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가장 정직한 정치 교과서 서해클래식 5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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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입학 직전이었다. 아마 고전을 읽는 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허세에 읽었던 것 같다. 당시의 기억은 알기 어려운 로마와 이탈리아 인명만 잔뜩 나온 짧은 책이었다. 몇 가지 메시지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 정도로 덮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적 경험을 쌓아가면서 이 책의 가치를 점차 알게 되었다. 

처음 발견한 것은 사회에 깔린 공포였다. 사람을 죽여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의 모습은 이 책에 나온 잔인한 이탈리아의 군주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인간은 저항하기 보다 순응하면서 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곧 두려움을 주는 쪽이 경멸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고 백성보다 군대의 지지를 확보하라는 현실적 조언과 맥이 같았다. 인간들의 본성을 잘 꿰뚫어본 마키아벨리의 언급들이 하나 하나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많은 실력가들이 이 책에서 많은 교훈을 얻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저술할 때는 이탈리아의 군주와 국가를 다루었지만 현대의 군주는 아마 CEO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고 기업은 과거의 국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과거의 백성은 지금 주주나 고객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CEO들은 자신의 처신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이 책에서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힘으로 이룬 기업을 CEO, 물려 받은 CEO, 남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른 CEO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문화와 성격이 다른 새로운 국가를 지배하게 되면 수도를 그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라는 명언도 있다. 이는 현대적 의미로 보면 정치에서는 통일이 이룬 독일이 동독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CEO가 새로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에서 찾아진 고전적 명언은 역시 군주가 여우의 간지와 사자의 용기를 모두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성격만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통치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을 통해 인간이 양심과 도덕으로 살아야한다는 점을 배우지만 실제 험난한 세상은 이것만으로는 헤쳐나가기가 어렵다는 이치를 서서히 깨달아가게 된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야망 많고 욕심도 많은 인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출세하는 상당수의 사람들 모습에서 이 책이 보여준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 보는 CEO의 모습은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 공헌을 하며 거대한 부를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면모다. 하지만 그 속을 까보면 여기 이 책에 나온 수준이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순진하게 대했다가는 이용만 당하고 무시하려면 보복이 두려운 그런 류의 인간이다. 이들과 적절한 인간관계를 가지기 어렵다면 출세도 힘들어진다. 머리도 좋고 열심히 일했는데 무언가 안풀린다면 속칭 처세술에 대해 재고 해보아햐 한다. 그 핵심에는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자신과의 관계가 놓이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원래 군주를 위한 책이지만 약간 돌려보면 군주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도 함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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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5-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좋아하는 저도 미처 못읽었습니다. 이런저런 서적들에서 걸핏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니까요. 그래서 뭐 대충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다고 생각하니까, 정작 '군주론'을 굳이 읽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더라구요.
뭐, 여전히 내키지 않는 건 같지만 -ㅗ-; 리뷰만큼은 잘 읽었답니다. ㅋㄷ -_-+

사마천 2006-05-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보시면 새롭습니다. 듣는 것과 또 다르거든요. 저도 오랫만에 다시 한번 들추어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느낀 것들을 좀 더해서 글을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
 
엉뚱한 생각속에 과학이 쏙쏙!!
손영운 지음 / 이치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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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좋아하는 초등고학년, 중학생에게 맞는 책입니다.

원래 과학은 우리 주변의 사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비가 왜 오지, 지진은 왜 나지 와 같은 물음이 이어져서 원리를 찾게되고 이게 모아져
거대한 이론으로 발전해 갑니다.
그런대 우리 교육은 점수에 집중하죠. 또 제대로 과학을 가르치는 풍토가 되지 않다보니
시험에 의해 서열화만 하지 과연 이 과학공부를 통해 아이가 어떤 힘이 길러졌는지는
파악하지 않습니다.

호기심이 많을 때 이를 꾸준히 키워나가는게 수월성 교육이죠.
한국 교육을 믿지 못한다는게 평균에 수렴시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아이가 과학을 좋아해서 이책은 보기 어렵겠지 하고 주어보았는데 꽤 흥미롭게 읽더군요.

