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 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
최민식 글, 사진 / 현실문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최민식의 사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은 '국회 공전.. 정상화'가 머릿기사로 쓰인 부산 일보를 오른 손에 들고 한 다리 한 팔로 처절하게 살고 있는 한 젊은이의 1985년 사진일 것이다.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을 앞둔 서울은 목동 아줌마들의 철거 투쟁으로 눈물 범벅이었고, 금호동, 사당동의 난쟁이들은 낙원구 행복동에서 <철거 계고장>을 받고 망연해 하던 그런 시기다.

최민식의 사진의 기본 의식은 <리얼리즘을 통한 인간의 탐구>라고 하겠다. 그는 인간의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직접적 경험을 통하여 사진기에 담는다.

그의 탐구 대상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 가장 힘든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야말로 삶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공간은 주로 부산이며, 간혹 안동 경주 서울 작품도 등장하고, 인도 마닐라 카이로의 작품들도 있지만, 그 대상은 마찬가지로 오늘의 삶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삶의 무게에 지쳐 잠이 들어버린 모습이거나,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요즘 배부른 인간들에 비해, 제 코가 석자인 인물 군상들이 그의 렌즈를 통해 필름에 각인된 것은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자는 뼈아픈 새김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있어서 사진은 물질도 관념도 아닌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의 가난한 민중은 저항의 시대를 웅변하고 있고, 흑백의 종잇장에 갇힌 인물들과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성찰과 반성의 체험을 던지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 곁에 그와 같은 사진 작가가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그는 행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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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활동지


1. 다음 글을 읽고, 빈칸에서 벌어질 상황을 상상하여 적어 봅시다.

상장을 찢어버린 날

“혜정아, 밥 먹어야지.” “싫어.” “혜정아, 빨래 좀 해라. 청소도 하고.”
“싫어. 엄마는 왜 그래 왜 나만 귀찮게 하냐고. 하기 싫어. 그러니깐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중학교 시절, 나는 하루하루가 짜증스럽기만 했고, 모든 것이 싫었다. 특히 엄마의 참견은 이래저래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하고만 가까이 지내고 가족들과는 별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지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가 어느 날 내게 크게 화를 내셨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충고가 곧이곧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화가 난 나는 상장들을 갖고 소각장으로 갔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 받은 상장들을 엄마가 보는 앞에서 한 장 한 장 모두 찢어 버렸다. 찍찍 찢어지는 소리로 내 화를 누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십 장이 넘는 상장을 다 찢어 버리고 돌아서려 하는데 뒤에서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서 계셨다. 힘든 농사일로 지치신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지셨고 찢어진 상장과 나를 번갈아 응시하셨다. 엄마의 표정에 다소 겁을 먹었지만 나는 거리낌 없이 그 자리를 박차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있는 내내 엄마의 불그스름한 눈이 생각나서 선생님 말씀도, 그토록 좋아했던 친구들의 수다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와서 책상에 앉았는데 서랍 속에 종이 하나가 비집고 나와 있었다. 나는 서랍을 여는 동시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                                                                                                                                                           >

  미안함과 후회 속에서 내가 상장을 받아올 때마다 나보다 더 좋아하셨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고 눈물이 나온다. 나의 못난 모습이 얼마나 엄마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까.
  시간이 흘러서 인지 엄마는 내게 “넌 진짜로 고등학교 가서 사람 됐단 말이여”라고 하신다. 지금은 대학생의 되어버린 나. 그 시절 보이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들이 나에게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굽은 허리 삶에 지친 얼굴. 때론 자식들 눈치를 살피는 엄마의 모습. 엄마의 모습을 알수록  엄마를 이해할 것 같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많이 사랑해.”

<'좋은 생각' 홈페이지 www.positive.co.kr 에서>

2. 다음 글을 읽고, 빈칸에 적당한 대화를 상상하여 적어 봅시다.

