관적인 구호가 정말이지 이젠 지겹다.

생각해보라. 만약 지방선거 결과가 미진한 개혁실패의 결과일 뿐이라면 왜 그들은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며 민주노동당으로 집결하지 않고 수구적인 한나라당으로 귀환했을까? 그리고 왜 미진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민들과는 달리 호남만이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을 거부하고 있을까? 지방선거 결과를 '지역패권문제 없는 개혁실패의 결과'만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전략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역사적 '무한지연책'일 뿐이다.

정치권의 '반한나라당 전선' 구축, 가능할까

한편, 좋게 말해 현실을 직시하는 혹은 나쁘게 말해 국회의원직 재창출만이 유일한 관심사인 그룹은 다시 통합을 부르짖으며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통합이 어떻게 가능할까? 표현이야 다양하게 나오겠지만 결국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자는 것이 요체일 것이다. 얼핏 보기에 '반한나라당 연대'는 통합을 주장하는 호남중심의 '살자파'와 초심을 외치는 영남중심의 '몽환파'가 두말없이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두 정치세력은 절대로 '반한나라당 연대'에 쉽게 합의하지 못할 것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반한나라당 연대'란 구체적으로 '영남인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주체는 다시 호남과 연대지역 그리고 개혁세력이 된다. 이 경우 호남이라는 지역 관념이 다시 등장할 것이고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영남개혁세력은 이를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상기하자. 노회찬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꿈의 리그'를 말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말했을 때 '창당 초심'으로 제동을 걸었으며, 문재인 전 수석은 '부산정권' 발언과 함께 '민주당과의 합당 반대'라는 노 대통령의 복심을 확인했다. 가치맹목적인 영남의 눈으로 역사를 보는 그들에게 '반한나라당 연대'는 '역3당합당'이며 '도로난닝구'의 굴욕에 불과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사람들,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도 일종의 정치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영남인들은 한나라당에 열심히 투표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으므로 그들은 99마리의 양보다 더 중요한 길 잃은 1마리의 양이라고 믿는 사람들, 한나라당이 앞으로 백년을 지배하더라도 반한나라당 연대는 과거회귀일 뿐이라며 '관념으로 현실을 재단'하려는 사람들과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다수당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없다! 그들의 통합논의는 동시에 분열논의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남개혁세력=꼬마민주당=양비론=노무현 이데올로기'로 무장하여 호남을 표찍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영남에 정의를 구걸하려 했던 열린우리당의 몽환적 정치실험은 분명히 실패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는 아직 살아 있다. 다만 앞으로도 '그들 분파'가 역사와 싸울 무기가 '양비론'이라는 사실이 유감일 뿐이다.

미래를 말하기 전, 현실부터 직시해야

덧붙여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울산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민주노동당도 호남에 관한 한 '노무현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열린우리당의 양비론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한나라당을 반개혁ㆍ수구정당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바로 그 반개혁ㆍ수구정당을 노동계급보다도 더 철저히 거부하는 차별지역 호남과의 연대를 거부한다. 연대는커녕 호남이라는 지역관념의 극복이 곧 그들이 융성해지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는 노동 '계급'이든, 식민 '지역'이든, 피지배 '인종'이든 피차별 '여성'이든 약자들과의 연대가 모든 정치투쟁의 필연적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는 전 세계 진보역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기이한 사태다. 나는 이 유래 없는 사태를 자랑하는 이 나라 개혁ㆍ진보세력의 이데올로기가 한없이 부끄럽다. 개혁ㆍ진보세력에 의한 호남 해체가 아닌 호남과 개혁ㆍ진보세력의 연대만이 한나라당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상식을 믿기에 그렇다.

이 모든 위선적 정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결과만 좋았다면 정의는 역사의 숙제로 남겨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하다. 한나라당으로 발현되는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에 '무릎 꿇고 반항하는' 식의 영남개혁세력의 이 사이비 개혁정치는 호남을 개혁 이데올로기와 철저히 분리시켰으며, 그 분리된 호남은 다시 불가피하게 양분되어 소수로의 전락을 자초했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노무현 식 개혁정치'의 참담한 실패로 귀결됐다.