내용을 보면 마찰력이 없어지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엉뚱한 듯한 질문들과 답인데.
다음에 눈 오고 차사고 난 차량들 모아놓은 사진이 나오면서 원리를 설명합니다.

이런 질문들이 이것저것 이어지는데 제가 봐도 쉽지 않더군요.
덕분에 그동안은 제가 아이에게 퀴즈를 내었는데 이번에는 역으로 아이가 책 들고 저에게
퀴즈내는 바람에 못 맞추는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초등 초학년에는 아버지가 모든 걸 안다고 하다가 고학년은 되어야 아버지가 모르는 것도 있구나 하면서 충격 받는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훨씬 빨라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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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읽는다 - 전세계 비즈니스 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외 지음, 정택상 옮김 / 황금나침반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인도에 관심을 두면서 근래에 나온 책들을 최대한 찾아서 읽고 있다.

그 중에서 사카키바라의 이 책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일본의 엔화의 권위를 책임지고 있었던 세계적 경제통이이고 지금은 대학강단에 서서 자신의 경험을 후학에 전하고 있다.

인도는 과거 오랫동안 유럽의 가난한 나라들의 동경 대상이었는데 멀리 보면 알렉산더가 마지막으로 정복하고 싶었던 나라였다. 당시 알렉산더가 데려온 그리스 철학자들과 인도의 구루들과의 치열한 선문답 또한 플루타크 영웅전에 잘 기록되어 있었다.

숫자 0의 발견, 세계적 종교를 만들어내는 깊은 사색이 교과서에서 배운 인도의 특징인데 이는 요즘 우리 귀에 들려오는 19단의 비밀이라는 인도식 교육법으로도 이어진다. 가난한 나라에서 똑똑한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법은 곧 명문 IT 대학을 만들게 했고 자녀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중국,유태인 등과도 비교된다니 놀랍다.
이렇게 키워진 인력이 미국으로 진출해서 활동해서 경험을 쌓았는데 이제는 이들이 미국의 아웃소싱 트렌드와 인도의 잠재력을 잘 결합했다고 한다. 역시 교육에 대한 투자는 결국 돌아온다는 이치를 확인하게 한다. 아마 지금 벌어지는 한국의 기러기아빠들의 희생이 꼭 보람있게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하여간 이 책에서 보이는 인도는 돌아온 라이온 킹이다. 중국보다 10여년 늦게 개방을 시작했지만 지금 무서운 속도로 미국의 서비스산업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 사례는 프리드먼이 최근의 책에서 언급했듯이 통신기술을 활용한 아웃소싱이다.

현재 인도의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아웃소싱 산업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콜센터는 보편적인 예 중 하나에 불과하고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싸게 제공해서 주변국 의료관광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학생들의 과외까지 멀리서 담당한다고 한다. 그 리스트가 한페이지에 걸쳐 있으니 살펴보며 한국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책 속에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인도 진출의 성패에 대해서 대우 자동차의 실패와 LG전자의 성공을 비교해가면서 설명한다. 더해서 여러가지 리스크에도 과감히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칭찬을 통해 일본 기업들을 분발시키려는 자세도 보인다. 이럴 때 잠시 우쭐해지지만 곧 이어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 이야기를 할 때는 일본,중국 그리고 인도를 언급하지만 한국의 장래에는 관심을 뚝 떨어뜨린다.

다 읽고 꼭 권하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김정일이다. 아마 이 책을 김정일이 제대로 읽었다면 개성공단을 활용해서 한국에 통신을 기반으로 인도식 서비스 아웃소싱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미국과 원산지 논란 벌일 것도 없고 철도 통과과 되느니 안되느니 논란 벌일 것도 없이 당장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다.