한 밤중의 전화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날 밤의 전화도 그랬다. 나는 그 요란한 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았다. 붉게 빛나는 야광의 숫자들은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보세요?"
저편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수화기를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어느새 일어나 앉은 남편과 눈길이 마주쳤다.
"엄마……."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옆자리를 더듬어 남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엄마, 너무 늦은 시각에 전화를 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얘길 끝마칠 때까지는 아무 말씀도 말아 주세요. 물어보실 필요 없게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지금 술을 많이 마셨어요. 좀 전에 차가 거의 길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어요."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엄마, 나 지금 너무나 무서워요. 만일 내가 죽었다면, 그래서 경찰관이 엄마를 찾아가 그 소식을 전했다면 엄마가 얼마나 가슴 아파 했을지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아요. 엄마! 나, 너무나 집에 가고 싶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렇게 집을 뛰쳐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저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신지 잘 알고 있어요. 진작 전화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두려웠어요. 너무나……."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저……."
"엄마! 제발, 제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끝까지 제 얘기를 들어 주세요!"
내 말을 끊어버린 그녀의 외침 속에는 분노가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 속에 스며 있는 깊은 좌절을 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달래 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 얘길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엄마, 저 임신했어요. 이렇게 술 마시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술 마시면 절대 안 되는데. 하지만 너무나 두려워요. 너무나.……."
그녀의 얘기가 다시 울음으로 이어졌다. 입술이 아파왔다. 언제부터인가 내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흐릿해진 두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입 모양으로 누구인지를 물어왔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자 남편은 거실로 뛰쳐나가 무선 전화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엄마, 제 얘기 듣고 있어요? 제발 끊지 마세요. 엄마가 필요해요, 너무나 외롭고 무서워요!"
남편이 무선 전화기의 스위치 켜는 소리를 통화가 끊어지는 소리로 착각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남편에게 눈으로 물었다. 남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끊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래, 나 여기 있다. 절대로 전화 끊지 않으마."
"엄마한테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요. 엄마는 언제나 저를 타이르셨죠. 십대들의 성 문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셨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하실 말씀도 많았겠죠. 하지만 제 얘기를 들어 주시진 않았어요. 그때그때 제 느낌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셨던 거죠. 내 느낌은 전혀 중요하게 여기시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씩 많이 서운했어요. 하지만 그 얘기조차 할 수 없었죠,. 엄마는 제 엄마이기 때문에 제 문제에 관해서는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제가 정말로 원했던 건 해답이 아니었어요. 그저 제 얘기를 잠자코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나는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작은 책상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법'에 관한 이런저런 책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있잖아요. 도로를 벗어나서 간신히 차를 세운 다음 한참 동안 생각했어요. 아기 생각이오. 문득 사방을 둘러 보다가 이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어요. 절대로 음주 운전은 안 된다고 하시던 엄마 말씀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 걸기 전에 택시부터 불렀어요. 엄마,  집에 가고 싶어요."
"잘했다, 얘야!"
비로소 가슴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내 옆에 바싹 다가와 앉아 있던 남편이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엄마, 저 지금 운전할 수 있어요."
온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 오는 것 같았다.
"얘야, 제발! 운전은 안 된다. 택시가 올 때까지 이 전화 끊지 말아 다오!"
"당장 집에 가고 싶어요, 엄마."
"그래, 제 마음 잘 안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도 제발, 택시를 기다려 줄 수 없겠니?"
전화기 저쪽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가 차를 몰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만 다급할 뿐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 전화기 저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엄마, 저기 택시가 와요!"
천만 다행이었다. 택시를 부른 사람을 찾는 남자의 목소리가 먼 소리로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꼬집듯 남편의 손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서 비로소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저 지금 집에 가요!"
한결 밝아진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 전화는 끊어졌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걸어 나갔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열여섯 살짜리 내 딸의 방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갔다. 어두웠다. 뒤따라온 남편이 등 뒤에서 팔을 감으며 내 머리 위에 턱을 가져다 대었다.
"아이들의 얘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겠어요."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그래, 우리 노력하자구."
나는 남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남편의 두 손이 나의 웃몸을 따뜻하게 감싸왔다. 그렇게 남편의 품에 안긴 채 나는 아이의 침대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후 남편이 나를 부드럽게 밀어내더니 내 얼굴을 살펴보며 물었다.
" (                                                          ) 그녀가 알게 될까?"
" (                                                          )라고만은 생각되지 않네요."
"엄마, 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졸음에 겨운 목소리가 침대 쪽에서 들려왔다. 딸아이가 일어나 앉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우린 지금 연습을 하고 있단다."
"연습, 무슨 연습이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딸아이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듣는 연습."
나는 딸아이의 보드라운 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어머니를 위한 101가지 이야기(상), 잭 캔필드 외, 해바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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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은,,, 음,,, ㅠㅠ 찢어진 상장을 어머니께서 붙여 놨을 거 같구요,,,
2번은,,, 잘못온 전환가?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글샘 2005-09-2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모두 맞추셨네요. 잘못 걸린 전화를 받고 저렇게 정성스레 받아주신 어머니의 마음... 감동적이죠. 반갑습니다.
 