한 마디로 열린우리당의 비참한 몰락은 아주 오래된 논쟁, 즉 '호남 없는 개혁'이 가능한가에 대한 역사경험적인 냉혹한 응답이다. 니체를 인용하면 병자가 된 열린우리당은 "예전에 자신이 탐닉했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환상들을 경멸과 함께 상기"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추동해왔던 호남과 개혁세력의 미래는 반드시 계속되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깨달은 바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정도를 걷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의 디벨로퍼들 - 부동산 개발로 대박 신화를 쓰는 사람들
조성근 지음 / 이다미디어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무엇이 디벨로퍼를 화제에 오르게 만들까? 곰곰히 생각하던 중 이 책을 읽게되면서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다.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풀어내려가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 단어에는 대박, 간교함, 비리 등 온갖 이미지가 중첩되는 것 같다.

어쨌든 큰 돈을 벌 수 있는 신종 직업이 부상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하나는 인적 조건이다. 디벨로퍼들의 출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건설업체다. IMF를 맞아 건설업체들이 대거 분양사업을 포기하면서 기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 자생의 길을 가게 되었다.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노하우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고 건설업이란 분야의 특성상 인맥의 두터움도 꽤 있었던 것이 좋은 조건이었다.
다른 하나는 기존에 분양대행업과 같이 건설업체들이 궂은 일이라고 직접 하지않으려던 부분을 맡아오면서 실력을 키웠던 사람들이다. 통산 건설에는 땅매입, 인허가 등 과정이 불투명하고 지저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활동해왔다.
이들이 시류에 맞추어 삼삼오오 모이면서 소집단을 이루었는데 기존의 조직과는 다르게 규모가 작아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전문성이 뛰어나며 나아가 리스크를 안고라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욕 또한 강했다고 보여진다.

다음으로는 물적조건이다. 앞서 건설사들이 시행기능을 대거 포기하면서 나온 공백은 누군가가 메워줘야 할 상황이 되었다. 당시 건설업에 큰 변화를 준 것은 김대중이 시행한 분양가 자율화였다. 이는 바닥에 이른 건설업을 살리기 위해 수익성을 높여주자 바꾸어 말하면 좀 바가지를 씌워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이었다. 노태우가 대량공급과 부동산 가격 통제를 통해 당시 거품을 꺼트렸던 것에 정 반대 방향의 정책이다. 어쨌든 분양가의 자율화는 고가격을 가능하게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기대심리를 높였다. 가격 상승이라는 금전적 기대도 있겠지만 소비의 질을 높이고 싶다는 기대도 있다.
대형사 중 앞선 회사들은 먼저 브랜드를 만들고 광고를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자산으로 키워나갔다. 래미안, 롯데캐슬과 같은 브랜드는 이와 같이 상품의 질에 대한 개념을 소비자에게 팔아먹은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디벨로퍼들은 컨셉을 창조하게 된다.
테크노마트, 밀리오레 등은 전통적 상가가 보여주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었다. 그동안 물질이 없이 살던 사회에서는 주는대로 먹을 수 밖에 없고 아무렇게나 거주하게 된다. 하지만 물질이 풍요롭게 되면 질을 따지게 되고 브랜드가 그만큼 중시된다. 똑 같은 현상이 아파트의 브랜드, 상가의 컨셉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잘 나가는 디벨로퍼들은 스스로를 업자로 규정하지 않고 주거문화의 혁신가로 자리 매김한다고 한다.

좋은 개념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모이고 이들의 돈을 모으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은행에서 차입하면 멋지게 성공할 수 있게 된다. 바야흐로 제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누가 잡을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나이키와 같은 기업이 브랜드와 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노가다 성인 제조는 임금이 싼 아시아권에 맡기는 것처럼 고객을 잡을 수 있다면 제조는 일반 시공사들이 떠 맡을 수 있도록 사업환경이 바뀌어 버렸다.
특히 저금리 속에서 대기업들의 저투자로 빌려줄 곳을 찾지 못한 금융권이 돈의 방향을 부동산으로 틀면서 더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부동산 업계로 끌어들였는데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80:20 법칙처럼 성공은 더 용감하고 더 지혜로운 소수에게 몰리게 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장님들의 면면을 보면 솔직히 대기업의 임원들과는 무척 다른 인상을 받게 된다. 가장 강한 부분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끈기 있게 매달릴 것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땅을 팔지 않는 지주를 끌고 술먹다가 차로 동반자살 시도한 경우나 알박기 하고 끊임없이 돈 요구하기에 살인의 충동을 느꼈다는 경우 등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난다. 읽어나가다 보면 그래 당신들은 그만큼 돈 벌 자격이 있구나 하는 끄덕임도 가지게 한다.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보면서 아예 1년간 사업을 쉬기도 하면서 많은 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가끔씩 뜨는 중국 부동산 광고들이 새로운 먹거리라고 한다. 과연 도날드 트럼프 만한 명성을 가진 한국형 디벨로퍼가 나올지는 더 두고 볼 일이겠지만 한편으로 기대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펌/민소] KTX, '동지'와 '연대'로 싸워온 100일