왜 우리 사회에는 이 정도 되는 오피니언 리더가 거의 없을까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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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2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일단 담아갑니다..^^;;
IT강국이란 얘긴 많이 들었어도 막상 신랑회사 동경지점의 IT매니저가 인도사람인데는 입이 안다물어지더군요..
제가 아시아비지니스뉴스에서 늘 듣는 나라도 인도, 중국, 일본이예요
우리에겐 어떤 출구가 있을지 어떻게 차별화해서 살아남아야하는지 늘 궁금하죠..

사마천 2006-05-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은행들이 도산 위기로 몰리니까 대폭 비용 절감하려고 IT 부문을 인도로 준 사례가 있습니다. 한국기업도 비용 감축에 나서면 그런 일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카키바라의 최근 한국에 번역된 책이 있는데 <세계 경제의...> 제가 리뷰 썼는데 같이 이어가면서 보면 좋습니다.
 
 전출처 : 가을산 > 조순, 장하준 등이 보는 FTA는?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605/h2006051506282921500.htm

한미FTA 장밋빛 전망 근거없고 속도도 걱정"
조순 전 부총리, 경제학회 정책포럼 기조연설

경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다음달 1차 협상이 시작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없고 초고속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조 전 부총리는 또 세금을 통한 부동산 정책, 신자유주의 기조하의 분배정책 등참여정부 경제정책들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총리는 1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2006년1차 정책포럼에 앞서 배포한 `한국경제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기조 연설문에서 한미 FTA협상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식자(識者)는 말이 없고 당국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하려 한다"며 "관변에서 나오는 연구결과가 일률적으로 장밋빛인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반문, 한미 FTA 효과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주요 품목인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관세율은 0%에 가깝거나 2~3%에 불과해 FTA에 따른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관세율은 11.2%여서 이것이 철폐되면 대미 수입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어 "대미 수출이 늘어나도 수출 증가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을 걱정해야 한다"고 FTA의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쌀이 FTA협상 대상 품목에서 제외된다고 하지만 이런 `특전'이 오래 유지될 수 없다"며 농축산업 보호에 우려를 나타냈고 "이미 더 이상 내줄 것이 없을 정도로 개방된 금융에 대해 무엇을 바라고 신금융서비스를 미국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우려에 대해 "대내적인 자유화와 자율화의 준비를 소홀히 하면서 대외 개방을 서두르면 개방의 실리를 거두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동성, 저금리, 도시개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부동산 보유 유인이 계속 제공되는 현실에서 투기의 징후를 중과세로 제거하려는 정책이 성과를 거둘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기조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배정책을 쓸 정부의 능력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와 참여정부의 분배 강조 정책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 "강자는 더 강하게, 약자는 더 약하게 되는 것을당연시하고 극단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자유방임을 신조로 하는 새로운 영.미 이데올로기"라며 "신자유주의로는 양극화와 성장동력 약화를 치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가 컸지만 경제운용의 경험이 없고 진로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출 겨를 없이 정책을 담당했으며 대증요법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책의 일관성, 정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3년이 흘러 과거의 후유증도 이 정부의 잘못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신자유의적 이론과 색깔논쟁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시장의 기능을 중시하면서도 경제의 회생책을 강구하고 국민 복지를 지키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 색깔논쟁에 구애받지 말고 실사구시의방법으로 현실에서 필요하고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며 "문화와 국민성 등 우리나라에 맞는 발전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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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bs.co.kr/economy/economy_NewsDetail.jhtml?news_id=N1000109264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FTA관련 SBS 인터뷰

이번에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입니다. 결국 경제적 약자인 한국만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희 8시 뉴스 TV칼럼을 맡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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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 즉 한미 FTA에 대한 협상이 다음 달에 시작됩니다.

지난 1월 한미 FTA 협상 의도를 선언한 후 이를 정당화 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대응 논리들은 정말 실망스러운 것들이었습니다.

