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얼굴 그리기 장수하늘소가 꿈꾸는 교실 1
길도형 지음, 강화경 그림 / 장수하늘소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책을 만났다.  그림에 대해 별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데.. 바빠서 그냥 글로 대신한다.

겉표지에 허공에 대고 화관을 쓰고 환하게 웃는 선생님 얼굴을 그리는 아이가 바로 한광수이다. 검정 고무신 신고, 몇십리 길을 걸어서 학교 다니던 시절.광수는 매번 준비물이 없어 복도로 쫓겨나 벌을 서곤 한다. 미술 시간은 더 단골로 걸린다. 미술 준비물이 없어서 말이다. 벌을 서던 광수는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그린다. '나' 는언젠가 그 모습을 보며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어느 무더운 여름 날 ,그 날도 광수는 준비물이 없어 스스로 밖으로 나간다. '나'도, 선생님도, 우리 반 친구들도 방학식 날이라 들떠서 모두 광수를 잊어버린 채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광수가 자리에 없는 걸 알고 선생님은 광수를 찾기 시작한다. 항상 광수가 있던 자리, 밖에 나가 보니 광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입에는 거품도 나온 채로 쓰러져 있다. 죽은 거 아니야? 아니면 일사병? 광수가 너무 불쌍하다.  

광수가 쓰러진 옆, 바닥에는 흙 위에 어떤 여자 얼굴이 몇 개나 그려져 있다 . 바로 선생님 얼굴이다.  하나같이 광수를 보고 화낼 때 짓던 표정들이다. 그런데 그 옆에  또 다른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다. 화관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선생님 얼굴이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선생님도 ' 나' 도, 우리 반 아이들도 가슴이 아려왔다.  그 얼굴은 바로 광수가 보고 싶어 하던 선생님 얼굴이었다. 그 때 방금 전까지 죽은 것처럼 누워 있던 광수가 화들짝 놀라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리고 다신 광수를 볼 수 없었다. 

가난해서 준비물을 살 수 없어 매번 벌을 받아야 하는 광수를 선생님이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 주고 , 이해해 주었다면 광수가 돈을 벌겠다고 뛰쳐 나가지는 않았을 텐데... 현재도 우린 교사 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 광수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또 하나 ' 나' 를 비롯하여 광수네 반 아이들 또한 방관자처럼 광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광수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그 모습들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 나 ' 라도 먼저 광수에게 손 내밀고, 준비물도 빌려 주고, 먼저 말 걸어 주고 하였으면 더 좋았을 걸....  지나간 뒤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내 주변에 광수 같은 친구들이 혹 있지는 않나 주변을 살펴보길 바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1-10-1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슴 찡했죠.

수퍼남매맘 2011-10-17 00:51   좋아요 0 | URL
젊은 여선생님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하고 콕콕 찔렸습니다.

희망찬샘 2011-10-17 06:10   좋아요 0 | URL
미 투~~~
 

울반의 최고 독서가가 아침독서 시간에 " 선생님, 이 책 읽어 보세요. " 하고 내민 책이다. 

어젯밤 드디어 <우리들의 7일 전쟁>을 다 읽어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책을 보려고 했는데 

그 아이가 내민 책을 밀쳐 놓을 수 없어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진짜 재밌다. 

24가지의 크고 작은 발명품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작은 생각들이 세상을 바꿨다는 말이 맞다.

요즘 울 반 아그들에게도 " 앞으로는 창의력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 라고 자주 강조하는데  

이 책을 보면 창의력이라는 것이 그닥 어려운 게 아니라 평소에 작은 관심과 더불어 조그마한 불편도 참지 못하는데서 온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더 이상 달달 외워서 공부 잘하는  사람이 각광 받는 시대는 역사로 사라지고 

이제 앞으로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생각을 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돋보이는 시대가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들의 7일전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들의 7일 전쟁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같은 반 남자 아이 22명이 한날 한시에 사라졌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사라진 아이들은 폐허가 된 공장에 그들만의 해방구를 만들고 어른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설상가상으로 유괴된 아이도 한 명 있다. 아이들은 왜 방학식 날 이런 일을 벌였을까? 아이들은 해방구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해방구에 들어간 아이들의 7일 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현재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16년 전 그들의 부모가 젊었을 때 전공투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일본 작가가 만든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도 흡사하다. 따라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일본도 우리나라도, 현재도 과거도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1985년에 출간된 이 책의 상황이 지금 우리나라 현실과 어쩜 이리 닮아 있는지....현재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이렇게 해방구를 만들어 하루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 아님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끔 너무 그들의 사고를 옥죄어 버린 것은 아닐는지....