 

KTX, '동지'와 '연대'로 싸워온 100일
"녹록치 않지만 동지들이 있어 할 수 있죠. 끝장을 봐야죠"
정웅재 기자    메일보내기  

  

△여전히 환한 웃음을 잃지 않은 승무원들. 정당한 투쟁이기에 "끝장을 보겠다."라고 말한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8일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100일을 맞았다.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업무이기에 업무위탁 방식이 아닌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에 철도공사는 270여 명 정리해고로 답했다. 그리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3월 1일 350여 명이 시작한 파업투쟁. 일부는 복귀하고, 일부는 지쳐 포기하고 200여 명이 남았다. 이들에게 지난 100일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다.
  
  녹록치 않았던 100일, 힘이 된 것은 '동지'와 '연대'
  
  그 시간동안 힘이 된 것은 이 투쟁 전에는 몰랐던 '동지'와 '연대'였다. 나의 일 처럼 여기고 연대해 힘을 주는 동지들, 그리고 자신들의 요구가 너무나 정당하다고 확신하기에 KTX 승무원들은 "끝장을 보겠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지난 100일 녹록치 않은 투쟁이었다. 그 시간동안 힘이 된 것은 함께 싸우는 승무원들과 항상 연대해 힘을 보태주는 동지들이었다. 공공연맹 소속의 한 노조가 투쟁기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KTX 투쟁 승리 문화제'가 열린 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농성장에서 승무원들을 만났다.
  
  양혜영(27. 1기 승무원) 서울KTX열차승무지부 교선부장은 "저희들이 토론을 하다보면 모든 얘기가 (여기서) 그만 둘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나요."라며 "지금 남아있는 승무원들은 같이 시작했으면 같이 끝내야 한다는 마음들"이라고 전했다.
  
  강 아무개(28. 1기) 승무원. 장기화 되는 투쟁이 힘들거나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이렇게 (투쟁)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껴보거나 불안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라며 "(오히려) 신랑한테 잘 못 해 주고 가정에 신경을 못 써서 미안해요."라고 답했다.
  
  작년 11월에 결혼해 아직 신혼인 강 승무원. 그는 "신랑이 내색은 안 하지만 투쟁이 장기화되며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라면서도 "그래도 이 투쟁은 계속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마침 옆에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다른 여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 승무원은 그들을 가리키며 "(우리와 똑같은 일이)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되풀이 되게 하고 싶지는 않네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 투사들이에요" "끝장을 봐야죠"
  
  부산KTX열차승무지부 소속의 곽우선(28. 1기) 승무원. 그도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여유롭게 끝까지 하려구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저희가 투쟁 시작한 지 일주일 됐을 때 이 투쟁이 100일 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해서 웃어 넘겼는데 어느새 100일이네요. 지금은 다 투사들이 됐어요. 집에 한번 씩 다녀올 때마다 부모님도 초반에는 못 가게(파업대오에 복귀 못하도록) 막으시더니 잘못된 현실을 이해하시면서 부터는 대견하다고 하세요. 오늘 아침 아빠가 문자도 보내주셨어요."
  
  "우선아 잘잤어..백일기념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비가와서 어떻게 해. 밥먹었어. 아빠.
  
  
△100일동안 노고가 많았다는 아빠의 응원메세지. "우선아 잘잤어..백일기념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비가와서 어떡해. 밥 먹었어."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박미라(26. 2기) 승무원은 "싸움이 녹록치는 않지만 우리 투쟁이 이어지는 것은 많은 연대단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싸움이 정당하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혼자였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거에요."
  
  그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면서도 그래도 "끝장을 봐야죠."라고 강조했다.
  
  한뎃잠, 단식, 강제연행 등 KTX 승무원들은 지난 투쟁 과정이 사실 힘든 시간이었다고 하면서도, 이 싸움 포기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지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들의 요구가 너무나 정당하기 때문에.
  