우선 정부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북한이나 쿠바 같은 고아가 될 것이라며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고도로 개방된 경제로 지금보다 더 개방을 안한다고 해서 북한 같은 고립경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은 마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당신, 자동차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봉건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거야?" 하고 윽박지르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또 정부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70~80년대식 종속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며 논쟁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그러나 꼭 종속이론을 믿어야 한미 FTA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되어 경쟁이 강화되면 취약부문의 생산성이 올라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이 갑자기 강화되면 그 결과는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약자의 도태입니다.

과거 우리가 유치 산업을 보호했던 것도 바로 일단 보호장벽을 치고 실력을 길러야 수출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개방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60~70년대에 자유무역의 논리를 따라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의 유치산업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섬유나 가발을 수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의 FTA의 경우는 그것이 상품교역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자본시장 등까지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요, 과거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지금까지의 독선적인 자세를 버리고 한미 FTA에 대한 겸허한 논쟁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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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6, 2006

한미 FTA, 비공개 문서들이 말하는 진실
                                                     -- 이코노미 21 이정환 기자

한국과 미국은 내년 3월 발효를 앞두고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협상 도중 교환한 문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18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2차 사전 준비회의에서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이와 관련,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미국의 협상 원칙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미국 쪽에서 “앞으로도 다른 나라들과 해야 할 협상이 많은데 문서가 공개되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종훈 우리 쪽 협상 대표는 “미국 쪽에서는 10년으로 하자고 했는데 줄여서 3년이 됐다”고도 했다.

도대체 한미 FTA 협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 의회나 국제무역위원회 등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바라는 것, 그리고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공식 또는 비공식 문서에 드러난 한미 FTA 경과와 현재 상황, 그리고 핵심 쟁점을 살펴보자. 비공식 문서라고 해도 웬만한 문서는 이미 구글 등 검색엔진에 올라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먼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2001년 보고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미 모두 GDP나 고용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한국과 교역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한국이 무역 적자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4년 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출은 54% 늘어나는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수출은 21% 늘어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작성된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초 한국이 미국 쪽에 FTA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한국 쪽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 설명회를 열었고 그 이듬해인 2005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사전 실무회의가 열렸다.

2005년 11월 미국 의회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 미국 농업과 자동차, 영화, 제약 산업의 우려를 충분히 검토했다. 협상에 앞서 이런 쟁점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최근 한국의 통상장관은 이런 우려들이 적절한 시점에 처리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결국 핵심 쟁점과 관련, 미국 정부의 사전 요구가 있었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를 양보했다는 이야긴데 지난해 2월 우리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두루뭉술하게 처리돼 있다. “한미 FTA는 정부가 오랜 기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며 누구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서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6년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오히려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미 경제 규모와 의존도를 볼 때 미국이 협상의 의제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불만은 한국의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부 등 외국 정부나 기업과 접촉이 없는 국내용 부처들과 관련돼 있다. 미국 쪽 전략은 핵심 쟁점에 한국 국무회의가 직접 나서서 해당 부처에 압력을 넣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몇몇 ‘촌스러운’ 해당 부처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무회의 전체 안건으로 상정해 해당 부처를 고립시켜 관철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크린쿼터가 미국의 이런 전략에 말려든 전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에는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협상을 개시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김현종 통상장관에게 말했다”는 내용에 이어 “자동차와 의약품, 소고기와 스크린쿼터 등 4대 분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한국 정부의 정치적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테스트로 보고 있다”고 적혀있다.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땠을까.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 1월 말 4개 부문 모두를 양보한다고 미국 정부에 알려왔다.”

한편 한미 FTA의 경제효과를 놓고도 두 나라의 전망이 다르다. 2001년 미국 보고서를 보면 한국과 대미 무역수지는 2002년 98억달러에서 FTA 체결 4년 뒤에는 9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내총생산이 최대 1.99%까지 늘어날 거라는 굉장히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보고서는 상당부분 왜곡 날조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 FTA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투자 관련 조항이다. 과거 미국이 싱가폴이나 칠레 등과 체결한 FTA 협정문을 살펴보면 투자자의 투자유치국에 대한 제소권이 포함돼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특히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투자유치국의 현지 법원을 우회 또는 무력화시킬 수 있는 조항인 셈이다.