 

중1 남학생 22명이 해방구에 온 것은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도 , 이상, 포부, 하다 못해 반항심 같은 것들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처음엔 단지 재미 삼아 그렇게 모인 것이었다. 책에 나온 대로 본능적으로, 본능에 따라 거기에 모인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방구의 의미를 찾아 가고, 갖은 폭력을 일삼던 꼰대들을 혼내 주고, 유괴 당한 친구를 멋지게 구해 내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주며, 정치적 비리의 순간을 포착하여 만방에 생중계로 알리는 등 그들이 의도하였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마지막에는 굉장한 일들을 해 내고 만다. 순전히 그들만의 힘으로 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해방구에 있는 아이들과 맞서는 사람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맞서는 쪽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무조건 억압하고, 무시하고, 협박하는 부류들이며 반대쪽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특히 해방구에서 오래 전부터 살고 있었던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가 변하는 모습은 참 의미가 깊다. 아이들과 할아버지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의 어른들은 그 둘을 핍박하는데 아이들과 할아버지는 서로 연대하여 그 어른들과 맞서는 형국이다. 마지막 아이들이 진정으로 할아버지에 대해 고마운 감정을 전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또 보건 교사는 어떤가! 매일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아이들 간식을 마련해 주고, 아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다. 반면 보건 교사를 짝사랑 하는 체육 교사는 아이들에 대해 적의를 품고 아이들을 잡기 위해 보건 교사까지 협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해방구 아이들을 놓고 어른들은 두 편으로 대립한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편이었을까 생각하며 읽으니 더 흥미롭다.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으로 존재하고 싶냐는 결국 어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는 바로 해방구 아이들의 부모 또한 대학 시절 전공투 출신들이 꽤 여럿 있지만 그들 부모 또한 여느 부모와 같이 아이들에게 다른 부모들이 강요하는 것과 똑같은 것들을 강요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피가 뜨거웠던 젊은 시절 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그들 또한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적당히 속물이 되어 세상적 출세를 강조하며 살고 있었고 해방구에 들어간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 한다. 결국 그들 또한 전공투로 활동한 그들의 과거를 잊은 채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택했고, 자녀들을 제도권에서 출세하는 아이들로 키워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로 살기로 선택했다.

 

전공투 출신의 부모님과는 사뭇 대조적인 인물이 바로 할아버지다. 세계대전에 직접 참가하여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적도 있는 할아버지는 그 가슴 아픈 전쟁으로 인해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상흔을 입었다. 집도 없이 페허 공장의 시궁창을 통해 드나들며 공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할아버지를 인생의 패배자로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가락이 잘려 나갔을망정 마음은 온전하다. 아니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 전 읽었던 <분노하라>가 자꾸 생각난다. 아이들이 해방구에 들어선 첫 발자국은 단순히 재미였지만 그곳에서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그들은 정당한 분노를 하게 된다. 분노는 인간이 당연히 가져야 할 인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찌들어 마땅히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사건과 사회 부조리를 꼬집는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결말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때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토요일 웅진주니어 독후감 대회 시상식에 송 언 작가님이 오셔서 무지 반가운 마음에 수퍼남매와 기념 촬영을 한 게 있어서 겸사겸사 알려 주신 메일 주소로 편지와 함께 사진 파일을 보내 드렸다. 그런데 집에 와서 다른 메일을 확인하러 들어가 보니 답장 메일이 와 있는 거 아닌가! 진짜 총알 같은 답장을 보내 주셨다.

