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는 어린이책 읽기도 바빠서 어른책은 아껴 뒀다가 방학에 몰아서 읽는 편인데 이 책들은 너무 궁금해서 열일 제쳐놓고 먼저 읽었다.
일단 마구 읽힌다. 정치책을 별로 읽어 보지도 좋아하지도 않은 내가 마구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여져 있다. 여자들은 나부터도 그렇지만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어려워하고, 귀찮아 한다. 예전에 내가 그랬다. 남자들이 정치 이야기 하거나, 군대 이야기 하거나, 축구 이야기 하면 엄청 지루해 한다. 예전에 내가 그랬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나이가 들어 사회에 책임질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정치라는 것이 내 생활에서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으며, 무관심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와 내 가정을 파탄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정치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의 역할도 무지 컸다.그렇다고 지금도 아주 관심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또래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좀 있는 것 같다.
두 책 모두 정치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뛰어넘는다. 아주 재밌다. <보수를 팝니다>는 일목요연하게 정리까지 해 줘서 팍팍 머릿속에 정리가 잘 된다. <달려라 정봉주>는 봉도사님이 집필했는데 전자보다는 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고, 매끄럽지 않으며, 아마추어의 냄새가 느껴지지만 봉도사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고, 역시 책 속에서도 여지없이 깔대기를 들이대고 계시기에 웃으며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부인 생일날 돈이 없어 아내의 카드를 몰래 슬쩍해서 케익을 사왔다는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웃기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 달린 결과 지금의 봉도사가 탄생한 게 아닐까? 봉도사의 말처럼 자신이 아직 책 쓸 그릇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은 바로 지금, 절망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봉도사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희망을 말해 주기 위함이 아닐런지....
한 명은 목사 아들, 한 명은 경찰 공무원 아들. 태생으로 보면 극보수가 될 환경에서 자란 그들이 어떻게 하여 진보의 최전방에 서게 되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목사 아들 김용민은 책에서 보수가 나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보수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신뢰와 존경심을 가질 수 없기에 그는 진정 우리나라에는 보수가 없다고 말한다. 목사 아들, 시사 돼지 김용민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한 평생 청렴한 생활을 하고 자존심을 지키고, 작은 교회를 운영하며, 하나님만을 섬기는 진정한 보수가 또 이 나라 어딘가에 있기를 찾았지만 그런 보수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보수들은 그저 돈과 기득권을 지키고자 할 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수에서 돌아섰다고 한다. 그래서 보수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주고 있다. 그의 책에서...
봉도사의 책은 말 그대로 자신의 인생 여정을 쓴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들었던 일화, 노무현 대통령과 친한 척 하고 껴안고 찍은 사진, 서거하신 후 피를 토할 듯이 후회했던 일들을 읽을 때는 나 또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원회를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BBK 를 담당하는 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된 것은 말 그대로 운명인 듯하다. 그러다 소송에 걸리고, 국회의원 낙선을 하고 갈 곳 없어하다 김어준 총수와 해후하여 골방에서 비리비리하다 워낙 말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둘이서 뭐라도 하자 의기투합하고, 거기다 김용민 피디까지 가세하여 만들어진 게 바로 오늘날 전 국민의 10명 중 6명이 알고 있다는 <나는 꼼수다>라니... 사람일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그리고 이제는 우스개 소리지만 대권주자로 종종 입에 오르내리며, 팔로우 20만명에, 연예인보다 더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쉬지 않고 달린 결과가 아닐런지... 열심히 달려온, 앞으로 달려갈 봉도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의할 점은 곳곳에 지뢰 같이 깔대기를 들이 대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한다.
이상 끝! 방학 때 또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