이해영 교수는 “국제투자분쟁중조정센터에 접수된 85건의 분쟁 가운데 피소국은 대부분 제3세계 개발도상국이고 청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다국적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절차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 실패를 투자 유치국 정부에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투자 관련 조항과 관련해서는 이미 2004년에 체결된 한미투자협정(BIT)의 조항이 대부분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전 단계부터 내국민 대우를 적용한다거나 최고경영자의 국적을 문제 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은 주권 침해의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무런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를 비롯해 교육과 통신, 방송, 법률 시장 등 공공 서비스의 개방도 비슷한 우려를 더한다.

올해 2월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 의회에 보낸 보고서는 한미 FTA의 초안이라고 할만하다. 이 보고서에는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철폐, 자유무역기구(WTO) 기준에 맞는 지식재산권 보호, 각종 투자 장벽의 축소 또는 제거, 독점기업과 공기업의 경쟁제한 제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미국이 호주와 싱가폴, 칠레 등과 체결했던 FTA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미국이 5년 이상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해왔던 반면 우리나라는 실증적 검토는커녕 협상력조차도 갖추기 못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분명한 것은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통상협정 가운데 가장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신자유주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통상협정이 한일합방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체결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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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 전략 인사이트
미타치 다카시 지음, 보스턴컨설팅그룹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전략이라는 말은 주변에 넘치도록 많이 듣고 있지만 막상 정의를 물어보면 명확히 대답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의 정의는 되고자 하는 상태로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한다.
전쟁에 임한 장군이라면 당연히 상대를 물리쳐 싸움에 이기는 것이 전략일 것이고 기업가에게는 경쟁자를 압도하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 전략일 것이다.

좋다 여기까지는 이해했는데 제목을 자세히 보니 전략에 인사이트라는 말이 붙어 있다.
알고 보니 작가가 강조하려는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전략은 책으로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알렉산더, 손자 등 동서고금의 여러 사람들이 전략의 대가라고 칭송받고 있고 그들의 책은 오늘날까지 널리 읽힌다. 그런데 그 책의 독자는 모두 전략의 대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책상에서 정리되고 강단에서 강의되는 이론적 지식은 전장이나 경영에서 보여지는 격렬한 실전을 통해 체득한 경험보다 못하다. 대학에서 배우는 경영에 대한 이론 중 상당수가 그렇게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한다.
또 조금 더 생각해보면 과거의 대가들에 대해서라면 상대방도 읽었을 것이기에 나의 경쟁우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여간 저자는 인사이트는 이렇게 남보다 한발짝 앞서게 해주는 독특한 사고력이라고 한다. 그런 예로 오다 노부나가가 전장에서 총포부대를 1열이 아니라 3열로 정비해서 상대에게 지속적 타격을 준 것을 들고 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아이디어로 치부될 수 있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이 정도의 변화로도 상대와의 싸움에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럼 인사이트는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저자는 각종 기본분석법들을 정형화 시킨 패턴으로 빠르게 인식한 다음 이를 묶는 그래프 형태의 사고를 통해 엮어낸다. 이렇게 현황을 파악해 가설을 수립한 다음 이를 다시 새도우 사고를 통해 다르게 보는 눈으로 검증을 해야 한다.

다음 시야의 폭을 넓히거나 아주 깊게 내려가는 식으로 대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이런 조합을 통해서 저자는 실전에서의 전략이 과연 무엇인가를 이해시켜 주고 나아가 전략적 사고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가이드해준다.
저자는 Boston Consulting Group이라고 맥킨지의 뒤를 이어 전략컨설팅 분야에서 큰 입지를 가진 기업에서 활약한 일본 사람이다. 주로 맥킨지 컨설팅의 방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왔는데 BCG에 대해서도 이 책과 함께 몇몇이 번역되고 있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구조화가 잘 되어 있고 내용 또한 충실하다.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꽤 도움이 될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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