와! 생전 팬 레터 보내고 답장 받기는 처음이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고 기회가 닿으면 우리 학교에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하고 싶다. 지금 활동하는 동화 작가 중에서 고  권정생 님처럼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 후미진 구석의 이야기들을 어린이들에게 알려 주는 동화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 작가가 대부분인 어린이 문학 세계에 진짜 큰 기둥이 되고 계시지 않나 싶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어쩜 이렇게 많은 책들을 쓰셨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송 언 작가님의 책을 한 곳에 모아 본다.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이 책 중에 작가님의 휴대폰 번호가 나오는 책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뭐였더라. 또 메모를 안 해서 잊어 버렸다.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그게 아직 습관화가 안 되어가지고....

 

 

 

 

 

 

 

 

 

 

 

 

 

 

 

 

 

 

 

 

 

 

 

 

 

 

 

 

 

 

 

 

  

2000년 이후 작품만 모아 놓았는데 이렇게나 많다. 내가 읽은 건 겨우 5권 정도.  

학교 도서실에 가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 역사물도 많고,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쓴 책도 많아 보이네.  

그 중에서도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를 가장 먼저 읽고 싶어진다. 이유는? 작가님이 추천해 주셔서.


댓글(5)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10-11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답장까지 해주신 송언 선생님, 무지 친절하고 좋은 분이네요.^^
이렇게 많은데 딸랑 2권-고구려 평양성의 막강 삼총사와 마법사 똥맨만 읽었네요.ㅜㅜ
마법사 똥맨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그럼 나도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를 봐야겠어요~~~ ^^

수퍼남매맘 2011-10-11 14:26   좋아요 1 | URL
왕 친절하신 분이에요. "친절"하면 순오기님도 레전드급입니다. 내친 김에 저도 어제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 주문 넣었어요. 6년 간 선생님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는 그 소녀가 무지 궁금합니다. 빨리 읽고 싶어요.

희망찬샘 2011-10-12 0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송언 선생님 만났었어요. 아침독서 학교에서 말이지요. <<멋지다 썩은 떡>> 표지 그림과 선생님의 얼굴이 똑같았다는... 저도 5권 읽었어요. 책이 무척 많군요.

수퍼남매맘 2011-10-12 15:47   좋아요 1 | URL
동화책에 나온 모습들이 머리가 기셔서 도인을 연상시키는데 이번에 보니 스포츠 머리로 짧게 깎으셨더라구요.

2011-10-13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전, 울 학교에서 수석교사를 맡고 계시는 선배 교사님께로부터 인터폰이 왔다. 

내가 파주북소리를 홍보한 메시지를 보시고 생각나셨다며

아시는 분 중에 <빨강 끈> 작가가 있는데 그 분 또한 파주북소리에 오신다는 거였다.  

오시는 김에 우리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활동하는 걸 추진하고 싶다는 것이셨다.  

작가 초대는 내가 무지 하고 싶은 행사 중의 하나인데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왔구나 싶었다.

파주북소리에 갔을 때 이 책을 본 기억이 난다.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빨강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 어머, 작가가 오실 수 있으면 정말 좋죠"  

작가가 미국에서 살고 있어서 연락하신 후 나에게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작가 이력을 보니 미국에서 출생하였고 20대의 젊은 작가였다. 

백희나 작가처럼 인형을 만들어서 작업을 한 것으로 만약 오시게 되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한길사 출판사 갔을 때 자세히 보고, 책 한 권 사올 걸 그랬다. 사인  받게 말이다.

거기까지 이야기가 되고 나서 다음 날 내가 연가를 내는 바람에 학교에 못 나갔는데 

다행히 작가와 연락이 되었고  작가가 승락을 하여 나 말고 다른 분과 일이 추진되어 

다다음날 학교에 와보니 

교복특 사업으로 작가와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나와 있었다.  

나 또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책도 없고, 향상반 수업도 있고 해서 못 가 봤다. 

다녀 온 아이들에게 소감도 못 물어 봤네.  내일 물어봐야겠다. 털실로 인형을 만들기도 한 것 같던데... 

이 사연을 집에 와서 말해 주니 

딸 왈 

" 엄마, 왜 사인을 안 받았어요 ? 메모지에라도 받아야죠." 이런다. 

그러게 말이다.  

갑자기 추진된 프로그램이라서 많이 홍보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버려 좀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작가 초대 기회가 또 생기면 제대로 홍보하고 제대로 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