  이날 문화제를 진행하며 KTX 승무원들은 두 주먹 불끈 쥐고 팔뚝질을 하며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 끝가지 투쟁하자."라고 외쳤다.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 어깨 걸고 웃으면서 함께 가자"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KTX 율동패가 힘찬 율동을 선 보였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다시 고객님 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KTX 승무원"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한 승무원의 어머니가 딸과 함께 'KTX 투쟁 승리 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다. 요즘 KTX 투쟁 현장에선 10여 명의 열성 어머니들을 항상 만날 수 있다. 어머니들은 정당한 딸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어머니들은 "철도공사는 우리 딸들만이 아니라 가정도 망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가정에 다시 웃음꽃이 필 날은 언제올까?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2006년06월09일 ⓒ민중의 소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유쾌한 혁신 -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오영교 지음 / 더난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행자부 장관을 지낸 저자가 혁신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겠다고 해서 한번 들추어보았다.
결과는 한국정부의 수준, 특히 노무현 정부의 혁신 수준을 알아본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방법에 대해서는 열심히 이것저것 거론했지만 그것으로 도대체 무엇이 좋아졌는지는
별 내용이 없다.

방법으로 저자가 강조한 결재단계 축소 및 전자결재, IT를 활용한 관리기법, BSC 등에 대해서는 백번 공감한다. 그런데 정작 그것으로 무슨 일을 해내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내용이 없다.
선진 사례들을 모은 <이노베이션 스토리>와 같은 책을 보면 미국 정부에서는 현장방문을 통해 문제 많은 부서들의 어려움을 풀어 국민들에게 세금을 줄여주면서 서비스를 높인 사례를 많이 들고 있다.
반면 이 책을 보면 이곳저곳에 각종 회의와 행사를 했고 성과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자화자찬이 가득할 뿐이다. 청와대의 혁신사례인 e-지원만 보더라도 그렇다. 인터넷으로 글 아무리 올려보아도 대통령의 귀가 막힌다면 민심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그 결과는 선거에서 나타난다. 그게 과연 혁신인가?

이 글에서도 행자부가 과연 국민들에게 무엇을 위해 봉사하였고 결과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소개된 내용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 접수했더니 답이 빨리 오더라는 수준이다.
결국 혁신을 외치기만 했지 결과가 없는 공허함만 주게 된다. 요즘 국민들이 느끼는 소란하지만 실속은 없는 정부라는 표현과 딱 들어맞는다.

얼마전 읽은 관세청 이야기를 보고서도 아쉬움을 많이 느꼈는데 이 책은 그보다도 한참 아래의 수준이다.
참고로 저자는 KOTRA의 혁신 이야기를 늘어 놓았지만 얼마전 감사원 감사에서 KOTRA의 해외사업이 방만하고 실속이 없으니 대폭 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래저래 자화자찬이 가득하고 현정부의 개혁의 한계를 보여주는 책으로 생각되어 갑갑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Next Global Stage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6
오마에 겐이치 지음, 송재용.강진구 옮김 / 럭스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의 대표적 경영컨설턴트였던 오마에 겐이치, 한국에 와서 노무현을 강력 비판하다가 인터넷 언론을 시끄럽게 만들기도 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음 단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인지 그려내보였다.

저자는 대중 강연을 많이 하다보니 글이 쉬운 편인데 세계 곳곳에서 청중들을 만날 때 이들이 던지는 질문 자체가 유사하다는 점을 보면서 자신이 google 당했다고 분석을 해내었다. 더해서 새로 들어오는 수강생들이 신문광고 보다는 인터넷을 보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신문의 쇠퇴 또한 이야기한다. 또 인도와 중국에서 벌어지는 아웃소싱 트렌드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다롄에서 자신이 벌이고 있는 사업도 이야기한다.

