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학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여 아이들에게 좀 더 호흡이 긴 책을 읽어 주려고 한다.
왜냐하면 호흡이 긴, 그러니까 쪽수가 꽤 되는 책은 혼자서는 읽기 힘들기 때문에 어른이 읽어 주면 좋다.
물론 독서력이 좋은 몇 명의 아이들은 지금도 저 혼자 200쪽, 300쪽 되는 책을 읽는 아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독서 교육 목표는 잘 못 따라하는 친구들에 집중되어 있으니깐.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읽어 주려는 것이다.
호흡이 긴 책은 일단 무지무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어도 안 되고 엄청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택한 작가는 바로 영국이 자랑해 마지 않는 우리 시대의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이다.
어떤 독서 관련 책을 보니 호흡이 긴 책을 잘 읽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나 교사가 읽어 주면 딱인 책 속에 바로 이 책이 들어 있어서
2학년 올려 보내기 전에 이 책을 읽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책을 고를 땐 아무래도 집중력이 약한 남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책을 고르는 게 좋다.
이렇게 심사숙고 끝에 고른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오늘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1-2꼭지를 읽어 주었다.
읽는 동안 여기저기서 "물컹이와 꼬챙이 고모 진짜 못 됐다"는 소리가 들렸다.
"제임스와 비교하여 너희들이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생각해 보라" 고 하였다.
"제임스는 너희들이 이렇게 공부하는 동안 그 어리고 야윈 몸으로 장작을 패고 있잖니?
그것도 고모 둘의 모진 구박을 당하면서 말이야."
이 책을 듣는 동안 아이들은 아마 자신이 제임스에 비해 얼마나 행복한 지 ,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깨달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감사하게 될 것이다.
내가 한 번 읽어 주고 나면 우리 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은 당연하고,
아마 겨울방학 동안 호흡이 긴, 쪽수 많은 책에 도전하는 어린이도 여럿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집에서 엄마나 아빠가 이렇게 선생님처럼 긴 책을 읽어 준 적이 있는지 손 들어보라고 하자
몇 명이 손을 든다.
반면 " 우리 엄마는 한 번도 안 읽어 주고, 나 혼자 읽어라고 해요." 라고 엄마를 고자질하는 어린이도 있다.
저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물어 보지 않아도 부부싸움 한 이야기까지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조심하셔야 한다.
내 경험상 이렇게 쪽수가 제법 되는 책은 부모가 매일 한 꼭지씩 침대에 같이 앉아 읽어 주면 아이와 부모 사이에
정감도 느껴지고, 서로 소통할 수 있어 굉장히 좋다.
또 호흡이 긴 책을 엄마와 함께 끝까지 읽었다는 경험은 아이의 뇌에 도파민을 분비시켜 긴 책에 도전하도록 부추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책을 읽어 줘야 하나? 그 답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이다.
부모가 바쁘다는 핑계로 안 읽어 주는 것이지 아이들은 6학년이 되어도 읽어 주는 것을 좋아라 한다.
심지어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부모가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면 읽어주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부모가 읽어 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읽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신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책을 읽어준 아이들은 스스로 책 읽을 기초 체력이 다져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두꺼운 책도 척척 읽는 독서력 좋은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 한글을 깨치자마자 " 너 이제 한글 아니까 너 혼자 알아서 읽어라" 했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독서 수준이 또래에 비하여 낮거나 자꾸 그림책 같은 얇은 책만 읽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언제까지 읽어 줘야 하나 애매하다면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내가 정해 준다.
애들이 " 읽어 주지 마세요" 할 때까지이다.
그런데 방학 때까지 다 읽어줄 수 있을까?
출발했으니 부지런히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