조화롭게 사는 데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라.

  둘째, 모든 것은 다 사소하다.


불완전한 상태에 만족하라

나는 지금까지 완벽주의자이면서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라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고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2.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란 체 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3.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장애 속에서 해답을 얻으라"하셨느니라.

4. 수행하는 데 마(魔)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마군(魔軍)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5.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하셨느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한다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순결로써 사귐을 깊게하라" 하셨느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진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내 뜻에 맞지않는 사람들로 무리를 이루라"하셨느니라.

8.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게 되면 불순한 생각이 움튼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덕 베푸는 것을 헌 신짝처럼 버려라"하셨느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10. 어려움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변명하다 보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의 문을 삼으라"하셨느니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리에 밝다고 상상하라

“왜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들이 내게 뭘 가르치려고 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습관을 버려라

좋은 것과 나쁜 것, 자신에 대한 타인의 동의와 반대야말로 모든 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한 부분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친절을 택하라


고통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내보이려고 애쓰지 말라


찬사와 비난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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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어렵사옵니다 ㅠ.ㅠ

글샘 2005-09-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들의 제목을 따 옮긴거라 저도 어려울 수 밖에요. ^^

혜덕화 2005-09-2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네요. 염화실을 들랑거려도 이 글을 못읽었는데.... 퍼갑니다.

글샘 2005-09-2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혜덕화님 덕분에 염화실을 들랑거리게 되어서 말이죠. ㅎㅎㅎ
 
육조 혜능 평전
이은윤 지음 / 동아시아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선 불교가 세계적인 조명을 받는 이 시대에 혜능만큼 연구 대상인 인물도 드물지 않을까?

그래서 혜능 스님의 평전을 읽으려고 했다가, 이 책은 평전에서는 조금 벗어난 연구서란 느낌을 받았다. 혜능 스님이 워낙 오래 전의 인물이라, 그 인물의 면면을 전기로 써 내자면 문학적 형상화가 필요한 부분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책은 좀 딱딱한 느낌이 심하다.

그래도 혜능 스님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이 워낙 많았기에 너무 딱딱한 부분은 건너 뛰어가면서 5/6 정도를 읽은 느낌이다.

인도에서 넘어온 불교가 지나치게 법식에 얽매인 수행에 집착하고, 고도의 배움에 매달리는 것을 일거에 격파하고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라는 즉심즉불의 생각을 퍼뜨린 스님. 마오쩌뚱까지도 혁명적 불교관이라고 극찬한 인물이다.

그 분의 언행이 기록된 육조 단경을 지금 읽고 있는 금강경 이야기 뒤에 공부할 목록으로 넣어 둔다.