통신의 발달로 전세계적으로 더 싸게 더 좋게 아웃소싱을 제공하려는 기업들은 늘어난다. 덕분에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가들은 이제 남에게서 빌려올 것이 무엇인가 리스트를 만들고 난 다음 자신이 정말 고유하게 잘해갈 것을 정하게 된다. 이런 것이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의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들의 역할이 서로 바뀌게 된다. 제조업은 중국에 서비스업은 인도로 옮겨가고 서로를 잇는 통신과 물류의 역할은 점점 커져간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중소형 국가처럼 세계 경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있다. 아일랜드가 그 대표적 예인데 유럽의 콜센터를 대거 유치해 서비스 플랫폼으로 기능해서 크게 성공했다. 지금은 그 뒤를 폴란드를 비롯한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따라잡으려고 노력한다. 
북으로 시선을 돌리면 노키아의 핀란드와 볼보의 스웨덴이 강한 기업을 키워 세계화에 동참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물어야 할 것은 국가의 의미가 현대에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패션 기업 피에르 가르댕이 저원가 전략을 통한 이윤추구를 하다가 급속히 소멸한 반면 이탈리아의 가족형 기업들은 촘촘히 모여 서로 협력하면서 클러스터를 만들어 전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다시 시선을 아시아로 돌리면 끊임없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새롭게 정립하는 싱가폴을 비롯해 여러나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화는 이렇게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차이는 점점 커가고 있다.

반면 시선을 일본으로 돌리면 변화될 여지가 많다고 한다. 우선 우편요금이 지나치게 비싼데 홍콩에서 일본으로 보내는 것보다 일본 내에서 보내는 것이 6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이메일로 홍콩으로 내용 전성해서 이를 일본으로 보내는 서비스 대행업이 성행하고 있다 한다. 반면 이를 규제를 통해서 억지로 막으려고 시도하던 일본의 우정성은 이번 고이즈미 개혁의 타깃이 되었다. 또 일본 내에 열심히 만들어낸 해외를 모방한 테마파크들이 연달아 실패하고 있다. 이유는 창의성이 적다는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 하와이로 가는 항공요금이 하와이를 흉내낸 테마파크로 가는 국내 요금 보다 싸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는 서비스 산업 전반에 아직 규제를 통한 저경쟁의 결과 높은 가격이 소비자에게 강제되기 때문이다.
농업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저자는 보조금으로 차라리 일본에서 떠나 호주나 태국에서 땅을 사 거기서 지은 산출물을 일본으로 들여오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땅이 대폭 택지로 전환 가능해 더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건 한국도 유사한 사정인데 중국에서 유기농으로 만든 콩이 한국으로 들어와 경쟁중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해외라고 한다면 국내의 농민 또한 영어와 중국어를 배워 해외로 나가 기업농이 되는 쪽이 답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렇게 농업이 재편된다면 토지의 대량 전환에 의해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를 거둘수도 있을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가 끊임 없이 묻는 국가가 바른 역할을 하도록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는 질문 또한 한국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도가 열심히 유치하려는 외국 투자계획을 행정도시 법안 통과가 안되자 수도권 억제라는 명분으로 중지시키던 노무현,이해찬의 행태가 떠오른다. 종부세 등 세금 징수를 위해 세무 공무원도 1300명 이상 늘려야한다는 최근 논리 또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혁신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보면 앞서 오마에의 노무현에 대한 극단적 비판에 의해 촉발된 논쟁이 일견 이치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참고로 일본에서 오마에는 자민당을 민주적 관점에서 비판하기로 꽤 유명한 사람이니 극우냐 아니냐는 논쟁은 피해주었으면 한다.

책을 덮으며 가장 인상 남는 대목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지식의 유한성에 대한 저자의 충고였다. MIT 졸업생의 50%가 다른 업에 종사하는 것도 하나의 예이고 나아가 저자 자신이 주장한 3C이론이 이제는 쇠퇴해서 그 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 경영 이론은 모두 배워서 소화해버리면 차별성이 없어진다고 한다. 남과 다 똑같은 무기로 싸우고 있다면 내가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는 시사점만 줄 터이니 나머지는 스스로 찾으라고 한다. 더해서 MBA 코스가 주력하는 case study도 현대의 복합화된 경쟁환경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충고를 더한다.

결국 문제는 지식으로 돌아간다. 이제 각자는 대학의 졸업장이 아니라 사회에서 배우게 되는 지식의 가치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사회의 교육시스템은 회사에서 도제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었는데 기업이 더 이상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 책무를 맡지 않으려 하면서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그 차이를 각종 취업학원들이 메꾸고 있기는 하지만 유용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다음 세대의 글로벌 경쟁을 위한 준비를 무엇으로 하고 있는가? 과연 노무현이 말하는 한미FTA 가 답인가 아니면 이 책에서 오마에가 제시하는 충고들이 답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