이전의 고통스런 수행을 폐하고, 진정한 수행이란 찰나에 직관적으로 자신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유무 초월의 속성을 깨달아, 사물과 현상을 고저, 장단, 명안, 생사로 구분하는 사고 방식과 주관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이른바 <분별심>을 제거하는 것이란 말씀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인도 불교의 권위적, 우상 숭배의 경향을 탈피하여 무애자재한 직관적 관조를 강조한 면에서 현대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드높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쌀을 다 찧었느냐!는 스승님의 말씀에,
방아는 다 찧었지만 아직 쌀 속의 뉘는 고르지 못한 상태란 대답을 하신 말씀과,

선도 악도 생각지 말라. 그럴 때 어떠한 것이 그대의 진정한 모습(本來面目)인가.

바람이 움직이나, 깃발이 움직이나, 너의 마음이 움직일 따름이다. (風幡問答)

이런 말씀들로 유명하지만, 그 마음의 경지를 가늠하기는 힘든 일이다.

선.(禪)이란 글자는 물려준다는 글자인데,
생존 의지가 심령 의지에게 자리를 내 놓은 것이고,
외물에 대한 연구를 내심에 대한 연구로 전환하는 것이며,
동물적 삶을 정신적 여유로 변화시킨다는 말이란다.

단경의 구석구석에서 권위적, 우상적 종교의 모습을 혁파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일체중생실유불성.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을 갖고 있다.

不落二邊 不二法門 둘로 나누는데로 떨어지지 말라.

出沒卽離兩邊 출몰즉리양변. 중도를 가리키는 금강경을 귀의경으로 삼은 이 말씀은, 나를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나를 우주의 창조자로서 부처를 구하는 마음까지도 버린 아무것도 소유한 것이 없는 심신 탈락의 초절대자로 읽는다.

이 책의 내용에 비해 오자가 제법 눈의 띈다. 앞 부분에선 그저 읽다가 237쪽 유종원의 강설에서 만경인종멸의 滅자를  灰자로 쓴 것은 성의 부족으로 비친다. 이런 사소한 잘못은 책의 신뢰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린다. 251쪽의 혜흔본을 혜은본으로 적은 것 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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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8
황석영 원작, 이원희 그림 / 이가서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삼포 가는 길은 예전 TV문학관 첫 작품으로 아주 유명했던 소설이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많이 실려 있는데, 전편을 읽기는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소설을 참 안 읽는다. 일반계 아이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고, 실업계 아이들은 책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다. 일주일에 4시간이나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한 시간씩 책을 빌려와서 읽게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워낙 책을 읽지 않다 보니 어떤 책부터 읽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우선은 만화부터 보고, 청소년 소설 같은 책을 읽으라고는 하지만, 아이들은 환타지 소설 류에 빠져버려 문학 작품 감상의 기회는 쉽게 손에서 놓아 버린다.

이 책은 드라마에 비해서 훨씬 더 문학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눈 내린 들판이라든가, 백화의 과거 회상 등을 시각적으로 잘 살리고 있어서 소설의 상상력과 회화적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 국민들이 책을 적게 본다고 하는데... 쉽게 책을 읽힐 방법은 없다. 다만, 복지 차원에서 이런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널리 퍼뜨리는 작업도 유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중학교나 실업계, 일반계도 가능한... 아이들에게 도서관에 비치해 두고 많이 빌려 볼 수 있도록 하기 좋은 작품이다. 학급문고를 만들게 된다면, 이런 만화들이 꽂혀있어서 아이들의 손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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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2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포가는길은 드라마도, 노래도 참 좋았는데요...아쉽네요...

글샘 2005-09-2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플래시가 너무 귀여워요. ^^ 맞아요. 삼포... 참 아련한 이야기죠.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 근데, 갑자기 <삼포 만두>가 왜 생각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